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浪漫). 올해 스무살이 된 신예 뮤지션 빅나티(BIG Naughty, 서동현)는 선뜻 집어들기 어려운 심오하고 묵직한 주제를 새 앨범을 관통하는 키워드이자 타이틀로 택했다.
그렇게 총 10곡으로 사랑이 낭만이 되어가는 과정을 유기성 있게 풀어낸 앨범인 ‘낭만’을 완성해 지난달 세상에 내놓았다. 선공개곡 ‘정이라고 하자’로 음원차트를 강타한 상황 속 내놓은 새 앨범이라 팬들의 기대치가 높이 치솟았던 상황. 빅나티는 ‘낭만’으로 그 기대치를 충족시켰고, 동시에 한층 더 폭넓어진 음악 스펙트럼을 알렸다. 세상을 향해 “낭만 있게 살자”고 외치고 싶었다는 ‘젊은이’ 빅나티와 나눈 대화 내용을 마저 공유한다.
-앨범 얘기로 넘어가 보자. ‘낭만’은 어떤 앨범인가.
△앨범은 순간순간의 저를 기록하는 용도라고도 생각한다. ‘낭만’은 스무살의 서동현이 가장 관심 있어 하는 낭만을 주제로 잡고 만든 앨범이다. 어설프지만 낭만은 무엇인지에 대해 최대한 답을 내려보려고 노력하며 작업했다.
-‘낭만’이라는 키워드에 꽂힌 이유는 뭔가.
△일단 성장 배경과 관련 있다. 경제적 어려움이나 큰 굴곡 없이 자라왔다보니 감사하게도 어릴 때부터 죽음, 젊음, 사랑 등 추상적 주제에 대해 생각할 여유가 많았다. 최근 ‘낭만’에 꽂혔던 건 요즘 사회적 분위기가 7080시대 때보다 각박해지고 덜 끈끈해졌다는 느낌이 들어서였다. 그 시절을 직접 살아보진 못 했지만 감히 그때가 지금보다 낭만적일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 사람들에게 음악으로 ‘낭만 있게 살자’고 외치면, 닿을 사람에겐 닿아서 조금이라도 더 낭만적 세상이 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으로 앨범을 작업했다.
-‘낭만’을 키워드로 한 유명 곡이 있지 않나. 최백호의 ‘낭만의 대해서’ 말이다.
△이번 앨범을 발매하기 전 최백호 님을 직접 만나뵐까도 하는 생각도 해봤다. (웃음).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만나뵙고 싶다.
-어떤 스토리와 흐름으로 앨범을 구성했나.
△‘결혼행진곡’이라는 곡이 분노 단계 노래다. 결혼하고 10~20년 정도 된 분들이 ‘정으로 산다’, ‘헤어지지 못해 산다’ 같은 말을 하곤 하지 않나. 그런 게 제가 생각하는 낭만에 가깝다. 그런 분들도 분명 연애하던 시절엔 풋풋하고 달달했을 거고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지금의 단계에 온 게 아닐까 싶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그 모든 걸 합친 게 낭만이라고 생각한다.
-첫 트랙 ‘낭만이라고 부르기로 하였다’에 김기현 성우가 내래이션으로 참여했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시간이 지나고…’라는 지점부터 누군가 대신 읇어서 시간이 많이 흐른 느낌을 내면 좋겠다 싶었다. 그러다가 떠올린 게 김기현 성우 님이다. 어릴 때 ‘어벤져스’ 더빙판을 보면서 너무 멋진 목소리라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남아 있어서다. 수소문 끝 만난 김기현 성우님이 녹음이 끝난 이후 ‘나도 어릴 때 낭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곤 했다’고 하시면서 저에게 ‘내 어릴 때를 보는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그때 김기현 성우님에게 내레이션을 부탁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미소).
- ‘낭만 있게 살자’는 외침이 많은 이들에게 닿았다고 느껴나.
△ 앨범 발매 날 음원사이트 검색 순위에 ‘낭만’이 뜨더라. 그때 목적이 실현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힙합이란 틀에서 탈피하려는 시도를 한 이유는.
△힙합을 너무 좋아했기에 ‘난 힙합이어야 한다’는 강박이 살짝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랩을 음악적 도구로서 쓸 수는 있겠지만 힙합의 라이프스타일은 내가 갈 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 아직도 힙합적으로 사는 게 무엇인지는 확실히 모르겠지만 내가 그렇지 않다는 건 알 것 같다. 앞으로 좋아하는 음악을 진실되게 하는 데 중점을 두면서 음악 활동을 이어가려고 한다.
-뮤지션 빅나티의 매력이라고 생각하는 지점은.
△ 또래 뮤지션들과 다른 주제를 다룬다는 점이다. 스무살인데 낭만을 주제로 한 앨범을 만들었다는 걸 신선하다고 느끼실 것 같다. 비록 어설프더라도 어설픈 게 매력이 될 수도 있고.
-요즘 꽂혀 있는 키워드는 뭔가.
△‘젊은이’다. 최근 들어 ‘젊은이’라는 글자가 적힌 모자도 자주 쓰고 다닌다. 부산에 갔을 때 시장에서 산 거다. (웃음). 젊음은 순식간에 지나가 버리지 않나. 밝으면서도 어두울 수 있는 주제를 좋아하는데 젊은 나이에 ‘젊은이’에 대해 고민해보면 어떨까 싶다.
-앞으로 어떤 뮤지션으로 성장하고 싶나
△마흔 살이 됐을 때까지 음악을 하고 있을지 아직 잘 모르겠지만, 그때도 음악을 한다면 ‘빅나티는 항상 젊은 음악을 한다’는 평가가 뒤따르는 뮤지셔이었으면 한다. 고여 있는 뮤지션이 되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