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목격자는 숨을 거두고..미제사건 '허양 납치살해'[그해 오늘]

2008년 5월30일 대구 달성군서 11세 여아 납치살해
면식범 소행 의심되나 유일한 목격자 할아버지 진술 번복
그마저 지병으로 숨지면서 사건은 이제껏 미제로
  • 등록 2023-05-30 오전 12:03:00

    수정 2023-05-30 오전 12:03:00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2008년 5월30일 새벽 4시10분께. 대구 달성군 유가면(현 유가읍) 한 민가에 잠을 자던 열한 살 허은정 양은 비명을 듣고 깼다. 소리는 할아버지 방에서 흘러나왔다. 둔탁한 충돌음과 할아버지 신음이 섞여 있었다. 부리나케 방문을 열고 들어가니 괴한 두 명이 70대 할아버지를 폭행하고 있었다.

허은정양 납치살해 용의자 수배 전단.
허 양이 격렬하게 저항하는 새 함께 잠을 자고 있던 허 양의 동생이 이웃에 달려가 도움을 요청했다. 허사였다. 이웃이 집에 도착해 보니 할아버지만 가쁜 숨을 몰아쉴 뿐 허 양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괴한들이 저항하는 허 양을 데리고서 어둠 속으로 사라진 뒤였다. 새벽 여명이 물러가지 않은 시각이라서 목격자도 마땅히 없었다.

수사는 면식범의 소행으로 좁혀졌다. 사건이 발생하기 전날 낯선 남자들이 허 양의 집을 기웃거렸다고 한다. 금품을 노린 강도 행각으로 보기 어려운 이유는 허 양네 집은 형편이 넉넉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폐지를 주워서 생계를 잇는 정도였다. 실제로 당일 도난 당한 물품도 없었다.

서로 간에 호칭도 이를 뒷받침했다. 범인들은 할아버지는 “너 같은 XX”라고 했고, 허 양이 범인들에게 저항할 때 “아저씨 왜 그러세요”라고 했다고 한다. 모르는 사이보다 아는 사람끼리 주고받는 호칭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 분석이다.

유일한 목격자는 허 양의 할아버지의 진술을 토대로 수사기 진행됐다. 그런데 진술이 오락가락해서 용의자를 특정하는 데 애를 먹었다. 수사가 갈피를 못 잡고 2주가 지난 새 허 양이 돌아왔다. 집에서 1.5km 정도 떨어진 야산 등성이에 암매장된 채였다. 주변 지형(야산)을 이용한 걸 보면 동네 주민일 수 있다는 추론이 가능했다. 경찰은 수사를 공개로 전환하고 전국에 몽타주를 뿌렸다.

수사는 지지부진했다. 목격자가 유일한 게 컸다. 허 양의 동생도 물론이고 동네 사람 가운데 괴한을 정확히 보지 못했다. 이런 와중에 할아버지의 진술은 여전히 신빙성이 떨어졌다. 범인이 아는 사람이라고 했다가 모르는 사람이라고 하기를 반복했다. 시골 마을에는 CCTV도 없었다.

급기야 수사를 원점으로 돌려야 하는 건 아닌지도 몰랐다. 면식범의 소행이라면 할아버지의 진술이 구체적일 법한데 그렇지 않고 오락가락했기 때문이다. 외려 할아버지가 켕기는 사실이 있어서 말을 바꾸는 건 아닌지 하는 시선도 뒤따랐다.

허 양의 할아버지는 그해 8월21일 숨을 거뒀다. 지병인 폐렴이 악화한 탓이었다. 사건이 발생한 지 84일 만이었는데 수사는 이렇다 할 진척이 없는 상황이었다. 유일한 목격자가 사라지면서 수사는 미궁 속으로 빠졌다. 사건은 이제껏 미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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