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격 매니저로 인해 명예 실추" 현장 목소리 들어봤더니

  • 등록 2012-05-25 오전 8:58:18

    수정 2012-05-25 오전 8:59:10

▲ 홍종구(가운데) 연매협 부회장은 “매니저들이 법적·제도적 틀 안에서 투명하고 정직하게 일할 때 사람들의 평가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사진=고규대 기자)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5월 25일자 37면에 게재됐습니다.
[이데일리 스타in 고규대 기자] "장자연 사건 때 파혼 당한 매니저도 있었다."

지난 23일 오후 2시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회관의 한 강의실. 적게는 5년, 많게는 15년 일한 매니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내로라하는 톱스타를 돕는 이사급부터 신인을 키우는 팀장급까지 현업에서 활약하는 30여 명의 매니저들이 참석했다. 이날 이들이 모인 것은 한국콘텐츠진흥원과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이하 연매협) 주최로 열린 ‘대중문화예술인 연예매니저교육’ 때문이었다. 그룹 노이즈의 리더 출신이자 배우 고수 등을 발굴한 홍종구 연매협 부회장이 `연예매니지먼트의 직업윤리`라는 주제로 토론을 이끌었다.

현장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최근 고영욱의 간음 혐의, 연예기획사 대표의 성추행 의혹 등으로 대다수 매니저의 명예가 실추됐다고 주장했다. 몇몇 불미스러운 일을 벌인 이들 때문에 한국 대중문화의 일선에서 선량하게 일하는 매니저가 덩달아 욕을 먹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토론에 앞서 "자괴감, 소외감을 어떻게 이겨내야 하나"는 말도 나왔다.

홍종구 부회장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주요 직업이 매니저라는 걸 인정받아야 한다"고 화두를 던졌다. 스크린 주연급 여자 배우를 돕는 15년차 매니저는 "매니저라는 직업이 재미있고 나에게 딱 맞는다"면서도 "따가운 시선이 이어질 때면 미래를 위한 비전을 세울 수 있을까 고민이 된다"고 토로했다. 이병헌 등을 도왔던 10년차 매니저는 "매니저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전반을 이해하는 데 기본이 되는 분야"라면서 "2년 넘게 영어를 배우기 위해 유학을 다녀온 것도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또 다른 성공을 이루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홍종구 부회장은 "장자연 사건을 불거졌을 때 연매협 소속 매니저가 세간의 시선 때문에 파혼당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매니저는 토론회 직후 "연예기획사에서 연예인지망생을 등쳤다거나 돈을 떼어먹었다는 등 뉴스를 볼 때면 현장에서 뛰는 우리들이 들어보지 못한 무자격 업체가 대부분이다"며 "이름만 연예기획사인 회사를 놓고 마치 전체인양 말하는 것을 보면 혹 국가기관이나 언론이 우리를 갖고 노는 게 아닌가 의심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취재차 참석한 기자에게도 밖에서 바라보는 매니저에 대한 시각이 어떤지 즉석에서 질문을 건네기도 했다.

매니저는 관리하는 연예인의 인기도에 따라 대우도 달라진다. 최근 스크린 스타로 일약 떠오른 한 스타를 관리하는 매니저는 "식대, 주유비 등을 편의를 봐주는 게 있어서 출연 계약서 작성이 어렵지 않다"고 말하는 반면, 한 두 작품에 얼굴을 내민 신인을 하는 매니저는 "출연 계약서를 쓸 때마다 신인이라서 불합리한 게 많아 죽을 것 같이 힘들다"고 고백했다. 이들은 매니저라는 직업의 가치가 높아져야 상대적인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토론은 투명한 연예계의 확립을 위해 연매협을 중심으로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최근 연매협은 매니저들을 상대로 교육과 매니저 및 매니지먼트 인증제를 도입했다. 매니저들에게 일정한 교육을 시키고 시험을 통과한 이들에게 매니저 인증을 하고 있다. 또 매니저 간 분쟁 및 매니저와 연예인의 피해를 없애기 위해 상벌조정윤리위원회를 운영 중이다. 홍종구 부회장은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 법안이나 매니저와 연예인 간의 표준계약서 작성 등 제도화된 틀을 마련하는 게 문화산업의 첨병인 매니저에 대한 인식 변화의 첫걸음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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