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홍콩교구, 30여년 만에 천안문 추모 미사 중단

홍콩교구 “소규모로 고인 위해 기도 권유”
홍콩 당국, 코로나 등 이유로 집회 금지령
“90세 젠 추기경 체포, 신자들에게 충격”
  • 등록 2022-05-24 오후 4:26:03

    수정 2022-05-24 오후 4:26:03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천주교 홍콩교구가 홍콩 국가보안법을 이유로 연례 톈안먼(천안문) 추모 미사를 30여년 만에 처음으로 중단한다고 24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조셉 젠 홍콩 추기경(사진=AFP)
SCMP에 따르면 천주교 홍콩교구는 이날 톈안먼 추모 미사와 관련해 “가톨릭 신앙에 따르면 미사도 한 방법이지만 개인적으로나 소규모로 고인을 위해 기도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면서 이 같은 결정을 발표했다.

톈안먼 민주화시위는 1989년 6월 4일 반부패와 개혁 등을 요구한 대학생 중심의 시민 시위였으나, 인민해방군에 의해 유혈 진압됐다. 이후 중국에서는 톈안먼 민주화시위 언급이 금기시되고 있다. 중국 본토와 달리 홍콩에서는 일국양제 아래 빅토리아 공원에서 매년 톈안먼 민주화시위 촛불집회 등 추모 행사가 대대적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홍콩 당국은 2020년부터 코로나19를 이유로 톈안먼 추모 행사를 금지하고 있다. 특히 2020년 6월 홍콩국가보안법 시행, 2021년 9월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지련회) 해체 등이 이어지면서 홍콩 내에서 톈안먼 추모 행사를 이끌어온 민주 진영 인사들의 설 자리는 좁아지고 있다.

7개의 홍콩 가톨릭 성당은 지난해 홍콩 당국의 추모 행사 금지령에도 연례 추모 미사를 강행했다. 그럼에도 올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이유는 ‘홍콩의 양심’으로 불리는 조셉 젠 추기경의 체포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젠 추기경은 매년 6월 4일 톈안먼 민주화시위 촛불집회, 2014년 우산혁명, 2019년 반정부 시위 등 홍콩 정치 행사에 적극 참여해 친중 진영의 공격을 받아왔다.

SCMP는 홍콩교구 관계자를 인용해 “이번 결정이 추모 미사에 대한 반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면서 “젠 추기경이 체포됐다는 사실이 홍콩 가톨릭 신자들에게 충격을 안겼다”고 전했다.

이달 11일 홍콩 경찰은 젠 추기경을 포함한 4명의 민주 진영 인사를 외세와 결탁한 혐의로 체포했다. 홍콩 경찰은 이들이 ‘612 인도주의지원기금’의 신탁 관리자로, 외세에 홍콩에 대한 제재를 가할 것을 촉구해 국가 안보를 위협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당시 설명했다. ‘612 인도주의지원기금’은 2019년 반정부 시위에 참여했다 기소를 당하거나 재정적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지원하고자 설립된 단체다. 홍콩 당국이 기부자와 수령인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요구하자 지난해 10월 자진 해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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