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는 모두의 것… 시청자는 왜 복수극을 좋아할까

  • 등록 2023-01-30 오전 1:49:01

    수정 2023-01-30 오전 1:49:01

‘더 글로리’ 송혜교.(사진=넷플릭스)
[이데일리 스타in 유준하 기자] “결국은 시청자가 극 중 인물을 향해 응원해야 돼요. 그래야 계속해서 드라마를 챙겨보게 되는 것이고. 저 인물이 잘 됐으면 좋겠어, 저런 상황이라면 나도 저럴 것 같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 거죠.”

시청자가 드라마에 몰입하기 위한 조건에 대해 드라마 작가 A씨는 이같이 말했다. 응원하려면 그만큼 극 중 인물에 몰입해야 하고 그의 처지에 공감해야 한다. 보편적으로 누구나 응원을 할 만한 처지와 동기를 자연스럽게 극 중 인물에게 제공하는 장르. 오랜 세월에도 불구하고 복수극이 사랑받는 이유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흥행 중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는 복수극의 보편성을 방증한다. 26일 OTT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더 글로리’는 작년 연말 공개된 뒤 한 달이 지났음에도 홍콩, 필리핀, 대만, 베트남 등 아시아권 국가에서 여전히 TV쇼 부문 톱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가에서 호응을 얻고 있는 셈이다.

모든 창작물은 나름의 서사를 갖고 있다. 극 중 주어진 환경에서 각 인물들의 관계와 행동이 만들어내는 흐름이 서사의 원동력이라면 이를 잘 흘러가게 하기 위한 개연성도 필수. 복수극은 원수를 갚는다는 사전 의미에서 알 수 있듯이 원수를 향한 분노라는 동인과 이에 상응하는 개연성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일종의 경제적인 서사다.

이 같은 복수의 특징은 영화나 소설에 비해 의도적인 몰입도가 낮은 드라마에서 더 큰 힘을 발휘한다. 한 드라마 작가는 “소설이나 영화는 선별과 구매를 하기 때문에, 이 콘텐츠를 소비하고자 하는 비용을 지불한다는 면에서 좀 더 의도성이 개입된다”면서 “드라마는 볼 것을 찾아 채널을 돌리는 시청자를 ‘불현듯’ 사로잡아야 한다는 점에서 다르다”고 짚었다.

복수는 직관적인 서사뿐만 아니라 자극적이다. 주인공이 겪은 고통에 비례하는 복수심은 보는 이들에게 보다 자극적인 고통의 묘사와 그 고통에 상응하는 복수를 하는 순간의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이는 비단 ‘더 글로리’뿐만 아니다. 국내 드라마 대부분이 ‘복수’를 주된 서사로 차용하는 배경이다.

특히 최근 현대 창작물에서의 복수는 보다 개인적인 복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복수는 완결된 장르로, 일종의 당한 만큼 갚아준다는 서사가 깔려 있기 때문에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흐름을 기대하게 만드는 측면이 있다”면서 “한국에서의 복수물은 최근 대부분 ‘사적인 복수’를 다루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고 봤다.

이는 결국 사회적 복수의 부재라는 측면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약자를 법이 보호해 주지 못하는 상황이 현실적으로 많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그를 위한 사적인 힘을 동원하는 모습이 콘텐츠로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더 글로리’에서 묘사된 바 있는 이른바 고데기 학폭 사건의 주동자는 미성년자임에도 이례적으로 구속됐지만 보호 관찰 조치를 받으면서 전과도 남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소년법은 금고형 이상의 처벌을 받을 경우 전과기록을 남기지만, 보호처분은 소년의 장래 신상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

이에 복수물 콘텐츠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어질 전망이다. 올해 상반기만 해도 복수를 주요 서사로 채택한 드라마는 줄을 선 상태다. 택시기사가 대신 복수를 해준다는 줄거리의 사적 복수 대행극을 표방한 SBS의 ‘모범택시2’, 누구나 부러워하는 인생을 사는 여성이 잃어버렸던 과거의 기억을 회복하면서 자신의 운명을 멋대로 조작한 세력을 응징하기 위해 펼치는 복수극 tvN ‘판도라’ 등이 상반기에 방송될 예정이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미녀 골퍼' 이세희
  • 돌발 상황
  • 2억 괴물
  • 아빠 최고!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