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까지 뻗친 검은손길, 스타2 승부조작 사건 전모

  • 등록 2015-10-19 오후 4:31:01

    수정 2015-10-19 오후 4:31:01



[관련기사]
프로게이머 승부조작 혐의로 기소, 협회 "영구퇴출 할 것"
검찰 스타 2 승부조작 11명 기소, 1명은 아직 도주 중


2010년, 국내 e스포츠 시장을 뒤흔들었던 승부조작이 ‘스타 2’에서 다시 한 번 터지며 큰 충격을 줬다. 특히 이번에는 선수들이 승부조작에 접촉하지 못하게 막아야 할 현직 감독이 브로커에게 선수를 소개하고, ‘알선비’ 명목의 금품까지 수수한 것으로 밝혀졌다.

창원지방검찰청은 19일, 스타 2 승부조작 사건을 수사해 총 12명을 인지하고, 이 중 11명을 기소했다. 구속 기소된 9명에는 프라임 박외식 전 감독과 ‘스타 2’ 소속 선수로 활동하던 최병현이 포함되어 있다. 이 외에도 현직 선수 1인과 브로커 4명, 승부조작 대가를 제공하고 불법 도박사이트에서 배당금을 챙긴 조직폭력배 전주 2명이 구속 기소됐다. 또한, 도박 사이트 회원 모집책으로 활동한 2명은 불구속 기소했으며, 도주 중인 공범 1명은 지명수배를 내렸다.

검찰이 지목한 이번 사건 핵심은 현직 감독이 승부조작에 직접 관여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과거 스타 1, 오프라인 스포츠에서 선수들이 승부조작에 가담한 사례는 있었으나, 본건의 경우 현직 감독과 같은 구단 소속 프로게이머들이 함께 승부조작에 가담했다”라며 “감독은 같은 게임단 소속 프로게이머 B모씨와 C모씨가 승부조작에 노출되는 것을 막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브로커에게 소개하거나 승부조작을 제의하고 거액의 알선 대가까지 수수했다”라고 밝혔다.

발표에 따르면 브로커들은 게임단 후원을 빙자해 박외식 전 감독의 환심을 산 후 승부조작을 제의했다. 처음에는 박 전 감독을 통해 선수들과 접촉한 브로커는 승부조작에 성공한 후부터는 프로게이머와 직접 만나 승부조작 대가를 지급했다. 여기에 최병현의 경우 사실을 폭로한다고 위협하며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승부조작을 진행했다는 것이 검찰의 발표다. 최병현은 4월 1일 GSL 시즌 2 코드A 48강과 6월 9일 프로리그 시즌 1 경기, 2회에서 대가를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 '스타 2' 승부조작 사건개요도 (사진제공: 창원지방검찰청)


검찰은 “스타 2는 1:1 방식으로 진행되는 경기로서 다른 경기에 비해 승부조작이 쉽기 때문에 단체전(프로리그), 개인전(스타리그)를 가리지 않고 자행됐다”며 “감독, 프로게이머, 브로커들은 손쉽게 조작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경기 결과를 고의로 조작하기로 합의했다”라고 전했다. 일부러 지는 것 외에도 승패 불문 15분 이상 경기를 진행하는 ‘오버’, 승패 불문 15분 이내 경기를 진행하는 ‘언더’, 15분 이내 패배를 뜻하는 ‘언더 패’ 등이 있다.

선수들에게 승부조작을 알선하고, 그 대가를 받은 혐의로 기소된 박외식 전 감독은 2014년 12월부터 2015년 3월까지 5,700만 원을 인터넷 도박에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정상급 프로게이머뿐만 아니라 현직 감독까지 직접 승부에 가담하는 등 심각한 수준의 도덕적 해이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스폰서 빙자부터 페이스북까지, 다변화된 브로커의 ‘검은 손길’

브로커의 접근 방식 역시 다변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이야기한 ‘스폰서’를 빙자한 접근은 물론 전 ‘스타 1’ 선수, 게임해설가, 기자로 활동했던 브로커 D모씨가 친분을 앞세워 승부조작을 제의한 것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여기에 페이스북 등 소셜 미디어에 프로게이머 본인 또는 지인에게 직접 승부조작 제의 글을 남기는 방법도 시도됐다.

