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위의 무법자’ 비상등 켠 채 내달리는 배달 오토바이(영상)

방향 지시등 대신 상시 비상등 켜고 불법 주행
운전자들 오토바이 주행 방향 몰라 혼란
오토바이 운전자는 "안전확보 위한 것" 항변
현행법상 불법이지만…처벌 약하고 단속 한계
  • 등록 2024-06-30 오후 4:36:09

    수정 2024-06-30 오후 7:30:48

[이데일리 이유림 기자 박동현 수습기자] 배달이 일상화하면서 주요 배달 수단인 오토바이의 범법 행위가 시민들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비상등을 켠 채로 도로를 달리는 오토바이들은 운전자들에겐 큰 부담이다. 어느 방향으로 갈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사고가 날 가능성이 큰 탓이다. 하지만 상당수 배달 오토바이가 항상 비상등을 켜고 다니고 있는데도 이를 단속할 방법도 마땅치 않아 ‘회색지대’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그래픽=김일환 기자)
지난 26일 오후 서울 도심, 이데일리가 둘러본 현장에서 비상등을 켠 채로 도로 위를 질주하는 배달 오토바이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특히 이 같은 오토바이의 수는 배달 건수가 많아지는 저녁 시간대일수록 늘어났다. 이날 저녁 7시 30분쯤 서울 관악구 당곡사거리 지나는 오토바이 30대 중 3대가 비상등 켜고 다녔고 신림역 앞 사거리를 지나는 오토바이 28대 중 3대도 비상등을 켜고 다녔다. 평균적으로 10대 중 1대꼴이었다.

이날 만난 오토바이 운전자들은 비상등이 ‘생존등’과 다름없다고 항변했다. 특히 밤에는 시야가 제한되기 때문에 비상등을 켜놔야 다른 운전자들이 더 쉽게 인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 강북구에서 자영업과 배달업을 하는 이모(58)씨는 “오토바이 후미등은 약한데 자동차 선팅은 짙다 보니 오토바이가 있는지 모르고 뒤에서 박는 사고가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며 “상시 비상등은 사고 예방 차원”이라고 말했다.

배달이 많은 오토바이 특성상 다른 운전자에게 양해를 구하는 신호라는 견해도 있다. 퀵 서비스를 하는 신모(67)씨는 “가끔 급하게 골목에 들어가거나 신호를 살짝 위반할 때 비상등을 켠다”며 “퀵은 시간이 생명이다 보니 생계를 이어가려면 어쩔 수 없다”고 전했다. 음식 배달하는 박모(28)씨도 “요즘엔 한집 배달 서비스로 20~30분 이내에 도착해야 한다는 룰이 있어서 시간 압박이 더 크다”며 “차량 운전자와 보행자에게 폐를 끼칠 수 있으니 ‘실례한다’는 의미로 비상등을 켜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교통사고 발생 시 비상등을 켰다는 이유로 과실을 줄일 수 있을 것이란 잘못된 기대 등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비상등을 켠 채 달리는 오토바이 (영상=독자 제공)
그러나 현행법상 방향 지시등 대신 상시 비상등을 켜고 운전하는 건 ‘불법’이다. 도로교통법 제38조는 모든 운전자가 좌회전·우회전·횡단·유턴 등 진로를 바꾸려고 할 때와 회전교차로에 진입하고 나올 때 손이나 방향지시등으로 신호를 반드시 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오토바이 운전자에게 범칙금 2만원이 부과된다.

차량 운전자들은 비상등을 켠 오토바이가 좌, 우 어디로 갈지 알 수 없어 교통혼란이 가중된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운전 경력 3년차 정모(29)씨는 “비상등을 켠 채 운전하는 건 난폭운전, 신호위반을 저지르겠다는 무언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며 “내가 가려는 방향을 다른 운전자에게 정확히 알려주는 것만큼 안전한 운전 방법은 없다”고 밝혔다. 운전 경력 8년차 이모(45)씨는 “비상등만 켜면 다 되는 줄 알고 마구잡이 운전을 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며 “비상등이 무적 버튼이 되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러한 불법 운전이 발각돼도 단속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벌금을 끊기 위해 오토바이와 도로 위 추격전을 벌일 수도 없고 혹여라도 2차 사고가 발생할까 봐 끝까지 쫓아가지도 못하는 게 현실이라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처벌 자체가 약한 데다 골목 등으로 도주하면 막을 방법도 마땅치 않아 눈 뜨고 볼 수밖에 없다”며 “법적·제도적 미비가 결국 치안 공백과 범죄를 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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