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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9단과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가 대결을 벌이면서 바둑의 미래에 대한 궁금증이 높아졌다. 20년 전 IBM 인공지능 딥블루에 패한 체스의 불운한 운명을 떠올리는 이들도 있다. ‘세기의 대결’로 포장된 이번 이벤트의 승패를 떠나 ‘바둑이 인공지능에 완패하는 날이 곧 도래할 것’이라고 확신하는 이들이 대다수다.
두뇌 스포츠인 바둑은 뇌 세포의 활성화와 판단력, 지구력 등을 극대화한다. 여기서 멈췄다면 중국 요순시대로부터 내려온 바둑은 이미 종말을 고했을지 모른다. 바로 영혼과 영혼의 교류에 바둑의 숨겨진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바둑의 미래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인공지능이 통계적인 숫자의 조합으로 인간의 바둑 실력을 금세 넘을지 모른다. 체스에 이어 바둑마저 인공지능에 압도될 것이라는 예상 속에는 마치 영화 ‘터미네이터’의 한 장면처럼 기계가 인간을 지배할 것이라는 공포도 숨어 있다. 다행히 영화는 인간은 단지 결과에만 집중하지 않고 그 과정을 관조할 줄 아는 덕에 끝내 승리하는 것을 암시한다.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대국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감정적 소요를 통제하는 ‘기 싸움’의 영역은 기계가 가질 수 없는 인간의 기능”이라고 표현한 것도 그 예다.
이번에는 국내에서만 머무는 바람이 아니다. 에릭 슈밋 등 IT 업계 거물조차 바둑을 미끼로 인공지능의 홍보를 위해 한국을 찾으면서 전 세계적으로 바둑에 대한 이목이 집중됐다. 다행히 이들이 인공지능에 열광하는 순간이 감정과 감정의 만남을 지향하는 대체불가능한 바둑의 매력을 되새기는 자리가 될 수 있다. 이재원 문화평론가는 “바둑이 개척하지 못한 서양에서 대학가를 중심으로 바둑 열기가 높아지고 있다는 데 바둑이 다른 형태로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