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끝내 강경론…새 정부 출범 전 정국 급랭 불가피

기승전 `검찰개혁`에 당내 신중론 설 자리 잃어
입법 독주 프레임 불구, 강성 지지층 의식
국회 문턱 넘을시 임기 말 文통 부담도
위헌심판 제청 등 법적 논란 가능성도
  • 등록 2022-04-12 오후 7:45:38

    수정 2022-04-12 오후 9:07:56

[이데일리 이성기 이상원 기자] “이달 내 국회에서 통과시켜 다음 달 3일 국무회의에서 공포하는 일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관련 법안 처리 일정을 두고 한 이 말은 `협상용`이나 단순한 `엄포`가 아니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정책 의원총회에서 2시간여 동안 토론을 벌인 끝에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를 핵심으로 하는 관련 법안 4월 임시국회 처리를 당론으로 채택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이 1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정책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기승전-`검찰 개혁`

이미 정해진 결론이었다. “방법과 시기는 충분히 더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개혁에는 시기가 있다”는 강경론 앞에서 무력했다. 윤 비대위원장은 “개혁에는 시기가 있다”면서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되면 검찰 제도 개혁은 5년간 물 건너간다고 해도 무방하다. 윤석열 당선인 취임 전 검찰 개혁을 마무리하는 것이 실기하지 않는 방법”이라고 못 박았다.

다만 의총 모두발언부터 지도부 내에서 결이 다른 목소리가 나오면서 불꽃 튀는 결론을 예고했다.

윤 비대위원장은 “1953년 이후로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면서 사실상 견제 없는 권력을 향유해왔다”며 “이 권력을 이제 개혁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검찰은 조직을 총동원해 기득권 지키기, 권력기관 2차 개혁 입법 저지에 나섰다.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는 행위”라며 “이것이 70여년간 누구의 견제도 받지 않은 무소불위 권력의 민낯이며 검찰이 집단 권력화돼 있다는 단적인 예”라고 비판에 가세했다.

반면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은 “우리 앞에는 두 개의 길이 있다. 하나는 `검수완박`은 질서 있게 철수하고 민생에 집중하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검찰개혁을 강행하는 길”이라며 신중론을 제기했다. 박 위원장은 또 “문제는 강행하더라도 통과시킬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라며 “정의당의 동참과 민주당의 일치단결 없이 통과는 불가능한데 정의당이 공식 반대했고 당내에도 다양한 의견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권 교체를 코앞에 두고 추진하는 바람에 이재명 상임고문과 문재인 정부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를 막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박 위원장의 발언에 의원석 사이에선 “안 한다고 아예 말을 하는구먼”이라고 마뜩잖아하는 반응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투표는 없이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새 정부 출범 앞두고 정국 급랭

국민의힘뿐 아니라 정의당 측 비판에도 불구, `검수완박` 입법을 강행키로 하면서 정국은 급속히 얼어붙을 가능성이 커졌다. 국민의힘은 즉각 강경 대응 입장을 밝히며 반발했고, 대검찰청은 `대단히 유감`이란 반응을 내놨다. 직 사퇴 가능성까지 내비쳤던 김오수 검찰총장은 일단 추가적인 언급은 삼갔다.

정치권 안팎의 비판에도 4월 국회 처리를 강행키로 한 것은 다음 달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할 경우 국회에서 입법이 이뤄져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극단적 선택으로 남은 트라우마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의석수를 감안할 때 돌발 변수가 없는 한 법안 처리에는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현재 172석으로 과반 의석을 점하고 있는 데다, 소관 상임위원회인 법사위 과반 의석과 법사위원장까지 확보하고 있다. 국민의힘 측은 민주당이 본회의 강행 처리에 나설 경우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의사진행 방해) 등 물리적 저지에 나서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임기가 한 달도 남지 않은 문재인 대통령의 고민도 커지게 됐다. 본회의 문턱을 넘을 경우 문 대통령으로서는 국민의힘이나 검찰로부터 이 법안을 막아달라는 강한 압박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최악의 경우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위헌 논란 소지에도 공당이 당론으로 채택할 문제인지, 필요에 입각한 개혁인지 의구심이 든다”면서 “사법 체계뿐 아니라 헌법 체계와도 관련 있는 문제로, 위헌 심판과 이전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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