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보험사기범된 '치위생사들'···가짜 진단서로 수억원 꿀꺽

A사 '치위생사 관련 치아보험 사기 적발 실적'
SIU 3개월간 보험사기금 2.5억 적발···'환수 조치'
치아보험 보험금 소액에 서류 위·변조 쉬워 '허점'
의사들 '눈감아주기'도 문제···"관련 법 재정비 시급"
  • 등록 2023-06-09 오전 6:00:00

    수정 2023-06-09 오전 6:00:00

[이데일리 유은실 기자] 병원에서 일하는 치위생사 B씨는 충치·크라운 치료를 하지 않았음에도 ‘허위 진료 확인서’를 발급해 보험금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치과에서 의사를 보조해 치석제거, 스케일링 등을 수행하는 B씨의 혐의는 GA 소속 설계사랑 짜고 가족들을 환자로 끌어들여 충치 등의 명목으로 보험금을 청구했다는 것이다. 이번 건과 관련된 보험금만 5억원이 넘는데, 보험사는 6월 중 수사 의뢰를 검토 중이다.

연간 보험사기로 적발된 금액이 1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비교적 손쉽게 보험금 수령이 가능한 치아보험 사기에 가담하는 의료기관 종사자들의 범위가 넓어지고 수법은 조직화 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치위생사나 코디네이터들이 가족 등 지인과 함께 사전에 공모해 진료 차트와 치료 확인서를 허위로 작성하고 보험금을 편취하는 식이다. 의사들도 이를 눈감아주기 식으로 방관해오고 있는 만큼 보험사기에 대한 더 촘촘한 수사와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게티이미지)
8일 A사가 이데일리에 제공한 ‘치위생사 관련 치아보험 사기 적발 실적’에 따르면 지난 3개월간 보험사기특별조사팀(SIU)이 집중 분석 및 조사를 벌인 결과, 치아 치료 관련 가짜 진단서를 작성해 보험금을 반복적으로 타낸 치위생사 관련 병원 4곳의 보험사기를 적발했다. 이번 보험사기에 연류된 의료기관 종사자는 6명(치위생사는 5명·코디네이터 1명)이며, 치위생사의 가족 11명으로 나타났다. A사는 보험사기 관련 금액 2억4100만원 중 2억1380만원가량을 환수, 계약도 모두 해지했다.

SIU는 적발된 건 이외에도 추가적으로 치아 관련 보험사기 사례를 분석하고 있다. 혐의점을 찾은 관련자와 병원들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어 보험사의 피해 금액은 증가할 전망이다. A사가 내놓은 피해 추정치는 40~50억원 수준이다.

치아보험은 건별 청구금액이 100~200만원 수준으로 비교적 소액 청구건이 많다는 특징이 있다. 소액 청구가 많아 대부분 간편심사를 통해 보험금이 지급되는 데다 치료확인서·진단서 위조가 어렵지 않아, 이점을 공략한 ‘메디컬 모럴헤저드(도덕적 해이)’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업계는 최근 치위생사나 코디네이터 등 의료계 관계자가 가족이나 친구 등 지인과 결탁한 치아보험 사기가 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치아보험을 악용하는 사례를 살펴보면 과거엔 의사들이 ‘과잉진료’로 보험금을 편취하는 수법이 대부분이었다면, 최근엔 의료계 종사자들의 ‘서류 위·변조’와 ‘허위청구’도 많아졌다.

의료업에 종사하는 사람의 경우 보험상품 구조, 보험금 청구 그리고 법을 잘 알고 있어 ‘허점’을 활용하는 사례가 많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또 관리의 책임이 있는 의사들이 과잉진료를 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해당 사실을 알더라도 허위 청구를 묵인할 수밖에 없고 보험설계사들까지 가담해 ‘조직형 사기’가 점점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논란도 함께 일고 있다.

실제 최근 몇년간 보험사기는 의료계·보험업계 종사자들이 주도하거나 가담하는 식으로 변해왔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보험사기 적발 피해 규모는 지난 2017년 7302억원에서 지난해 1조원 이상으로 뛰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금융당국이 단속 강화를 시작한 2017년 보험사기로 적발된 의료계 종사자는 1400여명 수준이다.

이에 보험업계에선 관련 법 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사기로 줄줄 새는 민영 보험금 문제는 결국 건강보험 누수로 이어져 다수 가입자의 보험료에도 영향을 준다. 보험연구원이 서울대와 함께 진행한 연구(2019년)에 따르면 보험 사기로 인한 국민건강 보험의 누수 추정액은 1조원에 달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건처럼 일부 치과병원 전문 종사자들이 철저하게 관리돼야 할 병원 시스템을 오히려 범죄에 이용하는 등 최근 병원 내부 시스템 관리에 허점이 발견된 사례들이 적발되고 있다”며 “병원 자체적인 관리 감독에도 신경을 써야 하고 적절한 법률에 따른 처벌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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