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형 점포에 'TV 뱅킹'까지…은행권, 시니어 고객 모시기

늘어나는 고령 인구에 시니어 혜택 늘려
  • 등록 2023-10-02 오전 8:00:22

    수정 2023-10-02 오전 8:00:22

KB 시니어 라운지. (사진=KB국민은행)


[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신한은행은 지난 6월 26일부터 서울·수도권 소재 복지관을 매달 25일 방문하는 ‘찾아가는 시니어 이동 점포’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름처럼 고령층에 특화된 점포다. 지난 6월에는 양천구, 7월엔 미추홀구의 노인 복지관을 찾았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운영되며 연금 수령, 입출금 통장 재발행 등 고령층 고객이 자주 이용하는 금융 업무와 함께 보이스피싱 예방 교육 등을 해준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향후 전국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들이 노년층 고객 잡기에 나서고 있다.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는 데다 고령층 고객은 ‘자산 파워’가 큰 경우도 많아 놓칠 수 없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고령화율(총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지난해 말 17.5%(901만8000명)다. 일본(29.9%)보단 낮지만 2045년엔 일본마저 추월하게 된다는 관측이 나올 정도로 고령화 속도가 빠르다.

최근 1년여 사이 은행들이 내놓고 있는 대표적인 고령층 고객 대상 서비스는 이른바 ‘찾아가는 은행 점포’다. 신한은행 말고도 KB국민은행이 먼저 지난해 7월 ‘KB 시니어 라운지’를 오픈했다. 은행 점포처럼 꾸민 대형 밴이 서울 중랑·구로·은평·노원·강서구의 노인 복지관을 매주 방문한다. 국민은행도 마찬가지로 전담 직원이 소액 현금 입출금, 통장 재발행, 연금 수령 등의 서비스를 처리해준다. KB국민은행은 오는 12월부터 시니어 라운지를 확대 운영한다.

우리은행도 지난 4월부터 서울·경기 지역에서 고령 인구 비중이 높으면서 반경 1㎞ 내 우리은행과 우체국이 없는 지역을 5곳 골라 이동형 점포인 ‘어르신을 위해 달려가는 은행’을 운영하고 있다. 향후 시니어 고객 만족도와 수요를 고려해 수도권 이외 지역까지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다.

고령층 고객의 금융 편의성을 높이려는 서비스도 나오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 7월 SK브로드밴드와 손잡고 ‘TV 공과금 납부’ 시범 서비스를 내놨다. 고령층 고객이 익숙한 TV를 활용해 큰 화면과 손쉬운 조작만으로 국세, 지방세, 4대 보험, 전기요금 등 생활 공과금을 간편하게 조회·납부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고령층 고객들이 모바일 뱅킹을 하면서 겪는 어려움을 보완하고, 단순 거래를 위해 영업점까지 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은행들은 ATM의 안내 음성을 기존보다 느리게 조정하고, 큰 글씨와 쉬운 말로 바꾸는 등 고령층에 특화시키는 작업도 하고 있다. 스마트폰 앱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노년층을 위해 ‘고령자 모드’ 서비스도 내놓고 있다. 예컨대 카카오뱅크 앱의 ‘간편 홈’ 모드는 일반 모드와 달리 글씨 크기를 키우고 ‘대표 계좌’ ‘카드’ ‘내 계좌’ 탭 등 화면이 간명하게 구성된다. ‘중년 노린 보이스피싱, 어떻게 2시간 만에 2천만원 빼냈을까’와 같은 금융 사기 방지와 관련된 콘텐츠도 제공한다. 앱 하단에서 ‘간편 홈’ 버튼만 누르면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

(사진=신한은행)


이밖에 고령층에게 계좌이체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혜택도 주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2월 5일 만 60세 이상 고객이 은행 창구에서 돈을 보낼 때 내는 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디지털 뱅킹 채널을 통한 금융 업무가 쉽지 않아 창구 이용 빈도가 높은 고령층 고객에게 혜택을 준 것이다. 약 25만명에 달하는 고령층 고객이 금액에 따라 건당 600~3000원에 이르는 창구 송금 수수료를 면제받는 혜택을 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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