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 이윤건, "말년 운이 좋아요. 스크린에서 다시 출발"(인터뷰)

김종서 측근 사헌부 관리 조상용 역..20년 경력 개성파 배우
본명 이찬영 대신 예명 이윤건으로 스크린 활동 예고
  • 등록 2013-10-17 오전 10:57:34

    수정 2013-10-18 오전 10:28:31

배우 이윤건.(사진=스튜디오일공공)
[이데일리 스타in 고규대 기자]‘어쩌다 이제 나왔나?’ 배우 이윤건을 본 연예 관계자들의 말이다. 영화 ‘관상’에서 김종서의 측근인 사헌부 관리 조상용 역할은 그에게 안성맞춤이었다. 올곧은 성격, 반듯한 인상 등 어느 것 하나 빼놓을 게 없다. 수양대군이 권력을 찬탈하고 대전에 선 신하들에게 자기 편에 서라고 명령하나 바른 말 멈추지 않고 그 자리에서 죽음을 맞는 장면은 극 중 조상용의 성격을 가늠케 한다.

“‘관상’에 출연하면서 말년운이 좋다는 말을 들었어요. 하관이 잘 빠졌다나요? 나이 마흔 넘어 주목을 받으니 기분이 묘하네요.”

이윤건은 1970년생으로 1993년 연극 ‘죄와 벌’로 데뷔한 후 연극과 뮤지컬 무대에서 주로 활약했다. 2009년 30회 서울연극제에서 신인연기상을 수상했다. 그 스스로 “마흔 넘어 신인상을 수상한 건 아마 이례적일 것”이라고 웃음을 지었다.

이윤건의 영화 출연작도 만만치 않다. 1998년 영화 ‘러브러브’를 시작으로 ‘블루’ ‘취화선’ ‘청연’ 등에서 다양한 매력을 뽐냈다. 영화 ‘스캔들; 남녀상열지사’ 출연 당시 이윤건의 극 중 대사인 ‘통하였느냐’는 이 영화 포스터의 메인 카피로 쓰였을 정도다.

배우 이윤건(가운데)는 김의성(왼쪽), 정규수(오른쪽)와 ‘관상’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냈다.
이윤건에게 ‘관상’은 특별한 작품이다. 그의 본명은 이찬영이다. 이번 작품부터 이윤건이라는 예명을 쓰고 있다. ‘윤택하게 세운다’라는 뜻이다. 연기 경력 20년 넘은 배우로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연기에만 몰두하느라 너무 음지에만 있었던 게 아닌가 싶어요. 하하. 그동안 연극과 영화에서 보여줬던 자신을 버리고 양지로 나가보고 싶어요.”

‘관상’ 촬영 초기 이윤건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전라남도 장성의 산 속에서 촬영된 승마 신에서 말이 넘어지는 바람에 미간을 다치는 사고를 당했다. 말이 앞으로 고꾸라졌고, 이윤건도 그 힘에 몰려 바닥에 떨어졌다. 말이 그를 넘어가다 뒷발로 얼굴을 밟았는데, 코 뼈가 3조각이 났다. 얼굴에 보호대를 대고 집중 치료를 한 끝에 2주 만에 촬영장에 복귀했다.

배우 이윤건.(사진=스튜디오일공공)
“눈을 안 밟힌 게 다행이라고 생각하기도 전에 ‘이러다 영화 출연이 불발되면 어떡하나’ 고민부터 앞서더라고요. 좋은 캐릭터를 만나는 게 어려운 일인데,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이윤건은 현재 소속사 없이 혼자 활동하고 있다. 지인의 소개로 영화 오디션에도 빠지지 않고 다닌다. 영화 촬영 끝난 후 수염을 깎았다가 최근 다시 기르기 시작했다. ‘관상’ 속 캐릭터가 사람의 눈에 익은 터라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서다.

“연극 무대에 집중하다 선후배 동료처럼 영화에도 힘을 쏟고 싶어요. 작품을 많이 하는 게 아니라 제 캐릭터에 딱 맞는 역할을 찾다 보니 자주 출연을 못했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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