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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인을 포함해 마약 4종류를 투약한 혐의를 받는 배우 유아인이 대중 앞에 고개를 숙였다. 그가 입을 연 것은 프로포폴 상습 투약 혐의로 처음 수사선에 올라 마약 스캔들에 휩싸인지 약 50일 만이다.
지난 27일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유아인을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12시간 가량 조사를 벌인 뒤 귀가 조치했다. 유아인은 이날 오전 9시 20분쯤 경찰에 출석해 그날 오후 9시 20분쯤 조사를 마쳤다. 소환 조사를 받기 전까지 취재진 앞에서 침묵을 지켰던 유아인은 조사를 마친 뒤 취재진 앞 포토라인에 서서 그간의 일들에 대한 심경 및 ㅣ입장을 밝혔다.
유아인은 떨리는 목소리로 “불미스러운 일로 이런 자리에 서서 실망을 드린 점 죄송하다”고 운을 뗐다. ‘경찰조사에서 어떤 질문을 받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는 “언론을 통해 알려진 사건 경위와 관련한 질문을 받았다. 제가 느낄 수 있는 선에서 충분히 사실대로 제 입장을 공유했다”고 답변했다. 그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중간중간 울먹거리는가 하면,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고개를 두 번 숙였다. 유아인은 “아직 수사가 끝나지 않아 직접 내용을 밝히기 조심스럽다”면서도, “저의 일탈 행위들이 누구에게도 피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식의 자기합리화 속에서 잘못된 늪에 빠져있었던 것 같다”고 자책했다. 이어 “입장 표명이 늦어져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런 저를 보시기 많이 불편하시겠지만 이런 순간들을 통해 그간 살아보지 못한, 진정 더 건강한 순간들을 살 수 있는 기회로 삼고 싶다”고 덧붙였다. “실망을 드려 죄송하다”고 재차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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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인이 이병헌과 함께 주연을 맡은 넷플릭스 영화 ‘승부’와 시리즈물 ‘종말의 바보’는 올해 중 선보일 예정이었으나 이 사건의 여파로 공개를 잠정 연기했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이데일리에 “‘승부’에 대한 논의를 제작사 에이스메이커 및 기타 관계사들과 진행 중으로, 공개를 잠정 보류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종말의 바보’ 또한 당초 유아인의 분량을 최대한 편집하는 방향으로 이야기가 진행됐지만, 결국 제작진과 논의 끝에 공개를 잠정 연기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유아인이 출연을 논의 중이던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2’ 측은 고민 끝에 유아인이 연기한 ‘정진수’ 역을 배우 김성철로 대체 캐스팅해 6월 중 크랭크인하기로 했다. 유아인은 또 앞서 영화 ‘소리도 없이’로 호흡을 맞춘 홍의정 감독의 신작 ‘복수귀’로 재회하는 것을 논의했으나 이번 사건으로 불발에 그치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유아인이 출연한 또 다른 영화 ‘하이파이브’의 경우, 촬영을 마친 뒤 현재 후반작업 중이다. ‘하이파이브’ 측은 후반 작업을 거친 후 수사 진행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수사부터 기소 후 선고 결과까지 도출되는데 다소 시간이 걸린다는 점에서, 후반 작업이 끝난 이후에도 개봉 시점을 정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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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유아인의 혐의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그의 상습 프로포폴 투약 정황을 포착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불거졌다. 지난 2월 5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유아인의 신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한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그의 모발, 소변 등을 정밀 감정했다. 그 결과 유아인은 프로포폴, 케타민, 대마, 코카인 등 총 마약 4종류 성분이 검출됐고, 단순 프로포폴 투약 의혹이 마약 스캔들로 확대됐다.
유아인은 마약 전문수사 검찰 출신 및 대형 로펌 출신의 호화 변호인단을 꾸려 수사에 대비했다. 경찰은 소환조사에서 유아인의 투약 경위를 집중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환 조사 이전에는 유아인의 거주지와 프로포폴을 처방받은 곳으로 의심되는 병원 및 의원들을 압수수색했으며, 병원 관계자들과 매니저, 지인 등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투약 경위 및 목적을 추가적으로 조사한 뒤 유아인의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검토해 최종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법조계 관계자들은 유아인의 구속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입장이다. 신민영 형법 전문 변호사는 “유아인이 도주의 가능성이 낮은 공인이라는 점도 그렇고, 연예인이 아니라 해도 마약 투약 초범들은 대부분 불구속 수사를 받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처벌 수위 역시 단순 투약 초범인 경우는 실형을 받을 가능성이 낮다”며 “혐의를 인정하고 반성하려는 태도가 인정돼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를 받는 경우가 많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