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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프로듀서 유한진이 새로운 출발선 앞에 섰다. 유한진은 최근 청춘을 다 바친 둥지였던 SM엔터엔터테인먼트(이하 SM)와의 동행을 끝내고 n.CH엔터테인먼트(이하 n.CH)에 합류했다. 새 둥지에서 그간 못다 펼친 자신의 음악 세계를 펼쳐내겠다는 각오다.
지난 26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n.CH 사옥에서 이데일리와 만난 유한진은 “1998년 정식 입사 이후 SM에서 SM 색깔 음악만 했다. 25년간 인연을 맺은 회사이자 K팝을 대표하는 큰 회사를 떠나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며 “끝내 도전을 택한 제 자신이 기특하다. n.CH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우며 그간 하고 싶었던 저의 음악을 마음껏 선보이고 싶다”고 밝혔다.
유한진은 SM 음악의 산증인이다. 1세대 아이돌 H.O.T.부터 4세대 아이돌 에스파까지, SM 전현직 아티스트들이 음악이 모두 유한진의 손을 거쳤다. S.E.S. ‘러브’(Love), 신화 ‘너의 결혼식’, 동방신기 ‘왜’(Keep Your Head Down), ‘이것만은 알고 가’(Before U Go), ‘썸띵’(Something), NCT ‘뷰티풀’(Beautiful) 등이 대표곡. 유한진의 디스코그라피가 곧 ‘SMP’(SM Music Performance)로 일컬어지는 SM 음악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사, 작곡보다는 편곡 작업에 중점을 두며 SM 아티스들의 음악에 풍성함을 더해왔다. 다나의 데뷔곡 ‘세상 끝까지’가 SM에 입사한 뒤 처음으로 편곡 작업을 담당했던 곡이란다. 유한진은 “편곡 속도가 남들보다 월등히 빠르다는 점이 저의 장점이었다. 소녀시대의 ‘소원을 말해봐’ 편곡도 하루 만에 끝냈다”면서 “그렇다 보니 음반 수록곡들뿐만 아니라 음악 방송용 인트로, 연말 시상식 버전 리믹스 음악 작업 등을 제가 도맡다시피 했다”고 돌아봤다.
그는 이어 “SM 아티스트들의 티저 영상 음악과 콘서트 음악 작업을 담당한 것 또한 저였다”며 “에스파 음악까지 작업하다가 SM에서 퇴사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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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진의 친형은 SM 대표 프로듀서인 유영진이다. 이수만이 유한잔이 미니디스크(MD)에 담아둔 데모곡들을 들은 뒤 ‘SM에 뼈를 묻으라’는 제안을 건넸던 장소도 서울 강남구 방배동에 있던 유영진의 작업실이었다. 하지만 ‘엄한 형’이었다는 유영진은 동생 유한진이 자신과 같은 음악의 길을 택했음에도 따로 지름길을 알려주지 않았단다.
유한진은 “이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저 혼자 일어서야 한다는 게 형의 생각이었다”며 “형이 도움을 주지 않아서 혼자 힘들어하면서 많이 울기도 했는데 돌아보면 그런 시간이 있었기에 저만의 능력을 키울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한진은 “형은 제 인생의 동반자이자 정신적 지주다. 요즘도 고민이 있을 때마다 형에게 조언을 구한다. 주말에 시간이 맞을 땐 같이 오프로드 바이크를 즐기기도 한다”고 했다.
“50살이 넘은 형제끼리 이렇게 끈끈하게 지내는 게 흔한 일은 아니잖아요. (웃음). SM을 떠나는 결정을 할 때도 형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꿈을 펼쳐보라면서 저를 지지해줬어요.”
음악적 뿌리가 딥 알앤비라면 강점은 폭넓고 다채로운 음악 스펙트럼이다. 유한진은 “지난 25년간 수많은 SM 아티스트들과 호흡하고 시시각각 변화하는 음악 트렌드에 발맞춰가며 끈질기게 살아남았다”면서 “저만의 색깔을 고집했다면 지금까지 음악을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이수만 선생님도 긴 시간 동안 다양한 장르와 스타일의 음악을 섭렵하며 고유의 색깔을 만들었다는 점을 저와 형의 강점으로 짚어주곤 하셨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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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물음에 유한진은 “SM에서 15년 정도 호흡을 맞춘 사이”라면서 “긴 시간 함께하며 신뢰를 쌓은 관계이기에 이곳에서도 톱니바퀴가 잘 맞물릴 거라고 생각한다. 힘을 합쳐 n.CH 소속 아티스트들을 빌보드 메인 차트에 입성하는 아티스트로 성장시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유한진은 김하니, MOODE(무드), IRIS(이리스)로 구성된 음악 프로듀싱팀 ‘블랙 다이아몬드’를 이끌고 있기도 하다. 앞으로 프로듀싱팀 일원들과 의기투합해 n.CH 아티스트들을 위한 맞춤 음악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유한진에게 기쁨 마음으로 떠안고 있는 과제다. “n.CH 소속 아티스트들의 음악을 들어보고 미팅을 해보면서 성공 가능성을 느꼈고 잘해내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어요. 요즘 들어 K팝 음악 스타일이 한쪽으로 치우치는 경향이 있는데요, 그런 흐름을 따라가지 않으면서 SM에 있을 때와는 또 다른 색깔의 음악을 들려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