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이윤건.(사진=스튜디오일공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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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고규대 기자]‘어쩌다 이제 나왔나?’ 배우 이윤건을 본 연예 관계자들의 말이다. 영화 ‘관상’에서 김종서의 측근인 사헌부 관리 조상용 역할은 그에게 안성맞춤이었다. 올곧은 성격, 반듯한 인상 등 어느 것 하나 빼놓을 게 없다. 수양대군이 권력을 찬탈하고 대전에 선 신하들에게 자기 편에 서라고 명령하나 바른 말 멈추지 않고 그 자리에서 죽음을 맞는 장면은 극 중 조상용의 성격을 가늠케 한다.
“‘관상’에 출연하면서 말년운이 좋다는 말을 들었어요. 하관이 잘 빠졌다나요? 나이 마흔 넘어 주목을 받으니 기분이 묘하네요.”
이윤건은 1970년생으로 1993년 연극 ‘죄와 벌’로 데뷔한 후 연극과 뮤지컬 무대에서 주로 활약했다. 2009년 30회 서울연극제에서 신인연기상을 수상했다. 그 스스로 “마흔 넘어 신인상을 수상한 건 아마 이례적일 것”이라고 웃음을 지었다.
이윤건의 영화 출연작도 만만치 않다. 1998년 영화 ‘러브러브’를 시작으로 ‘블루’ ‘취화선’ ‘청연’ 등에서 다양한 매력을 뽐냈다. 영화 ‘스캔들; 남녀상열지사’ 출연 당시 이윤건의 극 중 대사인 ‘통하였느냐’는 이 영화 포스터의 메인 카피로 쓰였을 정도다.
| 배우 이윤건(가운데)는 김의성(왼쪽), 정규수(오른쪽)와 ‘관상’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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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건에게 ‘관상’은 특별한 작품이다. 그의 본명은 이찬영이다. 이번 작품부터 이윤건이라는 예명을 쓰고 있다. ‘윤택하게 세운다’라는 뜻이다. 연기 경력 20년 넘은 배우로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연기에만 몰두하느라 너무 음지에만 있었던 게 아닌가 싶어요. 하하. 그동안 연극과 영화에서 보여줬던 자신을 버리고 양지로 나가보고 싶어요.”
‘관상’ 촬영 초기 이윤건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전라남도 장성의 산 속에서 촬영된 승마 신에서 말이 넘어지는 바람에 미간을 다치는 사고를 당했다. 말이 앞으로 고꾸라졌고, 이윤건도 그 힘에 몰려 바닥에 떨어졌다. 말이 그를 넘어가다 뒷발로 얼굴을 밟았는데, 코 뼈가 3조각이 났다. 얼굴에 보호대를 대고 집중 치료를 한 끝에 2주 만에 촬영장에 복귀했다.
| 배우 이윤건.(사진=스튜디오일공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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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안 밟힌 게 다행이라고 생각하기도 전에 ‘이러다 영화 출연이 불발되면 어떡하나’ 고민부터 앞서더라고요. 좋은 캐릭터를 만나는 게 어려운 일인데,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이윤건은 현재 소속사 없이 혼자 활동하고 있다. 지인의 소개로 영화 오디션에도 빠지지 않고 다닌다. 영화 촬영 끝난 후 수염을 깎았다가 최근 다시 기르기 시작했다. ‘관상’ 속 캐릭터가 사람의 눈에 익은 터라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서다.
“연극 무대에 집중하다 선후배 동료처럼 영화에도 힘을 쏟고 싶어요. 작품을 많이 하는 게 아니라 제 캐릭터에 딱 맞는 역할을 찾다 보니 자주 출연을 못했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