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대표(왼쪽부터), 이세돌 9단, 에릭 슈미트 알파벳 회장이 8일 종로구 포시즌호텔에서 열린 ‘이세돌-알파고’ 대국 미디어 간담회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구글코리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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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고규대 기자] 이세돌 9단과 구글 인공지능 알파고가 세기의 바둑 대결 첫 판이 끝났다. 알파고의 승리였다. 그것도 186수만에 불계승이었다. 유튜브 등 중계방송 게시판에는 “인간이 지다니..충격이다” 등 반응이 나왔다.
이세돌의 패배는 인간이 가진 감정 때문이었다. 이세돌은 바둑의 진행에 따라 간혹 머리를 감싸기도 헛웃음 짓기도 했다. 수의 진행에 따라 기뻐했고, 슬퍼했고, 흥분했고, 낙담했다.
알파고는 흔들림이 없었다. 감정 표현 또한 없었다. 김효정 프로는 “알파고는 좋은 수를 뒀다가 어이없는 수를 두기도 했다”고 말했다. 알파고는 ‘인간 초고수’를 상대로 빈틈을 보이지 않았다.
알파고는 인공지능의 미래와 인간이 갖게 되는 두려움을 모조리 보여줬다. 시간은 알파고의 편이었고, 무(無)감정은 알파고의 장점이었다. 알파고는 지난해 10월 유럽바둑챔피언 판후이 2단과 겨룬 대국에서 5대 0으로 승리했다. 기보 16만 건, 3000만 수를 가지고 스스로 매일 3만 판씩 둬가면서 공부했다. 인간이 하루 세 판씩 두며 연습한다면 천 년 걸릴 양이다. 마지막 대국이 열리는 13일까지 알파고는 인간이 80년 동안 매일 두는 바둑 학습량을 쌓게 된다. 어쩌면 나머지 4국의 승부가 어떻게 될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또 다른 두려움은 감정 기복이 없는 인공지능의 특징이다. 이세돌의 패인은 바로 희노애락의 감정이었다. 이세돌 9단은 중후반 우하귀에서 뜻하지 않게 실수를 하면서 덤에 가까운 집을 손해 봤다. 유창혁 9단은 “평소 이세돌 9단이라면 둘 수 없는 수였다”고 평했다.
지칠 줄 모르는 인공지능의 특성, 그리고 금속처럼 차가운 냉정. 반상에서 어느 한 순간 틈을 보이지 말아야 하는 승부의 세계에서 인간이 갖지 못한, 그러나 알파고가 가진 최고의 무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