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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주가 9번홀(파5) 112야드 지점에서 세 번째 친 공이 홀에 들어갈 뻔하다가 바로 앞에 멈췄다. 이글이 되지 않았으나 탭인으로 이날 첫 버디를 기록했다. 순간 갤러리의 탄성이 터졌다.
3일 경기 여주시 페럼 클럽(파72)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총상금 12억 5000만 원) 첫날 1라운드. 한국 남자 골프의 간판 최경주의 ‘명품샷’을 보기 위해 찾아온 갤러리들은 9번홀에서 기다렸던 버디가 나오자 일제히 환호했다. 버디가 생각보다 늦게 나왔으나 이 하나의 버디가 최경주가 왜 세계 정상급 선수인지를 보여줬다.
한 갤러리는 “아깝다. 들어갔으면 더 좋았을 텐데….”라며 최경주보다 더 아쉬워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와 챔피언스 투어 통산 10승, KPGA 투어 16승, 일본 4승 등 세계 무대에서 30승을 거둔 최경주의 경기는 기품이 다르다. 스코어상으로는 다를 게 없는 버디지만, 팬들에게 전해지는 감동의 무게가 다르다. 그래서 보는 재미가 더 있다.
최경주는 지난 3년 동안 이 대회에서 연속으로 컷 탈락했다. 러프를 기르고 페어웨이 폭을 좁혀 난도를 높인 코스에서 고전했다. 또 시즌 중 귀국해 대회에 참가하면서 매번 시차적응 등 어려움도 있었다.
대회 개막을 준비하는 최경주는 어려운 경기를 예상하면서 “주말에도 코스에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다짐했다. 계획대로 산뜻하게 출발했다.
최경주의 명품샷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10번홀(파4)에선 티샷이 러프에 들어갔다. 홀까지 약 160야드 남았고 우드를 꺼내 힘껏 친 공은 그린 뒤로 굴러가 다시 러프에 멈췄다. 연속된 위기에서 정교한 쇼트게임이 돋보였다. 어프로치샷으로 공을 홀 1.5m에 붙였고, 파 퍼트를 넣으면서 타수를 지켜냈다. 팬들의 박수가 터졌다.
17번홀(파4)에서는 그림 같은 퍼트로 팬들을 열광시켰다. 약 17m 거리에서 굴린 공이 경사를 타고 홀 앞까지 굴러가 바로 앞에 멈췄다. 버디로 연결하지 못했으나 완벽한 거리감을 선보여 추위 속에서도 경기를 관전하는 팬들에 볼거리를 선사했다.
18홀 동안 버디는 단 한 개뿐이었지만, 그래도 팬들은 즐거워했다. 보기 3개를 적어낸 최경주는 합계 2오버파 74타를 쳐 공동 51위로 1라운드를 마쳤다.
1라운드에선 6언더파 66타를 몰아친 이수민이 단독 선두로 나서 통산 5승의 발판을 만들었다. 이수민은 2019년 이 대회 우승자다.
이동환과 이규민이 나란히 4언더파 68타를 적어내 선두에 2타 뒤진 공동 2위에 자리했고, 3언더파 69타를 친 이상희, 황인춘, 이지훈이 공동 4위, 디펜딩 챔피언 함정우는 2언더파 70타를 쳐 공동 6위에 이름을 올려 대회 2연패에 순항했다.
KPGA 제네시스 대상 1위 장유빈은 오구(Wrong Ball) 플레이에 발목이 잡혔다. 10번홀(파4)에서 샷이글을 뽑아내는 등 이날 12번홀까지 4타를 줄였으나 13번홀(파4)에서 티샷 후 오구 플레이 실수를 하면서 상승세가 멈췄다. 벙커에서 두 번째 샷을 한 뒤 그린에 올라갔으나 장유빈의 공이 아니었다. 러프에 떨어진 공을 찾아 4번째 샷을 했고 2퍼트로 마무리해 더블보기를 했다. 오구 플레이는 2벌타(골프규칙 15-3)다. 그 뒤 17번홀과 18번홀에서 보기와 버디를 적어낸 장유빈은 2언더파 70타를 쳐 함정우와 함께 공동 6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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