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이자만 모아도” 서도철 형사는 집을 샀을까[씬나는경제]

영화 베테랑, 악행 일삼는 재벌 2세 조태오 끈질긴 추격전
열혈 형사 서도철, 전세대출 걱정하는 우리 시대 서민일 뿐
금리 향방 가늠 어렵지만, 아파트 매매가 반등에 수요 증가
  • 등록 2023-05-27 오전 11:24:59

    수정 2023-05-27 오후 2:49:45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영화 속 장면 곳곳에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이 담겨있습니다. 씬(Scene)을 통해 보이는 경제·금융 이야기를 자유롭게 풀어봅니다. [편집자주] ※스포일러 주의: 영화의 줄거리와 결말이 노출될 수 있습니다.

불륜 커플로 위장해 수사를 펼치는 서도철과 미스봉. 알고 보면 서로 욕으로 덕담(?)을 주고 받는 찐선후배다. (사진=CJ ENM)
불륜 관계로 보이는 커플이 중고차 매매단지에 들어섭니다. 중고차 딜러로 보이는 사람(배성우)에게서 벤츠 자동차를 시원하게 구매합니다. 그런데 중고차를 팔았던 사람들이 밤에 몰래 와서 벤츠를 다시 빼돌립니다. 팔았던 중고차를 다시 훔친 후 해외에 몰래 내다 파는 범죄 조직이었던 것이죠.

불륜 커플로 위장했던 서도철(황정민)과 미스봉(장윤주)을 비롯한 경찰들은 러시아 조직까지 연루된 조직을 일망타진하면서 승진 찬스를 획득, 경찰청 본청으로 입성하게 됩니다. 탄탄대로를 걸을 것만 같던 서도철 일행이지만 어쩌다 빌런을 마주칩니다. 바로 재벌 2세 조태오(유아인)입니다.

마약·싸움 즐기는 조태오, 20년 징역 예약?

영화 ‘베테랑’은 악행을 일삼는 재벌 2세를 잡기 위한 서도철 형사의 활약을 그렸습니다.

영화를 연출한 류승완 감독은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를 시작으로 ‘피도 눈물도 없이’ ‘아라한 장풍대작전’ ‘짝패’ 등 사실적이면서도 유쾌한 액션 영화를 만드는데 일가견이 있습니다. 액션과 코미디를 적절히 섞은 베테랑은 호평을 받으면서 1300만명 가량의 관객을 동원해 ‘천만 영화’에 들기도 했습니다.

영화 줄거리는 간단합니다. 조태오는 하청업체와 분쟁을 겪던 화물차 기사인 배기사(정웅인)를 폭행한 후 계단에서 떨어트려 자살로 위장하려 합니다. 마침 배기사와 인연이 있던 물불 가리지 않는 서도철 형사의 감시망에 걸리게 되고 끈질긴 추적 끝에 검거에 성공합니다.

국내 굴지의 재벌그룹의 일가인 조태오는 그룹 내 입지가 좋은 편은 아니었습니다. 번듯한 계열사 대표를 노리지만 난잡한 사생활 등으로 쉽게 오를 순 없었죠. 여기에 배기사 폭행과 관련한 서도철의 수사가 겹치자 점점 더 난폭해지고, 경찰인 서도철의 살인을 교사하기도 합니다.

“내가 지금 어이가 없네”라고 얼굴 찡그리는 조태오. 이때만 해도 현실에서 이와 비슷한 이미지일줄은 몰랐다. (사진=CJ ENM)
결국 조태오가 발목 잡힌 부분은 사회 지도층과 함께 했던 은밀한 ‘마약 파티’였습니다. 늘 마약에 취해있던 조태오를 비롯해 그와 비슷한 부류들은 출동한 경찰들에 의해 검거되죠.

조태오는 명동 한복판으로 차를 몰고 나간 ‘광란의 레이스’를 펼치며 도망가지만 서도철에게 잡히고 맙니다.

