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택시' 김의성 "가르치려 들지 않아야 좋은 작품 아닐까" [인터뷰]

무지개운수 대표 장성철役…선악 공존 입체적 호연
"인물보다 기획에 더 관심…고민할 이유 없었다"
"다크히어로, 대리만족·스트레스 돌파구 돼줬을 것"
시즌2 기대 드러내…"다시 모이지 않을까"
  • 등록 2021-06-02 오전 7:00:00

    수정 2021-06-02 오전 7:00:00

(사진=키이스트)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보단 시청자들의 신호를 받아들이는 게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한 작품이에요. ‘이건 이래야 한다’란 메시지를 강조했다면 오히려 실패했을지 모르죠.”

SBS ‘모범택시’에서 선과 악이 공존하는 인물 ‘장성철’로 입체적인 연기를 선보인 김의성은 드라마가 자신에게 가르쳐 준 점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1987년 극단 천지연 활동으로 연극 연기를 먼저 시작한 김의성은 국내 영화배우 1세대로 꼽힌다. 영화 ‘성공시대’로 스크린에 데뷔한 뒤 영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억수탕’ 등을 통해 충무로의 떠오르는 연기자로 주목받았지만, 제작자로 전업한 뒤 2010년까지 공백기를 가졌다. 2011년 배우로 복귀한 그는 영화, 드라마를 가리지 않고 꾸준히 다작을 펼친다. ‘건축학개론’, ‘남영동 1985’, ‘관상’, ‘암살’, ‘검은 사제들’, ‘내부자들’, ‘부산행’ 등 여러 굵직한 작품들로 관객과 만났고, 드라마 ‘W’, ‘육룡이 나르샤’, ‘미스터 션샤인’,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아스달 연대기’ 등에 출연하며 ‘명품 신스틸러’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특히 주로 주인공을 위협하는 빌런 캐릭터로 강렬한 카리스마를 발산해 ‘악역 전문 배우’라는 수식어가 따라붙기도 했다.

최근 막을 내린 SBS 드라마 ‘모범택시’는 김의성의 2년여 만의 안방 복귀작이었다. 특히 철저히 독하고 못된 악역 조연을 맡아왔던 전작들과 달리, 이제훈과 함께 굵직한 주연을 맡아 선과 악이 공존하는 입체적 인물 장성철 역으로 인상깊은 호연을 펼쳤다.

김의성은 최근 취재진과 만나 작품을 마친 소회와 함께 ‘모범택시’, 장성철 캐릭터를 만난 뒤 느낀 변화들을 솔직담백히 풀어냈다.

공 가장 많이 들인 인물…이중성 표현 고민 많아

김의성은 먼저 “반 년 간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 일했다. 이 코로나19 환경에 큰 사고 없이 서로 열심히 노력해 문제 없이 촬영을 마친 게 가장 다행이라 생각한다”며 “시청자분들이 생각보다 뜨겁게 드라마 응원해주셔서 감격했다. 감사하다. 뿌듯한 맘으로 끝내게 돼 기분이 좋은 것 같다”고 종영 소감을 건넸다.

‘모범택시’는 주인공 김도기(이제훈 분)란 인물이 택시회사 무지개 운수 사람들과 함께 억울한 피해자를 대신해 복수를 완성하는 사적 복수 대행극이다. 화려한 액션, 공권력을 대신해 범죄자를 응징하는 복수 과정을 통해 공감과 통쾌함을 동시에 선사한 한국형 히어로물로 15.3%(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높은 시청률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김의성이 맡은 장성철 대표는 낮엔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파랑새 재단’을 운영하지만, 밤엔 ‘무지개운수’를 통해 법의 보호 밖에서 가해자들을 가차없이 응징하고 처벌하는 이중성을 지닌 인물이다.

김의성은 “결과와는 별개로 그간 맡은 캐릭터들 중 인물에 접근하기 위한 공을 가장 많이 들인 인물이었다”며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이 많았다. 대본에도 드러나듯 굉장히 이중적인 사람이잖나. 어떤 게 이 사람의 진짜 모습일까 고민이 많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러다 ‘이중성’ 자체가 장 대표의 진짜 모습이란 결론이 내려졌다. 공존할 수 없는 두 인격이 공존하는 것 자체가 특징이라 생각했다”며 “‘이 사람도 병이 들어있는 사람이다, 이 사람이 받았던 상처가 병으로 굳어졌기에 이런 성격이 가능하지 않을까’란 생각을 했다. 그렇게 길을 정하고 나니 그 인물에 대해 접근하는 문이 열렸달까, 편히 연기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모범택시’ 출연을 결심한 계기는 ‘기획’ 때문이었다고 했다. 김의성은 “누가 출연하느냐를 다 떠나 기획이 맘에 들었다. 정의감 때문이라기보다는 지금같은 세태에 이런 이야기가 나와주면 사람들이 좋아하겠다, 재밌어하겠다 싶었다”고 했다.

