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클랜드·퀸스타운(뉴질랜드)=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뉴질랜드에선 노후 생활 걱정이 없어요. 정부가 있잖아요.”
| 뉴질랜드 오클랜드의 ‘포레스트 힐(Forest Hill Home&Hospital)’ 사립요양병원에서 노인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사진=조민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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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이 살기 좋은 뉴질랜드에서 국민들은 ‘나이듦’ 걱정을 하지 않는다. 앞으로도 정부가 복지 문제를 잘 풀어낼 것이란 굳건한 믿음 덕분이다. 특히 청년들이 중장년층보다 정부의 나이듦 준비성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며 고령화 문제도 지혜롭게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뉴질랜드 사회개발부가 2021년 발표한 ‘나이듦에 대한 인지 보고서’(Attitudes towards Ageing report)에 따르면 국민의 49%가 “뉴질랜드가 앞으로 15년 간 증가하는 노인 인구에 잘 대비할 것이란 확신을 갖고 있다”고 했다. 지난 2016년 38%가 같은 답변을 한 비율에 비해 11%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특히 연령대별로 보면 18~34세가 35세 이상보다 고령화에 대한 자신감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뉴질랜드의 노인복지제도 주춧돌은 바로 ‘연금’이다. 우리나라와 달리 뉴질랜드의 노인연금은 세금을 재원으로 삼고 있어 누구나 받을 수 있는 정액(2314뉴질랜드달러, 한화 182만원) 기초연금이다. 연금을 받는 조건도 까다롭지 않아 65세가 넘은 시민권자라면 국적과 소득수준에 상관없이 노인연금을 받을 수 있고, 동시에 일도 할 수 있다. 은퇴 개념이 법적으로 규정되지 않은 탓에 연금을 덜 받는 대신 일을 할 수 있는 선택권도 주어지는 셈이다.
여기에 뉴질랜드는 각종 무료 의료복지 서비스와 요양시설 지원 등 다양한 기둥을 쌓아 올려 체계적인 노인복지를 시행한다. 노인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라면 국공립, 사립 여부를 따지지 않고 후하게 지원하는데, 노인요양시설과 시민복지단체가 각 지역에서 질 높은 노인복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발판이 되어준다.
4년간 노인학대를 당하던 중 오클랜드 복지단체 도움을 받아 요양원에 들어간 코닐리어스(82) 할아버지는 “단체가 직접 나서 알아봐 준 덕분에 이웃도 생기고, 친구도 생겨서 이젠 외롭지 않다”고 했다. 모르는 남성의 제안을 받아 얹혀살게 된 그는 하루에 서너 번씩 장보기 심부름을 하고 집안일을 하면서 열악한 생활을 해왔다. 코닐리어스씨는 “정부와 복지단체가 포괄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한 덕택”이라며 “또 다른 노인이 나와 같은 경험을 하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다이앤 터너 사회개발부 노인복지실장은 “정부는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어딘진 상관없이 폭넓게 지원하고 있다”며 “뉴질랜드에선 모두에게 연금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행운”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