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에서] 서울에 부채시계를 만들자

  • 등록 2011-11-15 오후 12:31:00

    수정 2011-11-15 오전 11:23:18

[이데일리 조용만 기자] "우리 세대의 빚으로 인해 다음 세대가 망가지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

세계 금융중심지 미국 뉴욕의 맨해튼에 `국가 부채시계`(National Debt Clock)를 만들어 세운 시모어 더스트(Seymour Durst)는 가족과 지인들에게 종종 이같은 말을 했다. 나라빚이 눈덩이처럼 쌓여갔던 1980년대초, 그는 연말이면 상하원 의원들에게 카드를 보내곤 했는데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그런데 미국 국가 부채중에 당신 몫은 3만5000달러예요`라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부채시계를 세운 이유는 늘어나는 나라빚과 이로 인해 국민들이 떠안게 되는 부담의 실상을 정확히 알려 경각심을 높이자는 의도였다. 이같은 구상은 그가 76세때인 1989년에서야 빛을 보게 되는데 당시 타임스광장 인근에 세워진 부채시계는 2조7000억달러로 출발했다. 2000년 들어 국가부채가 줄어들면서 잠시 가동을 멈췄던 시계는 2002년 7월 다시 작동했는데, 당시 부채규모는6조1000억달러. 나라빚은 이후 갈수록 늘어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9월30일 10조달러를 돌파했다.

부채시계 웹사이트에 따르면 미국의 국가부채는 매일 39억달러씩 늘어나는데 14일 현재 14조9895억달러다. 미국 인구가 3억1165만명이니 1인당 부채규모는 4만8094달러, 원화로는 5400만원 정도 된다.

나라빚은 미국뿐 아니라 세계적인 화두다. 그리스에서 촉발된 재정위기의 불똥이 이탈리아로 튀었고, 온갖 추문속에서도 권좌를 지켜왔던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는 국민들의 야유속에 불명예 퇴진했다. 빚 문제는 강건너 불구경이 아니다. 나라와 가계, 기업과 개인이 총체적인 빚의 난국으로 빠져들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한국의 국가부채 규모는 올해 435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35.1%에 달한다. 미국이나 유로존 등 선진국에 비해 낮은 편이지만 공기업 채무 등 공공부문 부채를 포함하면 나라빚은 GDP의 100%를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경제통으로 불리는 한 여당 의원은 최근 국가부채 규모를 1848조원으로 추산하기도 했다. 경제성장률과 비교할 때 국가채무 증가 속도가 훨씬 빠르다는 것도 우려를 더한다.

평균 5200만원을 웃도는 가계부채 상황은 더 심각하다. 늘어나는 가계빚 규모도 문제지만 돈벌어 빚갚을 체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소득이 낮을수록 빚의 유혹은 커지는데, 그럴수록 상환 능력은 떨어진다. 개인들은 대학 등록금에서부터 결혼 자금과 주택 구입, 자녀 사교육비 등으로 평생 빚을 져야 하는 상황이 펼쳐진다. 국민 한사람당 5장에 육박하는 신용카드는 과거 카드대란 수준에 육박한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 주변엔 TV와 신문 광고, 각종 전단지와 휴대전화 문자까지 빚 권하는 메시지들만 난무한다.

지난주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 통계청은 공동으로 가계부채에 대한 보도자료를 냈다. 차제에 한가지 제안하고 싶다. 중앙은행과 감독당국, 정부가 뜻을 모아 서울에 부채시계 하나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대책도 중요하다. 하지만 사후에 병을 잘 고치는 것 보다 사전에 병이 안나도록 예방하는 것이 명의다. 부채의 심각성을 국민들이 정확히, 그리고 광범위하게 인식하는 것은 선제적 통화·감독정책의 수립과 집행에도 도움이 된다. 선택적이냐, 보편적이냐를 놓고 치열하게 전개되는 복지논쟁도 나라와 가계빚의 실상을 똑바로 알면 보다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

실상이 정확히 전달되는 게 두렵다면 어쩔 수 없지만, 적어도 현재 우리의 빚 문제와 사회 분위기로 봤을 때 부채시계 하나 만드는 것은 실보다는 득이 훨씬 많아 보인다. 참고로 더스트가 1989년 부채시계를 세울 때 들인 돈은 10만달러였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57세' 김희애, 우아美
  • '쾅' 배터리 공장 불
  • 엄마 나 좀 보세요~
  • 우승 사냥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