그는 “전부터 이런 이야기 좀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왔다. 캐스팅 전 저희 소속사 스탭들과 모여 어떤 작품을 할지 이야기를 하다가 제가 직접 사적인 처벌에 대한, 공권력을 벗어난 처벌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면 안될지 제안한 적도 있다. 그런데 그 날 마침 이 대본을 받은 것이다. 밤에 대본을 읽자마자 고민 없이 그냥 바로 하자고 했다. 그 정도로 딱 기다려온 작품이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사적 복수, 처벌을 다룬 이야기란 점이 윤리적인 부담으로 작용한 적도 있었다고 고백했다. 김의성은 이에 “주인공들이 피해자를 위해 옳다고 여기고 행동한 모든 것들이 다 법에 어긋나지 않나. 그런 부분을 시청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를 걱정했다. 지나치게 거부감을 가지시는 것도 이런 걸 지나치게 옹호하는 것도 문제가 된다 생각했기 때문”이라면서도 “결과적으론 쓸데 없는 걱정이었다”고 떠올렸다.

이어 “시청자분들이 알아서 지혜롭게 이 작품을 드라마적 콘텐츠로 즐기셨다. 사실 생각해보면 모든 히어로물들은 사적 제재, 복수를 포함하고 있다. 드라마에서 묘사된 폭력의 수위 등이 상당히 높았지만, 그저 드라마로서 시청자와 일시적 약속을 맺은 거라 생각한다. 또 처음부터 19금 편성이었기에 성인들이 충분히 받아들일 만한 성격의 오락을 포함한 콘텐츠라 생각했다”고도 덧붙였다.

(사진=키이스트)
학원폭력 회차 기억남아…시청자 가르치려 들면 안돼

본인이 생각한 ‘모범택시’의 인기 비결, 시청자들의 열광 심리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의성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살펴보면 많은 분들이 현재의 법이 약하다, 공평히 적용되지 않는다는 종류의 생각들을 많이 하시는 것 같다”며 “제 개인적으로는 한국의 공권력은 역사적으로 나름 잘 발전해왔고, 좋은 방향으로 통제돼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다만 이를 피부로 느끼는 정도는 다를 수밖에 없다. 지금의 공권력 체계가 뭔가 부족하다, 어딘가 풀리지 않는 답답함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사적으로 이런 부분이 해결이 된다면 좋지 않을까란 대리만족 심리에서 비롯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실제 제도를 바꿀 수는 없겠지만 잠시나마 사람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돌파구의 역할을 하니 긍정적인 부분 아닐까 싶다”고도 부연했다.

사이버 성범죄, 보이스피싱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다룬 에피소드들도 매회 화제였다. 김의성은 그 중 ‘학원 폭력’을 다룬 에피소드가 가장 가슴에 와닿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저희 때보다 지금 학생 간 폭력 문제가 더 심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희 때는 선생님들이 폭력을 휘두른 적이 많았어도 저희끼린 잘 지냈던 것 같다(웃음)”며 “이 문제에 그간 무감히 생각하는 경향도 좀 있었다. 이 에피소드를 겪으며 과연 학교나 경찰 등 공적 조직이 이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을까란 의구심도 들었다. 한 번은 이런 문제들이 제대로 다뤄졌으면 좋겠다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기억에 남는 장 대표의 명대사로도 이를 언급했다. 그는 “장 대표가 했던 대사들 중 누구에겐 학창시절이 추억이지만 누구에겐 죽고 사는 문제라 한 대목이 기억에 남는다. 꼭 한 번 입으로 하기엔 간지러워도 드라마니까 이런 낯간지러운 대사도 던질 수 있는 것 아니겠나”라며 웃음 지었다.

다만 실제 자신이 파랑새재단과 무지개운수 둘 중 운영할 기회가 생긴다면 ‘무지개운수’를 운영해보고 싶다는 솔직한 답변도 눈에 띄었다. 김의성은 “무지개 운수 같은 역할, 파랑새 재단 같은 역할을 다 공적인 영역에서 활용하면 좋지 않을까”라면서도 “다만 현실과 무관하다는 전제로 저라면 무지개운수 운영을 택하지 않을까 싶다(웃음)”라고 말했다.

작품을 겪으며 느낀 변화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작품을 통해 뭔가를 더 깨닫는 케이스는 아닌 것 같다”고 솔직히 답하면서도 “다만 제가 조금 더 살아오면서 세상의 모든 일에 대해 전부 내 의견을 표시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시간이 지나서 보면 제 생각이 다 옳은 것도 아니더라. 제 경솔한 표현에 누군가에게, 혹은 어떠한 세대에 상처를 준 일이 있었다. 반성하는 부분도 있기에 어떤 마음이 들더라도 표현하는 걸 자제하고, 하더라도 그 방식에서 예의를 지켜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모범택시’를 통해 얻은 배움에 대해선 “역시 관객, 시청자들은 가르쳐선 안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시간에 어떻게 관객, 시청자들의 반응에 잘 응답할지, 어떻게 더 재밌게 보여드릴지를 고민하는 게 맞다는 생각에 확신이 들었다”며 “‘모범택시’도 이런 면에서 작품의 의도가 특정한 메시지가 아닌, ‘기획’으로 조화롭게 어우러졌기에 시청자들의 공감을 받고 잘된 부분이 있지 않았을까”라고 설명했다.

시즌 2에 대한 기대와 애정도 느껴졌다. 김의성은 “시즌 2에 대한 이야기는 따로 들은 게 없다”면서도 “다만 마지막 촬영을 하면서 ‘이게 끝이 아닐 수도 있겠다’란 생각을 했다. 제가 배우가 아닌 제작자였다면 이 드라마를 시즌제로 안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특별출연, 신인 등용문 등 다양한 재미를 제공해줄 수 있는 작품이 될지도 모른다”라고 희망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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