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열풍의 그늘, 연습생 빼내오고, 돌려막고...

그룹 멤버 영입 전쟁으로 쓸만한 연습생 인기
바로 데뷔 가능하면 이적료 명목으로 웃돈도
  • 등록 2012-03-30 오전 10:31:17

    수정 2012-03-30 오전 10:31:17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3월 30일자 36면에 게재됐습니다.
[이데일리 스타in 고규대 기자] # 장면1 연습생 2년차 김정현(20ㆍ가명)군. 한 기획사에서 데뷔를 준비하다 최근 또 다른 기획사로 소속을 옮겼다. 연습생으로는 환갑 나이인 20대에 접어든 그로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회사간에는 즉시 무대에 투입할 수 있는 그를 대가로 3,000만원의 위약금이 입에 오르내렸다.  

# 장면2 한 기획사가 내놓을 3인조 걸그룹은 데뷔 직전에 공중분해가 됐다. 다른 회사의 다른 그룹 멤버로 한 명이 빠져나가면서 이를 대체할 인력이 필요해진 것. 그 때문에 한 명이 긴급 투입되면서 나머지 두 명도 뿔뿔이 흩어져 다른 회사의 연습생 신세가 됐다.   K팝 열풍에 힘입어 가요계의 영입 전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몇몇 기획사에서는 타 기획사로부터 연습생을 빼내는 등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심지어 곧 데뷔해도 될만한 연습생의 경우 이적료 명목으로 수천만원 대의 금전이 오가기도 한다. 한 관계자는 "연습생을 빼내오고 돌려막으면서 투자금 회수 명목 혹은 소개비 명목으로 금전이 오가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고 말했다.

한창 활동하고 있는 그룹의 경우 멤버를 빼내는 등 영입 전쟁이 일어날 일이 거의 없다. 다만 스타의 꿈을 키우면서 짧게는 1년, 길게는 수년 동안 지난한 고통을 참아온 연습생의 경우 영입의 유혹에 넘어가기 쉽다. 기획사를 옮기면 곧바로 데뷔할 수 있다는 건 참을 수 없는 매력이다.

영입 전쟁으로 곤혹을 치르는 건 연습생 시스템을 갖춘 기획사들이다. SM, YG, JYP, 큐브 등 기획사를 시작으로 10여 개 기획사가 스타가 될만한 이들을 발굴해 단련시키고 있다. 이들은 기획사와 정식 매니지먼트 계약이 아닌 ‘연습생’ 계약이라는 이름으로 소속돼 있다. 특히 JYP 등은 큰 과실이라고 볼 수 없는 지각만 몇차례 해도 곧바로 연습생 신분을 박탈하는 등 관리가 철저하기로 유명하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그룹의 멤버들 중 JYP 출신이 많은 이유도 그 때문이다.

문제는 데뷔를 앞둔 연습생을 곧바로 현장 투입하기 위해 빼내오는 경우다. 일부 연예관계자는 스타의 가능성이 보이는 연습생이 있으면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캐스팅 디렉터에게 높게는 수천만원의 비용을 지불하고 슬쩍 빼내오기도 한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기획사에서 조만간 데뷔를 앞둔 그룹이 댄스그룹일 경우 발라드 위주로 공부해온 연습생을 방출하는 경우도 있다”며 “이처럼 가요계 일각에서 연습생을 빼내고 돌려막는 일이 자칫 시장의 질서를 흐리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한 기획사는 뜻하지 않은 일로 곤혹을 치루고 있다. 지상파 음악 프로그램에서 주목을 받는 등 잘 키워놓은 한 걸그룹이 내부 분란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멤버 중 하나가 탈퇴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다른 멤버들 역시 혼란을 겪고 있다. 한 관계자는 “기획사 측은 이 멤버가 다른 기획사로부터 영입 제안을 받은 것으로 판단하고, 모든 활동을 중단한 채 단속에 나섰다”고 말했다.

이 같은 예는 K팝 그룹이 방송 등 매체를 통해 “난 어디 출신”이라고 언급하는 경우돠 다르다. 연습생을 빼내고 돌려막는 일은 상도덕의 문제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한 가요 관계자는 “데뷔하기에 급급한 연습생도 문제고, 그걸 이용하는 일부 기획사의 자세도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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