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접보글 이블까요?"…몰려오는 외국인, 조선소 풍경이 변했다

■외국인 근로자가 몰려온다
울산·거제 조선소 외국인 교육현장 가보니
韓 정착 위해 교육 집중하는 외국인 노동자들
조선소·지자체 모두 외국인 노동자 지원 총력
"주민들 불안 없애고 외국인 정착시킬 정책 필요"
  • 등록 2024-02-28 오전 6:00:00

    수정 2024-02-28 오전 6:00:00

[울산·거제=이데일리 황병서·손의연 기자] “용접보글 이블까요?(용접복을 입을까요)”

외국인 근로자 10여 명이 모인 울산 HD현대중공업 기술교육원. 다소 어눌한 발음이지만 한국어 교육을 받는 그들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이들의 책상 위에 놓인 교재는 ‘용접 한국어’였다. 이 책에는 현장에서 일할 때 필요한 한국어 단어와 함께 실생활에서 쓰는 문장도 담겨 있었다. 인도네시아에서 온 꾸루니아완(23)씨는 “한국어 교육 내용은 현장에서 상당 부분 도움이 된다”며 “이곳에서 더 일하고 싶은데 한국어뿐 아니라 정착을 위한 지원도 많아 만족한다”고 말했다.

태국인 근로자들이 태국 전담 코디네이터로부터 안전교육을 듣고 있다. (사진=한화오션)
경남 거제에 있는 한화오션에서도 외국인 근로자의 빠른 업무 적응을 위해 지난해부터 ‘외국인 전담 코디네이터’를 고용했다. 외국인 근로자에게 현지어로 안전뿐 아니라 업무교육에서도 정확한 내용을 전달하기 위한 차원에서다. 탐얏 미얀마 코디네이터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7개국의 전담 코디네이터들이 안전교육 업무와 전체적인 통번역 업무를 하고 있다”며 “각 국가별로 근로자의 업무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각기 필요한 교육활동도 하고 있고 업계 전문 용어를 각 나라에 맞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꾸루니아완씨 처럼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울산·거제 등을 찾는 외국인 근로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 정부가 E-9 비자(단순노무) 외국인 근로자 고용 허가를 완화하면서 올해에는 역대 최대인 16만5000명이 들어올 전망이다. 특히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등 대형 조선사가 밀집한 경남 지역은 올해 외국인 산업인력 목표를 6만7000명으로 세워 지역경제 활성화를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코로나19이후 찾아온 조선업 호황으로 한국 조선사들이 쌓아둔 일감이 3년치를 웃돌면서 도장·용접 등 숙련인력이 필요한 상황과도 맞물려 있다.

(그래픽=김정훈 기자)
미얀마에서 온 신규 외국인 근로자들이 한화오션에서 전담 코디네이터로부터 안전교육을 받고 있다. (사진=손의연 기자)
당장 올해만 수백명의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는 조선업계는 이들의 업무 숙련도를 향상시키는 동시에 한국생활에 적응시키기 위한 여러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김창유 현대중공업 동반성장인력지원부 책임 매니저는 “현대중공업 외국인지원센터에 소속된 외국인 강사가 교육을 진행하며 교육비·교재비 등 비용 전액을 현대중공업이 부담한다”며 “현재는 태국어반과 인도네시아어반을 운영하고 있는데 조만간 베트남어반 등을 개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상인과 주민 등 지역사회에선 외국인 근로자들의 대규모 유입에 따른 불안감도 존재한다. 상인들은 외국인 근로자가 늘어난다고 해서 지역 상권이 당장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하진 않는 분위기다. 외국인 근로자들 대부분은 가족을 위해 월급의 상당 부분을 본국으로 송금하고 있어서다. 지역 주민들은 특히 외국인 근로자에 의한 범죄 등 치안도 우려하고 있다. 이규용 한국노동연구원 고용정책연구본부장은 “외국인이 지역에서 생활하고 주거가 안정돼야 고용이 소비로 이어질 수 있다”며 “지역 활성화 차원에서 지역에 정착할 의지가 있는 외국인 근로자는 선별지원해주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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