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3월 30일자 36면에 게재됐습니다. |
# 장면2 한 기획사가 내놓을 3인조 걸그룹은 데뷔 직전에 공중분해가 됐다. 다른 회사의 다른 그룹 멤버로 한 명이 빠져나가면서 이를 대체할 인력이 필요해진 것. 그 때문에 한 명이 긴급 투입되면서 나머지 두 명도 뿔뿔이 흩어져 다른 회사의 연습생 신세가 됐다. K팝 열풍에 힘입어 가요계의 영입 전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몇몇 기획사에서는 타 기획사로부터 연습생을 빼내는 등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심지어 곧 데뷔해도 될만한 연습생의 경우 이적료 명목으로 수천만원 대의 금전이 오가기도 한다. 한 관계자는 "연습생을 빼내오고 돌려막으면서 투자금 회수 명목 혹은 소개비 명목으로 금전이 오가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고 말했다.
한창 활동하고 있는 그룹의 경우 멤버를 빼내는 등 영입 전쟁이 일어날 일이 거의 없다. 다만 스타의 꿈을 키우면서 짧게는 1년, 길게는 수년 동안 지난한 고통을 참아온 연습생의 경우 영입의 유혹에 넘어가기 쉽다. 기획사를 옮기면 곧바로 데뷔할 수 있다는 건 참을 수 없는 매력이다.
문제는 데뷔를 앞둔 연습생을 곧바로 현장 투입하기 위해 빼내오는 경우다. 일부 연예관계자는 스타의 가능성이 보이는 연습생이 있으면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캐스팅 디렉터에게 높게는 수천만원의 비용을 지불하고 슬쩍 빼내오기도 한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기획사에서 조만간 데뷔를 앞둔 그룹이 댄스그룹일 경우 발라드 위주로 공부해온 연습생을 방출하는 경우도 있다”며 “이처럼 가요계 일각에서 연습생을 빼내고 돌려막는 일이 자칫 시장의 질서를 흐리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예는 K팝 그룹이 방송 등 매체를 통해 “난 어디 출신”이라고 언급하는 경우돠 다르다. 연습생을 빼내고 돌려막는 일은 상도덕의 문제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한 가요 관계자는 “데뷔하기에 급급한 연습생도 문제고, 그걸 이용하는 일부 기획사의 자세도 문제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