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형범죄 늘은 노인들…혐오표현·학대 ‘폭력’에도 노출

제26회 ‘노인의날’
절도범죄 감소하는데 노인 절도만 증가
65세 이상 900만명 돌파…초고령사회 코앞
“임시방편 아닌 ‘질적’ 상승 위한 복지 필요”
  • 등록 2022-10-02 오전 9:00:00

    수정 2022-10-02 오전 9:00:00

[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경찰서에서 민원인 안내를 돕고 있는 60대 후반의 남성 A씨는 2년 전 퇴직한 뒤 마땅히 취업할 곳을 찾지 못해 일자리를 구하는 데 애를 먹었다. 순경부터 시작해 30년 간 경찰관으로 근무한 그는 스쿨폴리스, 방호관과 같은 자리를 원했지만 경쟁률이 세자릿수를 기록하는 등 지원조차 쉽지 않았다고 했다. A씨는 “원래 하던 일과 연관된 일자리는 경쟁률이 너무 높다”며 “우리 나이 정도 되면 선택지 자체가 줄어들어서 은퇴 후 일자리 찾기가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대한은퇴자협회 회원들이 지난 15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집무실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023년 예산에 반영된 공공형 노인일자리 축소 등에 반대하며 늘어나는 노인 인구에 따른 일자리 확대를 촉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올해 사상 처음으로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900만명을 돌파한 가운데, 설 자리를 잃고 있는 노인들이 늘고 있다. ‘노후 대비’라는 말조차 생소하던 시절 당장의 생계를 꾸려가는 데만 열중했던 이들은 은퇴 후 경제적으로 무방비 상태가 되기도 한다. 주거비, 식비, 병원비 등 지출을 따라가지 못하는 적은 소득 탓에 생계형 범죄에 빠지는 이들이 늘고, 사회적으로는 노인을 대상으로 한 혐오와 학대도 증가하고 있다. 초고령사회를 코앞에 두고 노인복지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코로나19 속 경기침체와 더불어 가파른 물가 상승 여파로 노인들의 절도범죄는 크게 증가했다. 지난달 29일 경찰청이 발간한 ‘2021 범죄통계’에 따르면 전체 절도범죄는 2017년부터 줄어드는 추세지만, 61세 이상 절도 범죄 비율은 크게 늘었다. 61세 이상의 절도범죄 피의자는 2017년 1만 6450명에서 지난해 2만4816명으로 5년간 50.8% 폭증했다.

서울시취업지원센터 등 기관에선 노인 일자리 찾기를 체계적으로 돕고 있지만 의사, 변호사와 같은 전문자격증이 없으면 선택지는 매우 제한적이다. 도시락배송원, 조리보조원, 병원청소원 등 급여가 높지 않은 단순노무직에 나이제한이 걸려 있는 경우도 많다. 이렇다보니 65세 이상 임금 근로자의 절반 가까이(44.6%)는 월평균 근로소득이 100만원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경제시장뿐만 아니라 사회에서도 ‘약자’로 도태된다. 틀니를 딱딱거린다는 ‘틀딱’, 연금을 축낸다는 뜻의 ‘연금충’, 시끄럽게 말하는 할머니를 뜻하는 ‘할매미’ 등 노인을 깔보고 혐오하는 표현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이 같은 인식은 폭력 등 노인학대에도 영향을 미쳐 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양상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노인 학대 건수는 매년 늘고 있다. △2016년 4280건 △2017년 4622건 △2018년 5188건 △2019년 5243건 △2020년 6259건 △2021년 6774건으로 집계됐다. 특히 2020년 기준 노인 학대가 가장 많이 발생한 장소는 ‘가정’으로 전체 88%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급증하는 노인 인구 숫자를 정책과 인식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으로, ‘질적 상승’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임춘식 전국노인복지단체연합회장은 “소득수준이 낮아 차라리 감옥에 가자는 생각으로 절도범죄를 저지르는 노인들이 있는데 이런 인식이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며 “최근 고학력 노인들도 증가하고 있어 노인의 가치와 역할을 향상시켜주는 사회복지 서비스로 나아가야 한다. 임시방편이 아니라 안전한 댐을 만들 수 있는 사회안전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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