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난 두 사람이 새 음반 '소울 하모니'를 8월 초 내놓는다. 김건모 12번째 음반이지만, 'K C 하모니 vs. 김건모'란 이름을 달았다. 'K C 하모니'는 김창환의 닉네임이다.
23일 밤 서울 방배동 김창환 스튜디오로 찾아갔다. 지난 1월부터 두 사람이 매일 만나 연습해 온 장소다. 김건모는 방 한가운데 서서 손짓발짓을 하며 이야기를 하는 중이었고, 김창환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은 빙 둘러앉아 듣고 있었다. "내가 트로트를 하면 이렇게 할 거야. 북하고 심벌을 등에 메고 발을 탁탁 채면서 둥둥 챙! 한 소절 부르고 둥둥!" 사람들이 와르르 표정을 무너뜨리며 웃었다. 김건모도 까무잡잡한 얼굴에 희게 이를 드러내며 키득거렸다.
두 사람에게 "한창 잘 나가던 때 왜 헤어졌느냐"고 물었다. 김창환이 먼저 말했다. "건모랑 헤어진다는 건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죠. 대비도 하지 않았고요. 친동생처럼 생각하고 그만큼 엄하게 대했어요. 술도 못 마시게 하고 속박을 많이 했어요. 그게 스트레스가 된 것 같아요."
김건모는 해군 제대 후 1991년 '평균율'이란 밴드의 보컬로 활동했다. 경기 평촌의 한 지하연습실에서 같은 층의 중국집에서 짬뽕과 볶음밥만 시켜먹으며 연습하던 시절이다. 그때 박미경의 소개로 김창환을 처음 만났다. 신승훈을 발굴해 이름을 알린 김창환은 어려서부터 좋아했던 흑인음악을 준비하고 있었다. "오디션을 보는데 건모가 제임스 인그램의 '저스트 원스(Just Once)'를 부르는 거예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를. '얘구나' 했던 거죠."(김창환)
전곡을 작곡한 새 음반에서 김창환은 팝과 소울, 레게, 보사노바, 발라드까지 13곡을 모두 다른 풍으로 만들었다. 타이틀곡 '키스'는 펑키한 소울. 김건모의 비음(鼻音)과 높은 음역, 보컬로도 스윙감을 낼 줄 아는 재능을 살린 곡이다. '어떡하라고/ 어떡해야 해' 하는 후렴구를 한번만 들어도 흥얼거리게 되는 보사노바 '하루'는 라디오에서 꽤 인기를 끌 것 같다. 다른 곡들에서도 김창환은 김건모를 잘도 요리해냈다. 데쳐야 할 때 삶고 구워야 할 때 튀겨 테이블에 올리기엔 뭔가 모자랐던 김건모의 근작(近作)들과 뚜렷이 구분된다.
"내 얼굴이 편해지지 않았어요?" 김건모는 "너무 오랜만에 만나서 잘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13년 전의 나를 되찾았다"고 했다. "정말 다행이에요." 그가 다시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김창환은 말없이 김건모를 바라보기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