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미세먼지 10년전보다 더 나빠졌을까?

미세먼지 세계 최하위 사실 아냐…중상위권 수준
미세먼지(PM10) 농도 10년 간 전국적 감소
서울시 '나쁨' 초과 일수 2008년 27일→2016년 7일
"미세먼지 오염 개선해야 하지만 세계 최악은 아냐"
  • 등록 2018-11-07 오전 5:00:00

    수정 2018-11-07 오전 9:25:19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보영 기자]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 거주하는 김신영(45)씨는 미세먼지 때문에 걱정이 많다. 미세먼지가 호흡기 질환 뿐 아니라 암 까지 유발할 수 있다는 보도를 본 뒤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외출을 피한다. 어쩔 수 없이 나가야 할 일이 있을 때는 마스크를 반드시 챙긴다.

김씨는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된 6일 외출준비를 하다가 짜증이 났다. 그는 “예전엔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왜 이렇게 공기가 나빠졌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미세먼지가 또다시 기승이다. 환경부는 6일 오후 5시 기준 서울시와 인천, 경기에 수도권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발령했다. 비상저감조치는 서울과 인천, 경기 모든 지역의 미세먼지(PM10) 농도가 16시간 이상 50㎍/㎥를 초과하고 다음날까지도 50㎍/㎥를 넘을 것으로 관측될 시 발령한다.

김씨가 느끼는 것처럼 우리나라 미세먼지는 예전보다 나빠졌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빠지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 10년 전과 비교하면 많이 개선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미세먼지 오염 세계 최하위?…“사실아냐”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우리나라 미세먼지 오염도가 세계 최하위권’이라는 주장은 2016년 미국 예일대·컬럼비아대가 발표한 ‘환경성과 지수(EPI)’ 분석 결과를 인용한 것이다.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기질은 180개국 중 173위, 초미세먼지 지수는 174위다.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신뢰할 수 없는 부정확한 측정 결과”라며 “일부 학자들이 인공위성 자료로 추정한 불확실한 측정값을 가지고 만든 자료로, 인구 밀도나 도시화 수준이 높은 국가가 나쁜 값이 나올 수밖에 없게 만들어진 점수 지표”라고 말했다.

대기오염수준이 심각 대표적인 나라인 나이지리아ㆍ아프가니스탄의 순위가 각각 126위, 134위로 우리나라보다 훨씬 높았다.

반면 유럽의 대기질 선진국가인 스위스가 127위, 독일 137위, 네덜란드 139위 등으로 오히려 이들 국가들보다 낮다. 미세먼지 수준 역시 일본 134위, 스위스 143위, 네덜란드 149위, 독일 157위로 환경 선진국들이 최하위로 평가된 반면 오염도가 높은 나이지리아ㆍ아프가니스탄이 공동 1위를 차지했다.

2016년 세계보건기구(WHO) 조사 결과는 이와 정반대다. 연평균 초미세먼지 오염도가 20㎍/㎥ 이하인 미국, 북유럽, 호주, 뉴질랜드, 서유럽의 대기질 환경 수준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독일과 영국, 프랑스, 일본 등이 상위권에 올랐고 한국은 연평균 오염도 30~49㎍/㎥로 중위권을 차지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미세먼지 농도 60㎍/㎥→45㎍/㎥ 점차 감소

최근 들어 미세먼지가 급격히 악화됐다는 국민 인식도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

2014년 질병관리본부가 서울 등 7대 광역시·도 주민들을 대상으로 미세먼지 오염도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87.7%가 ‘최근 미세먼지 오염이 급격히 악화됐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10년전에 비해 나빠졌다는 의견도 80.4%로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실제 통계 수치를 확인해보면 최근 10년간 전국 주요 대도시의 대기질이 꾸준히 개선돼왔음을 알 수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전국의 미세먼지(PM10) 연평균 농도는 2004년 평균 59㎍/㎥에서 2008년 53.5㎍/㎥, 2012년 45㎍/㎥로 급격히 감소했다. 2013년과 2014년, 2015년 연평균 농도가 각각 49, 48, 47㎍/㎥로 다시 증가했으나 지난해 다시 45㎍/㎥로 감소했다.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2006년 이후 우리나라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를 적게는 1㎍/㎥ 많게는 5㎍/㎥까지 끌어올리던 중국발 황사의 영향이 2012년엔 0㎍/㎥로 전혀 없었다”며 “반면 덴빈, 볼라벤, 산바를 비롯한 태풍의 영향으로 강수일수는 평년보다 12일이나 길어 미세먼지가 많이 씻겨 나갔다. 이 때문에 2012년에 비해 미세먼지 농도가 악화됐다고 얘기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연도별 미세먼지(PM10) 나쁨 농도 이상 초과 일수. (사진=서울시청)
‘나쁨’ 수준 빈도 감소…초미세먼지도 발생 줄어

연평균 오염도는 낮아졌다 하더라도 고농도 오염 발생 빈도는 증가했을 것이라는 추측 역시 사실이 아니다. ‘2016년 서울 대기질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미세먼지(PM10) 나쁨(100㎍/㎥) 초과 발생 일수는 2008년 27일에서 2016년 7일로 대폭 감소했다.

장재연 아주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오염물질 배출량이 감소해 연평균 미세먼지 오염도가 낮아지면 고농도 미세먼지 오염 발생 빈도 역시 자연스레 줄어든다”며 “다만 고농도 미세먼지가 중국발 미세먼지의 공습 등 일부 특수한 상황이 개입돼 나타난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평균 오염도가 낮아지는 것과 상관없이 외부 요인으로 고농도 오염도의 발생 빈도가 높아져 미세먼지가 심해졌다고 느끼고 있는 듯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환경부 차원에서의 전국적인 공식 통계 수치가 2015년부터 집계되고 있어 연도별 변화 추세를 확인할 수 있는 측정 자료가 없다.

서울시만 예외적으로 2007년부터 초미세먼지 수치를 측정해 기록해왔는데, 서울시의 연도별 초미세먼지 추이만 살펴보면 초미세먼지 농도 역시 지난 10년 전과 비교해봤을 때 점차 나아지고 있는 추세임을 알 수 있다. 2016년 서울 대기질 평가보고서에 따른 서울시의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2007년 30㎍/㎥에서 2009년 26㎍/㎥로 감소한 뒤 2016년까지 23~26㎍/㎥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장재연 교수는 “미세먼지와 관련한 용어나 과학적 사실에 많은 혼선이 있었다 보니 ‘초미세먼지’라는 용어가 마치 전에는 없다가 새로 등장한 신종 대기오염물질인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며 “그러나 WHO 등에서는 지름 2.5㎛이하의 입자를 PM10의 미세먼지 기준에 포함해 계속 측정, 평가해왔으며 PM2.5의 미세먼지 농도가 PM10의 미세먼지 농도와 비례해 증감한다는 사실이 여러 세계적 연구를 통해 확인된 바 있다”고 설명했다.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미세먼지 오염을 개선하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하는 위치에 있는 것은 맞지만, 세계 최악 수준은 아니다”라며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자료 한두 개에 의존해 국민들을 겁주는 방식으로는 공포감만 키울 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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