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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택 ‘뉴(NEW)’ 대표는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김기덕 감독이 황금사자상의 영예를 받는 순간을 함께했다. 한국 영화계가 누린 영광의 순간, 역사의 현장을 지켜봤다.
김우택 대표는 영화 ‘피에타’의 투자배급사인 뉴를 이끌면서 올해 한국 영화 시장의 성장을 견인했다. 뉴가 올해 영화 팬들에게 선보인 작품은 ‘부러진 화살’(346만·이하 누적관객 수), ‘러브픽션’(174만), ‘언터처블:1%의 우정’(171만), ‘내 아내의 모든 것’(461만),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491만·상영 중), ‘피에타’(51만·상영 중). 하반기에는 ‘점쟁이들’ 등 또다른 흥행 예비작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 영화의 공통점은 애초 기대를 받지 못했음에도 저마다 흥행에 성공하고 사회적 관심마저 낳았다는 점이다. 멀티플렉스를 갖고 있지 않음에도 2012년 투자배급 순위로 2위 자리를 넘보고 있는 뉴의 저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뉴가 영화를 고르는 ‘선구안’이 좋다는 말을 듣는 이유는.
-영화에 대한 호불호는 개인의 취향에 따라 나뉘죠. 긴 제작 과정에서 얼마나 확신을 가지고 매달리느냐에 따라 결과물은 달라지기 때문에 회사의 모든 직원이 함께 확신을 가진 작품, 혹은 우리 회사와 함께 하는 과정에서 잠재력을 키울 수 있다고 판단되는 작품 중심으로 선택하는 편입니다.
▲‘부러진 화살’의 경우 사법부를 비판한다는 목소리 때문에 다른 투자배급사가 거절한 작품이었는데.
-부산영화제에서 처음 ‘부러진 화살’을 본 직원의 의견은, ‘영화가 재밌다’였습니다. 소재의 민감함을 넘어선 상업적인 잠재력이 있다고 판단했죠. 당시 사회 전반을 휩쓸었던 ‘정의’라는 화두와 관객들의 좋은 입소문을 타고 기대치를 뛰어넘는 흥행을 거두었다고 생각합니다.
▲‘피에타’ 역시 뉴를 통해서 빛을 보게 됐는데, 그 소감은.
-‘피에타’는 지난해 ‘풍산개’를 배급하면서 당시 국내 활동을 중단하고 계셨던 김기덕 감독님을 제작자로 자주 뵙게 되면서 함께 하게 됐습니다. 오랜 공백을 깨고 선보이는 김 감독의 첫 영화에 힘을 싣고 싶었고, 국격(國格)을 높일 정도의 큰 수상으로 완성도 높은 저예산 영화에 대한 영화계 안팎의 관심이 조금이라도 높아진 것 같아 마음이 뿌듯합니다.
▲‘알짜회사’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미쓰GO’ 등 실패한 몇몇 작품이 더 기억에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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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영화 색깔이나 예산규모에서 제한을 두지 않고 자유롭게 선택하는 편이고, 저희와 함께 고생한 것 이상의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온 힘을 다 합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같은 순제작비 50억대의 대작부터 ‘피에타’처럼 2억 미만의 저예산 영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화를 선택하고, 그에 어울리는 성과를 만들어내는 것은 업계에서 저희들이 가지는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존 ‘빅3’ 투자배급사 CJ, 롯데, 쇼박스와 다른, 다시 말해 뉴만의 ‘something new’를 꼽는다면.
-굳이 다른 배급사들과 다르게 가려고 노력한 것은 없죠. 다만 상대적으로 유연성이 있긴 하겠지요. 의사결정 과정이 짧고, 작품 선택할 때 전 직원이 함께 회의하고, 각 부서가 활발하게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
▲영화계 소문난 훈남에 멋쟁이로 꼽히는데, 감각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있으신가요.
-엔터테인먼트 업의 주 타깃이 젊은 층이라 트렌드에 대한 자연스러운 관심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근데 그런 소문이 진짜 있나요?(웃음)
▲가족도, 남편이자 아빠의 직업 때문에 영화를 편하게 접하실 것 같은데.
-제가 이쪽 일을 하다 보니 저희 가족들이 저보다 영화를 더 많이 보는 편입니다. 주말엔 주로 가족들과 함께 영화를 보고, 시나리오나 완성된 영화에 대한 솔직한 조언도 참고하는 편입니다.
▲감독과 자주 어울리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한국 영화 시장이 세계 영화 시장의 위치와 미래는 어떤 것일까.
-궁극적으로는 국내 시장을 넘어서 더 큰 시장을 개척해야 하겠죠. 뉴는 아직 천천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드라마, 음악 등 다양한 국내 문화 컨텐츠가 주목을 받으면서 한국영화 역시 아시아를 넘어서 세계적인 한 축이 될 수 있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할 시기인 것 같습니다.
김우택 대표는 인터뷰 내내 미소를 놓지 않았다. “직원들의 열정 덕분”이라는 덕담도 빼놓지 않았다. 인터뷰 과정을 지켜보던 뉴의 한 직원은 “격의 없고 편안한 게 김우택 대표의 매력”이라고 슬쩍 눙쳤다. 김우택 대표는 두 달 전 직원들에게 함께 “독도를 다녀오자”고 단체 이메일을 보내는가 하면, “동남아 여행을 가는데 같이 갈 사람 있느냐”고 깜짝 제안을 하기도 한다. ‘자유로움’을 회사의 성장 동력의 하나로 꼽는 김우택 대표의 철학 때문이다. 김우택 대표는 “이루기 힘든 꿈이지만 직원들에게 집 한 채씩 마련해주는 게 소원이에요”라며 “미디어의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목표가 실현되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프로필
김우택(48) 뉴 대표는 서울대 경영학과, 에모리대학교대학원 경영학 석사 출신으로 삼성물산을 다니다 영화계에 발을 디디게 됐다. 오리온 계열의 온미디어로 자리를 옮겼다가 2002년 38세의 나이에 영화투자배급사 쇼박스㈜미디어플렉스 상무에 오르고 2003년 39세로 대표이사까지 맡았다. 쇼박스 재직 당시 ‘가문의 영광’ 시리즈, ‘웰컴 투 동막골’, ‘괴물’, ‘디워’ 등을 잇달아 성공시켰다. 김 대표는 2010년까지 복합상영관 메가박스 대표를 지냈다.
김우택 대표는 자본금 20억원으로 뉴를 설립하고 2011년 1월부터 대표로 재직 중이다. 뉴라는 상호는 ‘Next Entertainment World’의 첫 글자에서 따왔다. 뉴는 ‘트와일라잇’ 시리즈, ‘블랙’ 등 외화에 이어 ‘헬로우 고스트’(302만·이하 누적관객 수), ‘그대를 사랑합니다’(166만 명), ‘가문의 영광 4: 가문의 수난’(241만 명) ‘풍산개’(71만 명) ‘블라인드’(237만 명)등 흥행작을 내놨다.
뉴의 올해 예상 매출액은 최소 600억원이다. 임직원 23명이 영화에 대한 열정으로 힘을 쏟아 설립 당시보다 7배가량 성장했다. 뉴는 앞으로 음악, 출판 등 다양한 미디어 산업에도 진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