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 우뚝 선 강성훈 "아들아 아빠가 우승했다"

  • 등록 2019-05-13 오후 2:06:13

    수정 2019-05-13 오후 5:11:46

강성훈. (사진=AFPBBNews)
[이데일리 스타in 임정우 기자] 강성훈(32)이 18번홀을 마치고 부인과 아들을 발견하자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무표정이 트레이드마크인 강성훈이 오랜만에 보여준 행복한 미소였다. 강성훈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159경기 만에 정규투어 첫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강성훈은 13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의 트리니티 포리스트 골프클럽(파71)에서 열린 PGA 투어 AT&T 바이런 넬슨(총상금 790만 달러) 최종 4라운드 4언더파 67타를 쳤다. 최종합계 23언더파 261타를 만든 강성훈은 공동 2위 매트 에브리와 스콧 피어시(이상 미국)을 2타 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2011년부터 PGA 투어에서 활약한 강성훈은 159번째 대회에서 생애 첫 정규 투어 우승의 꿈을 이뤘다. 한국 국적 선수의 최근 PGA 투어 대회 우승은 2017년 5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의 김시우(24) 이후 2년 만이다. 강성훈은 최경주(49·8승), 양용은(47·2승), 배상문(33·2승), 노승열(28·1승), 김시우(2승)에 이어 한국인 여섯 번째로 PGA 투어 무대 정상에 올랐다.

우승 상금으로 142만 2000달러(약 16억 7500만원)를 받은 강성훈의 페덱스컵 랭킹은 크게 상승했다. 강성훈은 페덱스컵 포인트 500점을 받으며 지난주 71위에서 50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그는 마스터스 출전권도 거머쥐었다. 마스터스는 전년도 PGA 투어 대회 중 페덱스컵 포인트 500점 이상이 걸려 있는 ‘풀 포인트’ 대회 우승자에게 출전권을 준다. 이번 대회가 PGA 투어의 풀 포인트 대회인 만큼 강성훈은 생애 처음으로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을 누비게 됐다.

강성훈은 대회 셋째 날까지 19언더파를 몰아치며 3타 차 단독 선두로 최종 4라운드를 시작했다. 강성훈이 이번 대회에서 날카로운 샷과 정교한 퍼트를 뽐낸 만큼 우승을 손쉽게 차지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에브리가 무섭게 따라붙었다. 에브리는 전반에만 4타를 줄이며 2타를 줄이는 데 그친 강성훈과의 격차를 1타 차로 좁혔다.

강성훈은 10번홀 버디로 후반을 기분 좋게 시작했다. 그러나 12번홀에서 보기가 나오며 에브리에게 공동 선두를 허용했다. 강성훈과 에브리는 나란히 14번홀에서 버디를 잡으며 공동 선두로 15번홀에 들어섰다.

우승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던 강성훈과 에브리의 승부는 15번홀에서 갈렸다. 강성훈이 버디를 낚아채며 보기를 적어낸 에브리를 2타 차로 따돌렸다. 분위기를 탄 강성훈은 16번홀에서 또 하나의 버디를 추가했고 우승에 한 걸음 다가갔다.

우승 기회를 잡은 강성훈의 마무리도 좋았다. 그는 마지막 18번홀에서 보기를 적어냈지만 에브리와 피어시를 2타 차로 따돌린 우승을 완성했다.

경기 후 강성훈은 “어렸을 때부터 타이거 우즈의 우승을 보고 나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며 “예전부터 꿈꿔온 PGA 투어 첫 우승을 차지하게 돼 매우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강성훈은 이날 경기를 마친 뒤 아내 강소영 씨에게 달려가 달콤한 우승 키스를 전했다. 이어 아들 유진 군을 꼭 끌어안으며 기쁨을 만끽했다. 그는 아들을 품에 안고 “아빠가 우승했다”고 해맑게 웃었다.

그는 “마지막까지 정말 정신이 없었는데 경기가 끝나니까 아내와 아들이 보였다”며 “오래 고생 끝에 우승을 차지한 만큼 가족이 가장 먼저 생각났다”고 말했다.

강성훈은 다음주 열리는 PGA 투어 챔피언십에 집중하겠다는 생각도 밝혔다. 그는 “우승 파티는 저녁에 간단하게 할 예정”이라며 “월요일 새벽에 운동하고 PGA 투어가 열리는 장소로 이동하려고 한다. PGA 투어 챔피언십에서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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