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다음주 중국 방문 일정을 전격 취소했다. 중국 ‘정찰 풍선’의 미국 본토 침범 비행은 명백한 주권 침해 행위라고 강력 반발하면서다. 이에 따라 대화 모드로 흐르나 했던 두 나라 사이의 긴장감이 갑자기 커질 수 있어 보인다.
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 고위인사는 이날 브리핑을 통해 “블링컨 장관은 미중 관계 전반을 포함한 광범위한 이슈를 논의하기 위해 오늘 밤 중국 베이징으로 출발할 준비가 돼 있었다”면서도 “현재 시점에서 블링컨 장관이 방중을 하기에는 여건이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중국 방문 연기를 공식 발표했다.
|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사진=AFP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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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전날 미국은 자국 본토 상공의 고고도 정찰기구가 중국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고, 이날 중국은 즉각 이를 인정하고 유감을 표했다. 중국 측은 다만 “그 비행정은 기상 등 과학연구에 사용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정치적인 목적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맞춰 블룸버그 등은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정부는 5~6일 예정했던 블링컨 장관의 방중 일정을 연기했다”고 보도하면서, 관련 사안이 수면 위로 급부상했다. 블링컨 장관은 당초 5~6일 중국을 방문해 지난해 11월 미중 정상회담 후속 논의 차원에서 대화를 이어갈 예정이었다.
이 고위인사는 중국의 정찰 풍선과 관련해 “중국이 유감을 표명한 성명을 봤다”며 “그러나 그 풍선이 미국 영공에 있는 것은 국제법뿐만 아니라 주권에 대한 명백한 침해로 용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인사는 그러나 “블링컨 장관은 여건이 허락하면 최대한 빠른 기회에 중국을 방문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미국과 중국간 긴장이 다시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두 나라 관계가 격화했다가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해빙기를 갖나 했는데, 다시 곧바로 삐걱대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