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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혁 SBS PD는 차세대 한류 PD다. 그가 만든 드라마 ‘검사 프린세스’ ‘시티헌터’ 등은 중국에서 사랑받는 한국 드라마 대표작이다. 5일 첫 방송되는 SBS 월화 드라마 ‘닥터 이방인’이 한국 드라마 사상 역대 최고 금액으로 중국 수출을 목전에 둔 것도 진 PD의 영향력을 가늠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연출이 보이는 스타일은 감독이 주목받기 마련이죠. 저는 작품 전체가 골고루 묻어나기를 바랍니다. 미장센 같은 미적 분야보다 클로즈업 혹은 버스트 샷 등으로 연출보다 배우의 연기가 돋보이도록 하는 거죠. ‘닥터 이방인’도 주인공을 맡은 배우들이 그동안 보여주지 않은 다른 연기를 보여줄 거라고 믿어요.”
진 PD는 2001년 SBS에 입사해 2009년 드라마 ‘찬란한 유산’으로 단박에 스타덤에 올랐다. 자극적인 소재와 개연성 부족한 일명 ‘막장드라마’가 대세였던 당시 ‘착한드라마’ 라는 호평을 들으며 전국 시청률 47.1%까지 치솟는 인기를 누렸다. 가족기업을 배경으로 주인공의 사랑, 그리고 법정 이야기 등을 엮어낸 게 주효했다. 이후 장르와 장르를 섞는 ‘복합장르’라는 용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진 PD는 가족기업(‘찬란한 유산’)에 대해 친숙하고, 영웅(‘시티헌터’)에 대한 갈망이 있고, 도시적 분위기(‘검사 프린세스’)를 선호하는 중국 시청자의 성향 때문에 자신의 이름이 도드라진 것일 뿐이라고 자평했다. 진 PD의 겸손과 달리 중국 드라마 제작진이 그에게 함께 일하자는 러브콜을 보낼 정도로 중국 드라마 분야의 그에 대한 관심이 높다. 중국판 ‘아빠? 어디가!’에 출연한 중국 배우 장량이 진 PD를 찾아 만남을 청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진 PD는 한국 드라마가 중국과 일본 시장의 틈새에서 역할을 찾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일본 시장에 친화된 기획 드라마가 양산되면 이야기의 힘이 떨어지고, 중국 시장이 바라는 시스템만 노출시키면 자칫 중국 드라마 하청업체로 자리할 수 있다고 염려했다. 이야기의 힘, 배우의 발굴, 투자의 활력 등이 그가 바라는 드라마 제작 현장의 미래다.
“연출 스타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아요. 어릴 때 본 고전영화를 보면 화려한 어느 한 장면이 기억나는 게 아니잖아요. 로버트 아이즈 감독이 만든 ‘사운드 오브 뮤직’은 블록버스터 같은 영상의 재미는 없어도 진한 감동을 주는 작품이에요. 방송사 소속 연출가인 만큼 지금 꿈꾸는 저의 모습은 ‘시스템 안의 장인’이에요. 대중, 그리고 국민과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작품을 만든다면 가장 좋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