조태오는 서도철과의 사투 끝에 그를 때려눕히고 “너가 얼마나 날 붙잡을 수 있을 거 같냐”며 일갈합니다. 그치만 막판에 나타난 미스봉의 ‘한방’에 나가떨어집니다. “20년 걸린다 XXX야”란 사이다 발언과 함께요.

조태오의 죄목은 마약류관리에의한법률 위반, 성매매특별법 위반, 아동청소년성보호에관한법률 위반에 음주·과속·공공시설 파손, 공무집행 방해, 배기사 폭행 및 살인 미수, 경찰관 살인 교사 등등 다양했습니다.

최근 현실에서는 조태오 역할을 맡았던 배우 유아인이 실제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을 보고 사람들은 얘기하죠. “어이가 없네?”

치솟는 대출금리, 아파트 매수 타이밍 맞나

격무를 마치고 퇴근한 서도철도 집에서는 아내의 따가운 눈총과 잔소리를 받는 애물단지입니다. 형사 아빠와 사회복지사 엄마를 둔 아들이 학교에서 애를 때리고 들어와서 속이 상한데 아빠란 사람은 힘들다고 툴툴대며 허물 벗듯 양말을 집어 던지고 말 뿐이죠.

서도철도 피할 수 없는 게 있었는데 바로 ‘전세 대출 갱신’입니다. 서도철의 가족들은 딱 보기에도 넓어 보이지 않는 전셋집에 살고 있었는데 바로 전세 대출 만기가 다가온 것이죠. 전세 대출을 경신하려면 인감 도장이 필요하다는 아내의 말에 서도철은 짜증난 듯 말합니다. “야 대출 더 받아서 집 사 그냥. 대출이자만 모아도 집 사겠네.”

요즘 같은 고금리 상황에서 ‘대출금리만 모아도 집 산다’는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았습니다. 기준금리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주택담보대출 같은 대출상품의 금리가 크게 오른 탓입니다.

조태오는 서울 한복판을 엉망으로 만들고 도망가지만 결국 끈질긴 경찰들의 추적에 붙잡히고 만다. (사진=CJ ENM)
한국은행 조사를 보면 예금은행에서 새로 가계 대출을 받을 때 평균 금리는 2021년 3.10%였지만 지난해 12월에는 5.64%까지 높아졌습니다. 가장 최근인 올해 3월은 4.96%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예년보다 크게 높은 수준입니다.

대출이자 계산기를 통해 보면 만약 전세 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해 3억원을 20년 만기, 원리금 균등 상환 방식으로 대출받았다면 금리가 3.10%였을 때 총 대출이자는 1억300만원입니다.

5.64%를 적용하면 두배 수준인 2억원까지 치솟습니다. 정말 대출이자만 모아도 집을 살 수 있는 수준이네요. 물론 우리는 이런 큰 금액을 한번에 조달할 수 없으니 은행의 대출을 이용하는 것이고 이에 따른 비용을 지출하는 방식이긴 하지만요.

서도철의 말처럼 대출을 더 받아서 집을 사는 게 나을까요? 최근 1~2년간 부동산 경기는 침체일로였지만 최근 들어 다시 꿈틀할 조짐입니다. 경기 부진은 여전하지만 대출금리가 지속 낮아지면서 주택가격이 바닥을 쳤다는 인식이 번지고 있어서입니다.

실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5월 넷째주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대비 0.03% 오르면서 약 1년만에 상승 전환했습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3155건)은 2021년 8월(4065건) 이후 최대 거래량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아직까지 부동산 시장이 반등할 것인지 아니면 다시 부진할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합니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인상이 끝나지 않았다고 경고하고 있으며 미국 역시 높은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긴축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버리지 않고 있습니다. 단기간에 금리가 하락하는 추세로 가진 않을 거란 의미입니다.

물론 아파트 매수 수요가 있는 사람들은 지역별로 적절한 매물을 찾는 노력을 포기할 순 없겠죠? 투기가 아닌 내 집 마련을 위해 오늘도 애쓰는 평범한 ‘서도철’을 응원합니다.

[영화 평점 4.0점, 경제 평점 2.5점(5점 만점)]

영화 ‘베테랑’ 포스터. (사진=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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