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V·간염 걸린 혈액 수혈하고도 '통보無'…2.8만 부적격 혈액 수혈됐다

(대한적시자사 홈페이지 캡처)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대한적십자사 산하 혈액원들이 HIV나 간염 등 감염병 요인을 가진 헐액을 수혈하고도 수혈자에게 해당 사실을 고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확인된 이같은 부적격혈액제제만 2만 8822유닛이다.

감사원은 26일 보건복지부가 혈액관리법에 부적격혈액 수혈 사실 통보요건을 규정하지 않으면서 그동안 부적격혈액 수혈 사실이 수혈사실이 단 한 건도 통보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2016년 2월 혈액관리법을 개정해 같은 해 8월부터 부적격혈액의 수혈 등으로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있거나 사고가 발생했을 때는 그 사실을 그 혈액에 수혈받은 사람에게 알려야 하고, 이를 위반한 자는 2년 이하의 지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복지부가 5년이 넘은 지금까지 ‘부적격혈액의 수혈 등으로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있거나 발생할 때’가 무엇인지, 통보대상은 어떻게 되는지 등 조치에 필요한 사항을 하위령으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2016년 법 개정부터 출고된 부적격혈액제제는 3만 2585유닛인데, 이중 회수·폐기된 3763유닛을 제외한 2만 8822유닛이 수혈되고 말았다. 이 중 에이즈와 A·B·C형 간염 등 혈액매개 감염병 요인을 가지고 있는 혈액이 1595유닛, 태아 기형 부작용이 있어 헌혈이 금지된 약물 요인을 포함한 혈액이 177유닛, 헌혈유보기간 내 말라리아 지역을 거쳐 헌혈이 금지된 헌혈자의 혈액이 2만 7050유닛이다.

실제 수혈로 감염병을 걸린 사례도 확인됐다. 감사원이 지난 2018~2020년 구 질병관리본부 및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의 혈액매개감염병 추가조사 과정에서 혈액매개감염병에 감염된 사람이 헌혈한 혈액의 검체를 검사한 내역을 확인한 결과, 적십자사 산하 혈액원을 통해 출고돼 수혈된 혈액 중 총 108건이 검사에서 A형·B형 감염으로 판정됐다. 이 중 1건은 혈액관리위원회에서 A형 감염 수혈부작용으로 추정된다고 판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혈액원은 추적조사에 따른 병원체 검사에서 양성으로 판정됐거나 수혈부작용으로 추정된다고 판정한 사례조차 수혈자에게 해당 사실을 통보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혈액관리법 제8조 제5항 및 제 19조의 입법 및 제도 도입의 취지가 훼손되고, 부적격혈액을 수혈받은 환자가 사고를 당할 위험이 있는 경우에도 신속하게 대처할 기회를 보장받지 못하게 됐다”며 통보기준을 하위법령에 명확하게 규정할 것을 통보했다.

이밖에 감사원은 적십자병원이 식약처에 마약류 취급내역 보고를 적정하게 수행했는지 점검한 결과, 서울·상주·거창·인천·통영 등 5개 병원에서 실제 처방·투약한 의사 명의와 원내처방전상 명의를 다르게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적발했다. 특히 상주적십자병원은 수면내시경 검진시 프로포폴 주사제를 처방·투약하면서 전사처방시스템의 원내처방전에 처방·투약량을 1앰플로 일률적 입력했다. 그 결과, 수진자 1인당 잔양(폐기량)이 평균 0.6앰플 만큼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산처방시스템상 잔량이 없는 것으로 기록돼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약 6000엠플이 사실상 제대로 된 기록 없이 폐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