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 제작자 주필호 "흥행 수익 50% 기부 이유, '더불어' 살고 싶다"

900만 넘는 관객 동원과 계약 조건 감안하면 20억원 육박
4월 세상 떠난 어머니에 대한 감사의 뜻도 담아내
  • 등록 2013-10-21 오후 12:09:04

    수정 2013-10-21 오후 12:09:04

주필호 주피터필름 대표의 더불어 나누는 삶은 그의 평소 모습과 닮았다. 주 대표는 날마다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는 것을 즐기는 ‘풍류남’이자 주말마다 산을 찾는 걸 넘어서 아예 걸어서 출근할 정도로 소박한 삶을 즐기는 ‘자연인’이다. (사진=권욱 기자 ukkwon@)
[이데일리 스타in 고규대 기자]“‘더불어’, 제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예요. 그 단어 뜻대로 함께 사는 게 좋은 일 아닐까요?”

주필호(48) 주피터필름 대표는 최근 영화계를 두 번 놀라게 했다. 영화 홍보사에서 영화 제작사로 변신해 ‘관상’으로 900만 관객을 넘어서는 흥행에 성공한 게 첫 번째 놀라움이고, 그 흥행 수익의 50%를 선뜻 기부한 게 두 번째 놀라움이다. 현재 영화 흥행 성적과 지분 계약 조건을 감안하면 기부 액수만 2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계약서 문구 한 글자뿐 아니라 시간 약속 1분마저 깐깐하게 지키는 그의 모습을 봤던 영화인들은 그의 통 큰 결단에 깜짝 놀랐다. 막 성공가도에 접어든 영화 제작사 대표가 대기업 사장도 내놓기 어려운 액수를 선뜻 기부한 이유는 무엇일까?

“기부한다는 표현보다는 ‘나눔’이라는 표현을 쓰고 싶어요. 온전히 제 것을 누구에게 주는 게 아니잖아요. 사실 저라고 돈을 많이 벌고 싶은 마음이 왜 없겠어요? 스태프의 도움으로, 관객의 사랑을 얻은 수익이니 우리 국민과 나눠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인생에서 돈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을 찾다 ‘나눔’의 의미를 깨닫게 됐죠.”

몇 천 만원, 몇 억도 아니고 20억 원에 가까운 돈을 기부한 데 주위 사람의 이해와 격려가 있었다. 영화 일을 함께하다 2000년 결혼한 방미정 영화 프로듀서와 흥행에 일조한 스태프도 끝내 그의 결단을 응원했다. 주 대표는 영화가 인생의 전부라는 ‘입바른’ 말 대신 그보다 더 소중한 가치를 찾고 싶다고 주위사람을 오랫동안 설득했다.

주필호 대표는 ‘관상’ 촬영이 막 시작된 지난해 늦가을, 서울 종로구 누하동 사무실 인근에 터잡은 아름다운재단을 방문했다. 이미 송강호, 이정재, 김혜수 등 내로라하는 스타급 배우의 출연이 확정된 터라 적지 않은 수익을 기대되던 때였다. 아름다운재단 측은 “일단 개봉한 후 기부액수를 정하는 게 어떠냐”고 했으나 주 대표는 “사람 마음이라는 게 변할 수 있으니 먼저 서약서를 쓰겠다”고 고집을 피웠다.

주필호 대표는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주말의 명화’ 등 TV 영화에서 접한 할리우드 배우의 이름을 줄줄이 외우면서 영화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갖게 됐다. 운명적으로 중앙대학교 영화과에 입학해 연출을 배우게 됐다.1994년 영화마케팅 전문업체 ‘영화방’을 만든 후 영화 ‘친구’의 흥행에 일조하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2000년 수백편의 영화 마케팅에 참여한 힘을 바탕으로 영화제작사 ‘주피터필름’을 설립했고,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 ‘두 개의 달’에 이어 ‘관상’으로 제작자로서 명성도 쌓게 됐다.

“격변의 80년대를 살면서 사회 변혁의 영화에서 인간 중심의 영화로 관심을 갖게 됐어요.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로 제작을 처음 시작했을 때 관객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수익 전액을 기부하려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죠. 당시에는 제작사를 차린 후 첫 작품이라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어서 회사 직원들이 만류했어요.”

주필호 대표는 자신의 삶에 영향을 끼친 이로 지난 4월 세상을 떠난 어머니 고 김윤심 여사를 떠올렸다. 영화계에 뛰어들었을 때 날마다 용기를 주는 응원군이었고, 제작사가 어려울 때마다 금전적 지원을 한 후원자였다. 무엇보다 ‘비우는 인생’을 살라고 알려준 이도 어머니였다. 주필호 대표는 “‘관상’ 촬영 때 그렇게 즐거워했던 분이 흥행하는 것으로 보지 못하고 갑자기 떠나 아쉬워요”라면서 “먼발치에서나마 더불어 함께하는 아들의 모습을 더 보여드릴 싶어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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