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문 13차례 낸 정유정, 감형 받을 수 있을까[궁즉답]

또래 20대 여성 살해·시신 훼손한 혐의
담당 판사 “반성인지 아닌지 헷갈릴 정도”
‘진지한 반성’ 중요한 양형 기준 중 하나
정유정, 중형 피할 가능성 매우 낮을 듯
  • 등록 2023-10-12 오후 4:54:24

    수정 2023-10-12 오후 4:54:24

[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다들 학창시절 반성문 한 번씩들 써봤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자신이 잘못한 것과 느낀 점을 써내려가는 반성문은 학생들이 가장 싫어하는 벌 중 하나입니다. 성인이 돼서도 그런 반성문을 제출하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법정입니다.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정유정(23)이 지난 6월 부산 동래경찰서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0일 과외 앱을 통해 과외 교사를 구하는 척 20대 여성을 불러내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유정에 대한 공판이 진행됐습니다. 정유정은 지난 7월 7일부터 최근까지 석 달간 13번에 걸쳐 반성문을 제출했습니다. 반성문에는 ‘정신과 약을 먹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김태업 부산지법 부장판사는 “정유정도 계속해서 반성문을 써내고 있지만 그게 반성인지 아닌지 헷갈릴 정도”라며 “반성문은 본인의 처한 상황을 되돌아보고 뭐가 잘못됐는지, 본인의 심정을 차분하게 정리하고 앞으로 어떻게 생활하겠다는 내용이 들어가야 한다”고 설명해줬습니다. 살인하고도 반성문을 제출하는 정유정,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정유정이 이토록 반성문을 수차례 제출한 이유로는 ‘감형’이 꼽힙니다. 이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서라면 ‘양형 기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양형 기준이란 법관이 형을 정함에 있어 참고할 수 있는 기준을 의미합니다. 법관은 법정형(법률에 규정돼 있는 형벌) 중 선고할 형의 종류를 선택하고 법률에 따라 형의 가중 또는 감경함으로써 처단형을 내리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특정한 선고형을 정하고 형의 집행유예 여부를 결정하는 것에 가장 중요한 것이 양형 기준입니다. 예를 들어 살인의 경우 형법에 따른 법정형은 최소 징역 5년에서 최대 사형에 이릅니다. 법관은 정해진 양형 기준에 따라 형량을 결정하게 됩니다.

‘반성하는 태도(진지한 반성)’는 양형 기준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반성 정도에 따라 집행유예를 선고받을 수 있는 이가 실형을 선고받기도 합니다. 즉 반성문을 제출하는 것이 ‘반성하는 태도’를 보여주는 가장 간편한 방법입니다. 형법 제51조에 따르면 △범인의 성행 △범행 후의 정황 등이 양형에서 참작해야 할 요소입니다. 법원조직법 제81조의6에 따르면 양형위원회는 △범죄의 일반예방과 피고인의 재범 방지 및 사회복귀를 고려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결국 진지한 반성이 양형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입니다.

지난 6월 부산경찰청이 신상정보 공개심의위원회를 거쳐 공개한 정유정(23세)의 사진. (사진=부산경찰청 제공)
문제는 ‘진지한 반성’을 반성문 등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양형위원회 역시 진지한 반성의 기준을 ‘범행을 인정한 구체적 경위, 피해 회복 또는 재범 방지를 위한 자발적 노력 여부 등을 조사, 판단한 결과 피고인이 자신의 범행에 대하여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명시했습니다. 이 같은 기준을 통해 판사는 진지한 반성을 가려내고 있습니다.

양형위원회 노력에도 ‘진지한 반성’을 가려내기 힘든 것은 사실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반성문입니다. 범죄자들의 반성문을 대필해주는 업체들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습니다. 대필업체들은 보통 A4용지 1장당 최소 5만원에서 최대 10만원까지 받고 있습니다. 재판장 입장에서 피고인이 반성문을 제출하고 공탁금을 내는 등 반성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감경요소로 볼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실제로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법원행정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성범죄 사건 피고인 약 71%가 진지한 반성을 한다는 이유로 감형받았습니다.

그럼 정유정 사례는 어떨까요? 정유정의 경우 수많은 반성문을 제출했지만 중한 형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양형위원회 기준에 따르면 정유정의 행위는 살인 중 가장 형이 중한 ‘극단적 인명경시 살인’으로 처벌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해당 양형 기준을 적용할 경우 감경이 되더라도 최소 20년에서 최대 사형까지 선고가 가능합니다.

이에 정유정이 살인 후 보였던 여러 태도, 계속된 진술 번복, 잔혹했던 사체 손괴 등을 고려해볼 때 정유정에 대한 중형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이같이 중한 범행의 경우 감형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며 “범행 후 여러 행동을 볼 때 반성하는 태도도 인정받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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