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클랜드·퀸스타운(뉴질랜드)=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어디에서 왔든, 어떤 언어를 쓰든, 문화적 배경이 달라도 모두가 평등한 지원과 도움을 받아야 해요.”(케빈 램 에이지 컨선 오클랜드 대표)
뉴질랜드에서 가장 큰 노인복지단체 ‘에이지 컨선(Age Concern)’에서 일하는 써니 리씨는 유일한 한국인 직원이다. 한국 커뮤니티 커넥터 직위를 맡고 있는 그는 언어가 서툴러 열악한 환경에 놓인 한국계 노인들이 키위(Kiwi·뉴질랜드인을 뜻하는 단어)와 똑같은 복지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씨는 “정부의 노인복지가 잘 마련돼 있어도 이용하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며 “언어가 부족한 아시아계 노인을 도와 한 명이라도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 뉴질랜드에서 가장 큰 노인복지단체 ‘에이지 컨선(Age Concern)’ 오클랜드 에본데일 사무실의 아시안팀 사무실.(사진=조민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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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에선 각 지역별로 활동하는 노인복지단체가 한국의 주민센터 역할을 한다. 노인을 위한 사회 교류 프로그램을 진행하거나 국가 복지혜택을 연결하는 등 주민센터 복지팀이 담당하는 일을 복지단체가 정부 지원을 받아 실시하는 구조다. 오클랜드, 퀸스타운 등 총 34개 지부로 운영 중인 에이지 컨선은 △노인학대 상담 및 법률자문(Intervention) △사회 연결(Social connection) △올바른 나이듦(Ageing well) 등 3가지를 주요 목표로 삼고 노인을 돕고 있다.
오클랜드 사무실은 뉴질랜드 인구의 3분의 1이 살고 있는 지역인 만큼 한국어, 중국어(북경어), 광둥어, 일본어를 지원하는 아시안팀이 꾸려져 있다. 200개 넘는 인종이 모여 다문화 사회를 이룬 뉴질랜드도 복지 사각지대에 놓이는 이민자들이 적지 않은데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대부분 해당 국가 출신인 아시안팀 직원들은 아시아계 노인들이 지역 사회에서 고립되지 않도록 적절한 지원을 제공한다.
노스쇼어에 살던 70대 한국인 노인 이모씨는 얼마 전 노인복지단체의 도움을 받아 단칸방에서 정부임대주택으로 집을 옮겨 주거환경이 크게 나아졌다. 그는 5년 전 신청한 임대주택 결과가 감감무소식이었지만 영어실력이 부족해 문의하기 어려워 그저 손 놓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씨는 “곰팡이가 가득한 집에서 살고 있었는데 한국어를 할 수 있는 직원을 만나 다행히 해결할 수 있었다”고 했다.
3년 전 손주를 돌보러 오클랜드에 왔다가 가족들에게 버림받은 70대 후반의 인도인 마나시(가명) 할머니도 복지단체 도움으로 임시 거주를 찾고 본국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마나시씨는 “가족들이 오클랜드에 있던 집을 팔고 호주로 갔는데 따라가지 못했다”며 “공항에서 노숙하던 중 단체 도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 케빈 램 에이지 컨선(Age Concern) 오클랜드 대표(왼쪽)와 아시안팀에서 근무하는 써니 리 한국 커뮤니티 커넥터(오른쪽).(사진=조민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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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에선 아시아계를 비롯한 다양한 출신의 이민자들이 많아지면서 각 국가별, 언어별 지원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뉴질랜드 통계청 인구 예측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8년 77만 명이던 아시아계 인구는 오는 2028년 100만 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2043년에는 132만∼158만 명으로 늘어 4명 중 1명꼴이 될 예정이다.
랜 대표는 “백인도, 마오리도, 퍼시피카(pasifika·피지, 통가 등 태평양 섬나라 사람을 지칭하는 말)도 대부분 지원받고 있지만 아시안은 노인복지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여전히 동남아나 중동 지역 국가에서도 피난이나 이민을 오고 있고, 특히 무슬림도 많다. 다문화 지원을 늘려 법적으로 모두가 평등한 지원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제작됐습니다.(통·번역 도움=이다윗 통역사) | 지난 5일 뉴질랜드 노인복지단체 ‘에이지 컨선(Age Concern)’ 퀸즈타운 사무실.(사진=조민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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