배우 이자스민, "결혼 이민자들이 희망을 가질 때 기쁘다."

  • 등록 2012-01-19 오전 9:00:07

    수정 2012-01-19 오전 9:00:07

▲ "내 운명 바꾼 `완득이`." 최근 `한국이미지맷돌상`을 수상한 필리핀 출신 배우 이자스민이 설을 맞아 결혼이민자에게 희망을 주겠다는 포부를 밝혔다.(사진=한대욱 기자 doorim@edaily.co.kr)
[이데일리 스타in 고규대 기자] “새해 초부터 상을 받았네요. 아마 올해도 좋은 일이 많겠죠?”

영화에 출연하면서 모든 게 바뀌었다. 세상이 스타를 원한다는 말처럼 영화 ‘의형제’에 이어 ‘완득이’에 출연한 후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다. 이자스민은 17일 제8회 ‘CICI KOREA 2012 시상식’에서 한국 사회에 잘 적응한 외국인에게 주는 ‘맷돌상’도 수상했다.

“‘완득이’가 성공하니 저도 자연스레 이것 저것 잘되는 게 많더라고요. 제가 속한 사회단체 물방울 나눔회도 관심을 받고, 제가 서울시청 글로벌센터에서 일도 하게 됐죠.”

이자스민은 미스 필리핀 바나보 지역 예선에 뽑힌 데다 대학 진학을 앞두고 있다 필리핀으로 출장 온 한국인 남편을 우연히 만났다. 가족이 운영하는 편의점을 찾은 남편이 첫 눈에 반했다며 2주 마다 필리핀을 찾는 등 1년 여 넘게 쫓아 다녔다. 결국 이자스민은 만 18세의 나이에 남편과 결혼하기 위해 995년 한국으로 건너왔다.

평범한 삶을 살던 그는, 자신에 사랑만을 쏟는 남편이 물 속에 빠진 딸을 구하려다 2010년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면서 또 다른 운명을 맞게 됐다. 한 때 고향인 필리핀으로 돌아갈까 고민도 했다.

그 때 ‘완득이‘에 출연하게 됐고, 다시 한국에서 자신이 해야할 또 다른 일들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다문화 가정의 아이의 성장기를 그린 영화 ‘완득이’에서 실제 결혼 이민자인 그녀가 출연한 것도 운명이었던 셈이다. 결혼 이민자와 다문화 가정이 한국 사회에 뿌리내리게 하는 게 그의 작은 희망이 됐다. 이자스민은 결혼 이민자 여성들이 ‘저도 언니처럼 한국영화에 출연할 수 있나요’라는 등 또 다른 희망을 가질 때 힘이 솟는다.

“‘이자스민이 서울시 공무원이 됐다고? 그럼 나도 할 수 있겠네.’ 이런 말을 들을 때 기분이 좋아요. 저로 인해 결혼 이민자나 다문화 가정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계기도 생기잖아요. 한 결혼이민자는 시누이랑 ‘완득이‘를 보고 갔는데, 그 다음날부터 자기한테 너무 잘한다고 고마워하더라고요. 하하”

이자스민은 한해를 두 번 맞는다. 그녀의 고향인 필리핀의 명절은 크리스마스와 신정이다. 그녀가 18년 동안 살아온 또 다른 고향인 대한민국의 명절은 명절은 설날과 추석이다. 이자스민은 지난해 크리스마스 시즌에 고등학교 1학년 아들과 초등학교 5학년 딸을 데리고 친정을 찾았다. 부(富)를 가져다준다는 13개의 동그란 과일을 놓고 신정 첫날을 맞았고, 악운을 쫓는 폭죽놀이를 가족들과 함께 했다. 이자스민은 아이들이 외할머니와 함께 노는 모습을 보면서 세상을 떠난 남편에 대한 그리움도, 한국 생활에 대한 두려움도 잊을 수 있었다.

"아이들이 ‘훌라 외할머니, 또 언제 만나요?’라고 물을 때 마음이 짠하더라고요. 이젠 시댁 설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어요. 시부모와 시동생 내외까지 모두 9명이 모여사는 대가족이거든요. 하하.” (사진=한대욱 기자 door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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