실제로 지난 2월에는 ‘스타 2’ 현역 선수로 활동 중인 문성원이 본인의 트위터를 통해 페이스북 탈퇴 이유를 밝히며 ‘저 포함 많은 선수들이 다른 외부인을 통해 베팅이나 조작제의에 대해 쉽게 노출되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5월에는 ‘스타 2’ 프로게이머의 여동생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받은 승부조작 제의를 거절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된 적도 있다.

선수는 관련되지 않았으나, 승부조작을 의뢰하며 불법 자금을 받은 브로커가 선수 확보에 실패하자 투자자가 브로커를 감금하는 사건도 있었다. 이처럼 승부조작에는 불법베팅이 맞물려 있다. 검찰의 발표에 따르면 조직폭력배인 전주(자금을 대는 사람) H모씨는 브로커에게 승부조작 자금을 제공하고, 인터넷 불법베팅 도박 사이트를 통해 해당 경기에 베팅한 후 배당금을 받아 수익을 올렸다. 전주 H모씨가 브로커 E모씨에게 제공한 자금은 2,500만 원이며, 승부조작된 두 경기에 3,150만 원을 베팅해 4,150만 원을 배당받은 바 있다. H모씨가 이용한 불법 사이트는 현재 폐쇄된 상태다.

또 다른 전주 I모씨는 더 높은 수익을 위해 회원을 모집하는 방법을 활용했다. 전주 I모씨는 브로커 G모씨에게 작업비를 제공하고, 승부조작된 경기 정보를 제공받은 후 PC방 등에서 J모씨, K모씨에게 베팅회원을 모집하게 시킨 뒤, 회원으로부터 베팅금액의 30% 상당을 수수료로 받았다. I모씨가 베팅 수수료 명목으로 챙긴 돈은 3,500만 원인 것으로 밝혀졌다.

△ 브로커 및 전주들의 활동을 그린 '스타 2' 승부조작 사건개요도

(사진제공: 창원지방검찰청)

2010년 후폭풍을 차단하라, KeSPA ‘무관용으로 대응할 것’





e스포츠는 2010년에 터진 승부조작으로 큰 홍역을 치른 바 있다. 당시 톱 클래스 선수 중 하나로 손꼽힌 마재윤을 비롯한 선수 11명이 영구제명 처리됐으며, 게임단이 해체되고 e스포츠에 대한 투자 심리도 위축되어 대회 주최 측에서 후원사를 구하지 못해 난항을 겪었다. 그 와중 OGN과 함께 e스포츠 전문 방송사로 운영되던 MBC 게임이 폐지되기까지 했다. 이후 e스포츠는 ‘스타 1’의 바통을 이어 받은 ‘리그 오브 레전드’가 등장하기 전 긴 침체기에 빠졌다.

한국e스포츠협회가 ‘승부조작’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협회는 검찰 수사 보도에 맞춰 승부조작 혐의로 기소된 박외식 전 감독과 최병현을 영구제명 및 영구자격정지할 계획이라 밝혔다. 협회는 “협회는 추후 강력한 법적대응을 지속해나갈 계획이며 수사기관으로부터 일말의 연계성이 확인된다면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해나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점은 초점을 ‘선수’ 또는 ‘감독’에만 집중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뒤에서 승부조작을 알선하고, 불법베팅으로 수익을 올린 브로커 및 승부조작 자금을 대는 전주들이 발본색원되어야 승부조작의 뿌리를 뽑을 수 있다. 검찰은 “배후에서 활동하는 브로커, 조직폭력배인 전주 등 관련자 전원을 적발해 엄단함으로써 재발방지에 힘을 기울였다”라며 “사회 공공성을 저해하는 스포츠 승부조작, 인터넷 불법 도박 사이트 등에 대해 지속적인 단속 활동을 전개하고 승부조작 사범을 엄단함으로써, 건전한 e스포츠 정착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본 기사는 게임전문매체 게임메카(www.gamemeca.com)에서 제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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