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에 반수생 증가 예상…대학은 ‘학생 이탈’ 걱정

6월 모평 졸업생 응시 지원 8.8만명 "15년 만에 최다"
1학기 종강시점인 6월 중하순 '반수생' 본격 유입될듯
"학령 인구 줄어드는데 의대 이탈까지…이공계 위기"
"대규모 결원 시 강좌 개설 등 학사운영 차질도 우려"
  • 등록 2024-06-09 오전 9:12:22

    수정 2024-06-09 오후 7:23:37

[이데일리 김윤정 기자] 의과대학 선발 증원분이 반영된 대학별 모집요강 발표로 내년도 의대 증원 절차가 마무리됐다. 대학가에서는 학업을 중단하고 입시에 재도전하는 소위 ‘반수(半修)생 이탈’이 본격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31일 오후 서울 한 의과대학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31일 각 대학은 내년도 입시 선발 인원 등을 담은 모집요강을 공개했다. 내년 의대 전체 모집인원은 총 4610명으로 전년(3113명)보다 1497명 늘었다. 대학들은 이 중 67.6%(3118명)를 수시에서 나머지 32.4%(1492명)는 정시모집을 통해 뽑는다.

의대 선발 인원 증가로 이미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의 ‘입시 재도전’ 현상이 본격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의학계열 진학을 희망했지만 성적이 모자라 상위권대 이공계·자연계로 진학한 학생들이 의대 증원을 또한번의 기회로 삼을 수 있어서다. 지난 4일 치러진 2025학년도 수능 6월 모의평가에서도 졸업생 응시생 수가 15년 만에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우면서 이같은 분위기가 감지됐다. 전체 응시생 47만 4133명 중 졸업생은 18.7%(8만 8698명)를 차지했다.

특히나 이 수치에는 통상 ‘반수생’이 잡히지 않는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대다수 대학이 1학년 1학기 휴학을 금지하는 탓이다. 1학년 학생들은 보통 1학기를 마친 뒤 2학기 휴학 후 수능 준비에 매진한다. 아직 반수생 유입이 본격화하지 않았음에도 졸업생 규모가 15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것이다.

대학가에서는 이공계 인재 유출, 이공계 기피 심화 현상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학생들이 의대로 진로를 트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서울 주요대학을 중심으로 이런 반응이 나온다. 대학은 재학생이 중도탈락(자퇴·미복학 등)할 경우 고등교육법에 따라 다음해 편입학을 통해 결원을 충원할 수 있다. 다만 이과 상위권 학생들이 의대로만 쏠릴 경우 기초·첨단과학 분야가 고사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임정묵 서울대 교수회장(농생명공학부 교수)은 “이공계 등에서 상당수 재학생들이 의대로 빠져나갈 경우 결원이 생기고 규모에 따라 수업 운영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며 “연쇄적으로 이공계 학생을 필요로 하는 기업·연구소 등에서 인력수급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수 이탈’로 학생 수가 줄어들 경우 최소 수강 인원을 최우지 못해 다양한 강의 개설이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다.

서울권 대학의 A 공대 교수는 “상위권 대학에서 의대 진학을 위해 학생 이탈 조짐이 보인다는 얘기를 듣는다”며 “이공계는 국가경쟁력을 견인하는 중요 역할을 수행하는데 학령인구 감소에 의대 이탈이 맞물려 인재 유입이 줄어드는 것은 위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학의 노력과 정부 지원으로 이공계에 진입할 만한 비전이 있다는 점을 학생들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도권의 B대학 관계자도 “의대 증원과 전공 자율선택제(무전공제) 확대 여파로 상위권 대학부터 학생 이탈이 시작될 것”이라며 “서울권 대학은 편입 등을 통해 어떻게 해서든 인원을 채우겠지만 연쇄 영향으로 충원하지 못하는 대학이 생겨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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