警, “불법시 캡사이신 분사” 강공…민노총 집회, 이번엔 평화로울까

민주노총 31일 세종대로서 총력투쟁
경찰과 충돌 우려 속…“집회, 오후 5시 마무리”
경찰, 文정부 때 사라진 ‘캡사이신’ 부활 시사
일부 노조원과 경찰 ‘충돌’ 가능성 남아
  • 등록 2023-05-30 오후 5:38:54

    수정 2023-05-30 오후 7:43:03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불법집회를 해산시키는 과정에서 필요한 경우엔 캡사이신 분사기 사용도 준비해야 한다.”

민주노총의 서울 도심 대규모 집회를 하루 앞둔 30일, 윤희근 경찰청장이 불법집회에 엄정대응 방침을 거듭 천명했다. 여당에서 언급한 ‘물대포’까지는 아니었지만, 최루제의 일종인 캡사이신을 입에 올리며 불법집회 시 집회 참가자들에 뿌릴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민주노총은 집회 신고시각에 맞춰 해산하겠단 방침이나, 일부 강성 노조원들이 경찰과 충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지난 16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양회동 열사 정신 계승, 민주노총 건설노조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며 “윤석열 정권은 퇴진하라”고 외치고 있다.(사진=이영민 수습기자)
민주노총은 31일 오후 4시 서울 세종대로 일대에서 조합원 2만 명이 참여하는 ‘총력투쟁대회’를 연다. 본 집회에 앞서 민주노총 산하 건설노조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용산 대통령실 인근과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각각 조합원 5000여명씩 참여하는 정부 규탄 집회를 연다. 같은 시각 금속노조는 3000여명을 동원해 서대문구 경찰청 앞, 나머지 산별노조 2000여명은 고(故) 양회동씨의 시신이 안치된 서울대병원 인근에서 사전집회를 열 예정이다. 각자 사전 집회가 끝나면 세종대로까지 행진해 본 집회에 합류한다. 민주노총의 요구사항은 △윤석열정권 퇴진 △주 69시간제를 비롯한 노동개악 폐기 △전방위적 노조 탄압 중단 △최저임금 대폭 인상 등이다.

민주노총의 대규모집회 예고에 경찰도 분주히 움직였다. 윤 청장은 이날 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집회 및 행진 시간을 제한해 금지했음에도 시간을 초과해 해산하지 않고 야간문화제 명목으로 불법집회를 강행하거나, 도심에서 집단 노숙형태로 불법 집회를 이어가는 경우에는 현장에서 해산조치할 것”이라고 했다.그는 “해산조치 등 경찰 법집행 과정에서 경찰관 폭행 등 공무집행을 방해하면 즉시 현장 검거하고, 최대한 신속하게 사법처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민주노총 산하 건설노조가 지난 16~17일 1박2일 ‘불법’ 노숙투쟁을 벌이며 노상방뇨·음주 및 흡연·쓰레기투기 등을 해 시민들에 ‘민폐’를 끼쳤는데도 경찰이 수수방관했단 정부여당의 질책을 의식한 조치로 해석된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공권력 행사를 통한 경찰의 엄정대응을 주문했고, 특히 국민의힘에선 2016년 고(故) 백남기 농민을 사망케 한 물대포를 재도입해야 한단 발언까지 나왔다.

눈길을 끄는 건 윤 청장이 캡사이신을 언급한 점이다. 캡사이신 분사는 고추에서 추출한 천연성분인 캡사이신 용액을 불법 행위자의 눈 주변으로 뿌려 시야를 막아 집회를 해산시키는 방식으로, 2017년 3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엔 등장하지 않았다.

불법집회를 원천봉쇄하기 위한 대규모 경력도 투입한다. 경찰은 전국에서 임시편성부대를 포함해 120여개 경찰부대를 배치할 방침이다.

노동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용산에서 철거민들이, 쌍용차에서 노동자들이, 백남기 농민이 희생된 아픈 과거에서 무엇을 배운 건가”라며 “마음에 들지 않으면 두들겨 패서라도 입을 막겠단 구시대적 발상을 중단하라”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31일 오후 집회는 오후 5시께 마치겠단 점을 분명히 했다. 양 위원장은 “야간 행진을 계획하고 있지 않다”며 “그럼에도 반복적으로 야간 집회에 대한 강력한 대응 방침을 밝히며 충돌을 야기하는 게 누구냐”고 비판했다. 당초 민주노총은 31일 오후 7~8시에 세종대로에서 경찰청까지 야간 ‘마무리 집회’를 열 예정이었으나 경찰이 불허했다.

문재인정권 때와는 180도 달라진 경찰의 강경 대응 기조 속 민주노총도 ‘준법·평화집회’를 언급하면서, 우려됐던 경찰과 노조간 충돌 우려는 다소 낮아졌다는 평가다. 다만 정부와 노동계가 첨예한 갈등을 빚는 상황에서 일부 노조원들과 경찰간 우발적인 충돌이 빚어질 가능성은 남아있다.

현장 경찰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서울경찰청 기동대 소속 A경찰관은 “(노정간) 강대강 대치로 업무강도가 높아져 기동대원들이 전반적으로 힘들어한다”며 “(충돌해도) 윗선에서 자신들을 보호해 주지 않을 거라는 불신도 가득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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