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다문화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야 하지 않나요”

다문화 학생 돕는 임병우 청량고 교사
탈북자 돕기로 시작해 다문화로 확대
다문화 학생 1800명과 봉사자 연결
“진로까지 도와주는 게 목표”
  • 등록 2014-12-14 오후 8:00:00

    수정 2014-12-14 오후 8:09:16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다문화 청소년 집에 가보셨어요? 아이들이 하루 종일 게임만 합니다. 스마트폰으로 게임하다가 데이터가 떨어지면 PC로 해요. 그러다 잡니다. 밖에 나가지도 않고 친구도 없습니다. 점점 더 학교에서는 외톨이가 되죠. 근데 우리 이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야 하지 않나요?”

임병우 청량고 교사는 “다문화 청소년은 우리가 함께 살아갈 아이들”이라고 설명했다. (사진 = 조용석 기자)
임병우(55·사진) 청량고 인성교육부장에게 다문화 청소년을 돕는 이유를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1989년 교편을 잡은 임 교사는 2001년 탈북 청소년을 대상으로 시작했던 봉사활동을 2007년부터 다문화 청소년으로 넓혔다.

형 문국한 북한인권국제연대 대표의 부탁이 봉사의 시작이었다. 2001년 6월 ‘탈북 소년화가’ 장길수군과 가족 17명이 한국 땅을 밟아 세상이 떠들썩했다. 하지만 길수군은 모진 탈북과정을 모두 이겨냈지만 남한 학교는 견뎌내지 못했다. 많은 탈북청소년들이 길수군처럼 적응에 실패해 학교를 떠난다. 2012년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의 발표에 따르면 탈북청소년 1044명 일반 초중고에 재학 중인 비율은 83.1%에 불과하다. 아예 학교를 다니지 않는 비율도 4%나 된다.

이들을 한국으로 데려왔던 형은 고민 끝에 학교 선생님인 임 교사에게 도움을 청했다. 임 교사는 2001년부터 주머니를 털어 탈북청소년을 위한 캠프를 열고 시장·문화·농촌체험 등을 실시해 또래 친구들을 만들어주기 위해 애썼다. 탈북청소년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이들을 위한 ‘한겨레 계절학교’도 운영했다. 2003년 광장중 교사로 있을 때는 탈북 청소년이 한국학생 집에서 먹고 자면서 사회에 적응하는 ‘홈스테이’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그는 “북한에서는 사실상 학교수업이 이뤄지지 못해 탈북 청소년의 학업수준은 매우 낮다. 또 대다수는 중국 등 제3국에서 2~3년 이상 떠돌다 와 공부하는 방법을 모두 잊어버린 경우도 많다”며 “힘든 탈북과정에서 상처도 커 쉽게 화를 내고 자기보호도 매우 강해 한국 친구를 사귀기 더욱 어렵다”고 설명했다.

임 교사가 다문화가정 학생으로 범위를 넓힌 것은 2007년이다. 그해 2월 여수외국인보호소(출입국관리사무소)에 화재가 발생, 구금돼 있던 외국인 노동자 10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우리가 하기 싫은 일을 대신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노동자들이 안타깝게 세상을 떠야 했던 현실에 임 교사는 충격을 받았다.

임 교사는 2008년부터 재직 중이던 경기여고에 다문화 동아리를 만들고 활동을 시작했다. 몽골이주노동자 자녀들과 경기여고 재학생이 함께하는 캠프를 정기적으로 열고 학생들과 아이스크림을 팔아 소아암에 걸린 다문화가정 학생의 치료비를 돕기도 했다.

임 교사는 지난 8월께 ‘서로나눔네트워크’를 만들었다. 인터넷으로 다문화 청소년과 학습 자원봉사자를 연결해주는 시스템이었다. 인기는 폭발적이다. 탈북 청소년을 포함 2000명의 다문화가정 청소년들이 도움을 요청했고 이중 1850명이 봉사자와 연결됐다. 은행에 다니던 부인도 회사를 그만두고 서로나눔네트워크 운영을 돕고 있다.

임 교사는 봉사를 하면서 대한민국 나눔국민대상(보건복지부장관상), 대한민국 휴먼대상(대통령 표창), 남강교육대상을 받았다. 지난달에는 가천문화재단에서 다문화도우미상 본상도 탔다. 그간 받은 상금이 적지 않았으나 대부분 다문화 아이들을 위해 썼다. 정작 자신은 전세금을 감당하지 못해 마석에서 금곡으로 이사했다. 임 교사는 “다문화 어머니들이 보내 주시는 ‘감사하다’는 내용의 문자로도 충분한 보상”이라고 웃었다.

임 교사의 욕심은 서로나눔네트워크를 통해 다문화 학생들이 진로까지 찾는 것이다. ‘커리어넷’ 같은 진로 교육 상담업체의 도움으로 무료 적성검사 등을 받을 수 있다면 아이들의 꿈이 명확해지리라는 생각이다. 임 교사는 “방학 때 기업들의 도움을 받기 위해 바쁘게 움직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가 운영하는 서로나눔네트워크(http://blog.naver.com/limzzang0706)에서는 봉사자뿐만 아니라 후원금과 후원물품도 받는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화사, 팬 서비스 확실히
  • 아이들을 지켜츄
  • 오늘의 포즈왕!
  • 효연, 건강미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