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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만 하면 되지, 왜 캐릭터에 그렇게 푹 빠지느냐고도 할 수 있겠죠. 하지만 영화 속 캐릭터가 다 실존 인물이시고 게다가 아픔을 겪으시다 돌아가신 분들이잖아요.”
‘허스토리’는 1992년부터 1998년까지 6년간 일본 시모노세키와 부산, 즉 관부를 오가면서 일본 정부에 당당히 맞선 종군위안부 생존자들과 그들을 위해 함께 싸웠던 관부재판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 ‘내 아내의 모든 것’ 등을 만든 민규동 감독의 작품으로 27일 개봉한다. 김해숙은 오랜 기간 남몰래 종군위안부의 아픔을 삼켜오다 문정숙(김희애 분)의 설득 끝에 재판에 참여하는 배정길 할머니 역할을 맡았다. 김해숙은 “그 분(종군위안부)들에게 위안이 됐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배우로서 사람으로서 많은 걸 얻어가는 영화였다”고 소감을 말했다.
“민규동 감독의 작품을 좋아해서 출연을 결정했죠. 그런데 종군위안부 영화라는 거예요. 괜히 한다고 했나, 해낼 수 있을까, 도망가면 안되나, 무서웠어요. 그 즈음에 ‘아이캔스피크’라는 종군위안부 소재도 나오는 거예요. 그때 저에게 용기를 준 게 시나리오의 진정성이었죠. 부끄럽지만 관부재판이라는 게 있는 줄도 몰랐거든요.”
“다른 종군위안부 소재와 다른 관점이 있어요. 흔한 회상 신도 안 넣었어요. 다시 말해 현재의 삶에서 시작한 영화죠. 여인들이 누구도 알 수 없는 아픔을 겪고, 그 아픔을 안고 세상에 나오고, 관부재판의 증인석에 서기까지 삶으로 이어지죠. 과거의 삶보다 현재에 어떻게 살아가고 있느냐,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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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숙은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드는 왕성한 연기 욕심을 보여준다. 영화 ‘희생부활자’(2017)·‘재심’(2017)·‘아가씨’(2016)·‘암살’(2015) 등 영화 장르와 캐릭터도 다양하다. “안 해 본 캐릭터에 대한 갈망이 있어” ‘007’ 시리즈에서 MI6 국장 역할로 나오는 주디 덴치 같은 캐릭터에도 매력을 느낀단다.
“영화의 마지막 독백 신이 기억에 남아요. 달달달 대사를 외워서는 안 되는 신이었죠. 열일곱 살 내 모습으로 돌려달라, 그리고 인간이 되어라, 한 여자의 인생이 들어가 있는 대사였죠. 종군위안부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