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살인사건 + '호스텔', 정신과전문의가 본 인과관계

"반사회적 성향, 공포영화 등에 영향 받는다" 손석한 전문의
  • 등록 2013-07-11 오전 10:06:11

    수정 2013-07-11 오전 11:06:17

영화 ‘호스텔’의 한 장면.
[이데일리 스타in 고규대 기자]용인 살인사건 피의자 심모 군이 “공포영화를 자주 봤다”고 밝혀 그 배경에 대해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심 군은 공포영화에 대해 먼저 말한 게 아니라 취재진이 “영화를 보거나 (영화 속의) 상상을 해본 적은 없나”는 질문을 건네자 “옛날부터 잔인한 영화를 많이 봤다”고 대답했다.

심 군이 실제 살인을 하는데 영화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는지는 미지수다. 다만 취재진이 ‘호스텔’이라는 특정 영화를 거론하자 “봤다”고 대답할 정도로 공포영화를 자주 봤던 것으로 관측된다.

정신과전문의는 엽기적 살인범과 공포영화의 인과관계에 대해 “일반 사람의 경우 정의의 편에 서는 게 대부분인데, 반사회적인 사람의 경우 범인의 입장을 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손석한 정신과전문의는 “공포영화를 자주 보면 잔인한 상황에 둔감해진다. 대리만족하거나 직접 해보고 싶다는 충동을 받기도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심 군은 “(공포영화를) 보면서 실행해 보고 싶다고 생각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한번쯤은”이라고 대답하기도 했다.

영화 ‘호스텔’의 포스터.
‘호스텔’은 2005년 미국 일라이 로스 감독이 만든 공포영화로 2007년 국내에서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으로 개봉됐다. 유럽 슬로바키아 지역의 호스텔에 머물고 있는 배낭 여행객들을 납치해 고문과 살인을 즐기는 비밀클럽의 잔인한 이야기 때문이다. 심 군이 봤을 때는 청소년 시기였던 것으로 추측된다.

손석한 전문의는 “19세라면 청소년을 갓 벗어난 시기다. 공포영화를 자주 보고, 오원춘 사건 등 엽기적인 행태를 접하면서 머릿속에 알게 모르게 인지될 수도 있다”며 “성장하는 청소년에게 포르노 영상이나 공포영화 등의 관람을 제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고 말했다.

심 군은 지난 8일 평소 알고 지내던 김 양을 모텔로 유인해 성폭행하려다 김 양이 반항하자 목을 졸라 살해한 뒤 공업용 커터칼로 사체를 훼손 후 유기한 엽기적인 살인을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양 부모의 수사 요청으로 경찰이 수사를 시작하면서 용의선상에 오르자 10일 자수했다.

심 군은 자수에 앞서 자신의 SNS에 “내겐 인간에게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이젠 메말라버렸다. 오늘 난 죄책감이란 감정도 슬픔도, 분노도 느끼지 못했다. 오늘 피 냄새에 묻혀 잠들어야겠다”고 쓰는 등 사이코패스같은 엽기적인 행각으로 네티즌의 공분을 샀다.

◇도움말=손석한 정신과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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