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부산행’의 흥행 질주가 매섭다. 개봉 첫 주말까지 531만 관객을 동원했다. 영화 ‘명량’의 오프닝 관객 기록을 깼다고 하니 천만 관객은 따놓은당상이다. 궁금증은 ‘명량’의 역대 최고 흥행 기록에 얼마나 가까이 다가설지, 아니면 그 기록을 뛰어넘을지에 모아지고 있다.
영화의 성공은 초반부터 촘촘히 이어지는 긴장감과 쉴새 없이 몰아치는 캐릭터의 대결 덕분이다. 영화 후반부 주인공의 회상 장면은 부정의 모습을 도드라지게 표현해 눈물나는 감동적 결말을 선호하는 요즘 관객의 심리를 겨냥했다. ‘돼지의 왕’ ‘사이비’ 등 사회성 높은 애니메이션을 연출하며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쳤던 연상호 감독은 장편상업영화에서도 재미와 함께 물질만능주의, 학벌지상주의, 사회안전망부재에 대한 비판 등 제법 묵직한 사회적 메시지를 던졌다.
다행히 붕괴된 시스템에서도 희망을 찾는 이들이 있다. 탈출할 수 없는 공간에서 두 주먹 굳게 쥐고 싸워내는 몇몇은 우리가 꿈꾸는 미래와 닮았다. 연상호 감독은 “대중이 느끼는 불안심리 대부분은 한국사회가 갖고 있는 공포가 근원이다. ‘부산행’은 그것에 대한 영화다”고 말했다. ‘부산행’은 잘 만들어진 상업영화라는 틀 안에 간혹 직설적 화법으로 간혹 은근한 묘사로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사회적 부조리를 넌지시 꺼내놓으면서 앞으로 적어도 천만 관객의 시선을 더 사로잡을 태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