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뉴스 제공] 지난 2004년 그리스 아테네올림픽 당시 동메달을 따낸 뒤 서럽게 눈물을 훔치던 18살 소녀가 있었다. 4년 세월이 흘러 여고생은 어엿한 여대생이 됐고 바야흐로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벼르고 있다. 4년 전 한국태권도 사상 최초로 고교생으로 올림픽에 출전한 '얼짱 태권소녀' 황경선(22. 한체대)이다.
황경선은 지난 4일 올림픽 국가대표 선발 2차 평가전 67kg급 전승으로 올림픽 출전을 확정했다. 지난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태권도 종주국인 우리나라에서 2회 연속 올림픽 출전은 황경선이 처음이다. 고교생과 2회 연속 출전, 2번이나 올림픽 '최초'라는 수식어를 얻은 황경선을 한국체육대학교 도장에서 만났다.
4년 전 '고교생 최초' 출전에 부담감…"동메달 쓰라림, 4년 뒤 약(藥) 됐어요"
"경기장 밖에서 인터뷰는 처음"이라며 수줍어하던 황경선은 아테네대회 얘기가 나오자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당시 황경선은 1회전에서 루오웨이(중국)에 일격을 당했다. 세계대회 2연패를 달성한 김연지를 꺾고 올림픽에 나올 정도로 기대를 모았지만 경험이 부족했다. 결국 황경선은 패자부활전으로 동메달에 그쳤고 루오웨이의 우승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어린 나이에 얻은 '최초'라는 타이틀이 독이 됐다. 황경선은 "정작 시합보다 '고교생 최초 출전'이라는 주위의 관심이 더 부담스러웠다"면서 "열심히 한 게 억울하고 아쉽기만 했다"고 털어놨다.
"경쟁자 이름은 신경 안 써…분석은 끝났다" 강한 자신감
4년의 세월 동안 황경선은 화려한 경력을 쌓았다. 지난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우승과 함께 2005년과 지난해 세계선수권 연패를 일궜다. 무명에 가까웠던 아테네대회 때와는 차원이 다르다.
이런 만큼 자신감은 충만하다. 강력한 우승 경쟁자인 글라디스 에팡게에 대해 "프랑스 선수인데 이름은 어려워서 잘 모른다"고 말할 정도다. 에팡게와 상대전적은 1승1패. 지난해 5월 세계대회 결승에서 승리했지만 9월 올림픽 국가별 출전권을 놓고 열린 예선 결승에서는 졌다.
하지만 이미 자신과 상대에 대한 분석이 끝났다. 탄력과 힘이 좋지만 동작이 크고 느린 유럽선수 특유의 약점을 파고들고 상체를 낮추고 스텝을 빠르게 움직이면 승산이 있다는 것. 황경선은 "태권도는 힘이 아니라 타이밍 싸움"이라면서 "맛을 본 사람이 더 잘 안다. 아테네 경험이 있는 이번에는 자신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올림픽 우승으로 '태권도 사상 최초' '얼짱스타' 부담감 날릴 것"
2~3년 후 은퇴를 고려 중인 황경선에게 이번 올림픽은 마지막일 수 있다. 10살 때 선수 생활을 시작해 인생의 전부가 됐고 은퇴 후에도 지도자 등으로 함께 할 태권도지만 힘겨운 훈련과 시합을 떠나 평범한 일상도 그리운 까닭이다. 그래서 더 이번 올림픽에 거는 기대가 크다.
여기에 '얼짱 태권스타'에 걸맞는 실력을 더 확실하게 입증해야 한다. 황경선은 '얼짱'이라는 말에 손사래를 치면서 "외모가 아닌 실력으로 인정받고 싶다"면서 "세계대회뿐만 아니라 올림픽 우승으로 이를 증명하겠다"며 힘껏 주먹을 쥐어보였다.
[프로필]▲1986년 5월21일생 ▲174cm 66kg ▲서울체고-한체대 재학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동메달, 2004년 태권도 우수선수 선발대회 우승,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금메달, 2005년 및 2007년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금메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