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유치원 중복지원 검증은 '허탕', 학부모는 '골탕'

지원자 명단 수정·삭제는 기본..미제출 유치원 다수
미달 유치원들 중복적발로 합격자 빠져나갈까 우려
부모들 "중복지원 포기한 사람만 손해 본 셈" 분통
  • 등록 2014-12-17 오전 6:30:00

    수정 2014-12-17 오전 8:30:05

다수의 서울 유치원이 ‘지원자 명단’ 제출을 거부하면서 서울교육청의 원아모집 개선안은 사실상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졌다. 사진은 지난 10일 서울 한 국공립유치원 추첨 모습. (사진 = 뉴시스)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서울시교육청의 어설픈 유치원 모집 개선안이 현장의 혼란만 부추긴 채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시내 유치원 상당수가 중복지원 여부를 가려낼 수 있는 ‘지원자 명단’ 제출을 거부하거나 중복지원했다가 이중으로 당첨된 부모들을 명단에서 삭제하는 꼼수로 시교육청의 중복지원 검증 절차를 사실상 무력화한 때문이다. 학부모들은 “교육청의 준비 없는 밀어붙이기 정책 추진으로 정직한 학부모만 피해를 입게 됐다”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유치원 측 “중복지원 당첨자는 명단서 빼 드려요”

서울 강서구에 거주하는 이모(41)씨는 최근 5세 아이가 다닐 유치원을 알아보기 위해 한 사립유치원 설명회에 참석했다가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다. 이 유치원 측은 “우리 유치원 외에 다른 곳도 지원했다가 당첨되면 전화를 달라”며 “중복지원이 되지 않도록 교육청에 신고할 명단에서 이름을 삭제해 주겠다. 다른 유치원들과도 얘기가 돼 있다”고 오히려 중복지원을 부추겼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달 무제한으로 지원하던 기존 방식 대신 유치원을 나눠 추첨일별로 1회씩 4차례만 지원하도록 하는 유치원 원아모집 개선안을 내놨다. 무차별 중복지원으로 인해 실수요자가 피해를 보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한 차원에서다.

개선안의 핵심은 중복 지원자를 어떻게 적발하느냐다. 개인 식별과 정보보호가 가능한 전산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시교육청은 일선 유치원으로부터 ‘보호자 이름’, ’원아 이름’, ‘원아 생일’을 받아 중복 여부를 확인하기로 했다. 결국 유치원이 제공한 지원자 명단에 누락됐거나 혹은 제출을 거부하면 중복지원을 가려낼 수 없다는 얘기다.

명단 제출 자체를 거부하는 유치원도 적지 않다. 강북지역 한 유치원 관계자는 “학부모에게서 개인정보를 교육청에 보내도 된다는 동의를 받지 못해 명단을 제출하지 않을 예정”이라며 “학부모 중 일부는 ‘개인정보를 동의 없이 교육청에 보내면 법적으로 따질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고 전했다.

시교육청은 개인정보를 공익을 목적으로 한 행정업무에 사용될 때는 개인 동의 없이도 사용할 수 있다며 부모 동의 여부에 관계없이 명단을 제출하라고 유치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그러나 마감일인 15일까지 지원자 명단을 교육청에 제출한 유치원은 소수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명단을 취합하고 있는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수치를 밝힐 수 없지만 명단을 낸 유치원이 많지 않다”며 “전화와 문자로 계속 제출을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모들 “정직하게 지원한 사람만 손해 본 셈” 분통

명단을 제출하지 않은 유치원들 중 상당수는 모집한 원아가 정원에 미달한 곳들이다. 정원도 못 채운 상태에서 중복지원자까지 적발돼 빠져나가면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는 서울시 유치원의 약 30%만 명단을 제출할 것으로 예상했다.

서울교육청은 중복지원한 사실이 확인되면 당첨된 모든 유치원의 등록을 취소한다는 방침이나 이 역시 실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한 유치원 관계자는 “원아가 줄어들면 그만큼 유치원 운영이 어려워진다”며 “교육청이 합격 취소를 요청해도 이를 그대로 수용할 원장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시교육청은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교육청 관계자는 “유치원들이 행정업무를 할 시간이 부족해 명단을 아직 못 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당연히 모든 유치원이 낼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 관계자는 “교육청이 중복지원을 거르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게 이해가 안된다”며 “중복지원하면 문제가 될까봐 지원을 포기한 부모들만 결국 피해를 입은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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