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스벅 '서머 캐리백' 파문, 정부는 책임 없나

한국소비자원, '발암물질 검출' 서머캐리백 '자발적 리콜'
스타벅스 안일한 품질관리, 늑장 대응이 근본 원인이지만
'전안법' 가방·쿠션 제품 안전성 기준 無…개정 움직임 X
전안법 개정 `17년이 최근…국민 눈높이 맞는 기준 필요
  • 등록 2022-08-11 오후 5:23:08

    수정 2022-08-11 오후 5:23:52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스타벅스코리아가 안전성 논란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서머 캐리백’(여행용 가방)에 대한 자체 반품 및 보상안 발표에 이어 자발적 리콜을 진행한다. 올 여름 ‘e-프리퀀시’ 행사 증정 굿즈(기획상품) 서머 캐리백에서 발암 물질인 폼알데하이드가 검출된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한데 이어 공식 리콜을 통해 정부기관으로부터 리콜 현황을 점검받게 된 것이다.

부동의 커피 프랜차이즈 1위라는 위치에 걸맞지 않은 스타벅스의 안일한 품질 관리와 늑장 대응이 이번 사태의 핵심 원인이 맞다. 그러나 한편으론 생활용품 유해성분에 대한 안전성 기준을 세분화해 명확하게 마련해두지 않은 정부에도 분명 책임이 있어 보인다. 정부는 전기생활용품안전법(전안법)과 시행령 등 관계 법령 개정이나 기준 재정립 등 개선안 마련보다는 행정지도를 통해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서울 시내 한 스타벅스 매장 모습.(사진=뉴시스)
현행 전안법에 따르면 발암물질로 분류되는 폼알데하이드 성분 함유량은 내의류(속옷·셔츠·바지 등)의 경우 75㎎/㎏ 이하, 외의류(외투 등) 및 침구류는 300㎎/㎏ 이하가 기준이다. 하지만 가방·쿠션·커튼 등은 기타 제품류로 유해물질 안전요건 기준이 아예 없다. 스타벅스 서머 캐리백은 자체 의뢰 조사 결과 폼알데하이드 성분이 재봉 전 외피에서 284~585㎎/㎏, 내피에서 29.8~724㎎/㎏가 검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소비자원과 국가기술표준원은 해당 제품 외피(20~681㎎/㎏), 내피(26~212.8㎎/㎏), 종이보강재(71.6~641㎎/㎏)에서 폼알데하이드 검출을 확인했다.

스타벅스는 e-프리퀀시 사은품 증정 이벤트 기간 중 해당 사실을 파악했다고 인정했다. 현행 전안법 등 관련 기준을 검토해 ‘가방류’인 서머 캐리백이 법적으로 안전성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기준이 없다 보니 스타벅스 입장에서는 본보기가 됐다며 억울하다고 여길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내부에서 소비자의 안전이 달린 심각성과 후폭풍을 예상하지 못하고 안일하게 진행해 결국 손실과 리스크를 키운 경영 관리 측면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는 건 분명하다.

이에 신세계(004170)그룹은 해당 사태를 엄중히 받아들이고 그룹 전략실이 나서 스타벅스코리아의 경영 진단을 위한 내부 조사를 진행 중이다. 스타벅스 내부망을 통해 사내 제보와 e-프리퀀시 행사 개선 방향에 대한 의견도 받고 있다. 스타벅스 서머 캐리백은 증정품과 판매분을 합해 총 108만여개가 풀렸고 현재까지 약 36%인 38만개가 회수됐다.

기업이 잘못한 부분은 기업이 반성하고 개선하면 되고 그 다음은 정부다. 가방과 쿠션 등 제품도 사용 환경에 따라 인체에 직·간접적 접촉이 자주 또는 장시간 이뤄지는 경우가 있어 외의·침구류에 준하는 안전성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꾸준히 있어왔다. 그럼에도 정부와 국회의 국민 생활용품 안정성에 대한 안일한 판단으로 느슨한 기준을 만들었고 이후 이렇다할 개선도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1974년 1월 첫 제정된 전안법은 약 5년 전인 2017년 12월 전부 개정된 게 최근이다.

지난 5년 새 갈수록 빨라지는 사회적 변화로 각종 안전사고와 코로나19 팬데믹 등을 겪으며 건강과 안전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수준이 높아졌다. 이번 스타벅스 서머 캐리백 사태는 똑똑해진 소비자가 먼저 기업이 생산한 제품에 대한 유해성을 입증해 사회적 공론화와 후속 조치를 이끌어 낸 사례다.

반면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바탕인 관련 입법과 행정 등 제도적 지원이 빠르게 변화는 소비자와 시장에 쫓아가지 못하는 단면을 보여준 사례이기도 하다. 정부는 특정 기업에 책임을 떠넘기기보다, 향후 유사 피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소비자 생활용품과 관련한 모든 안전 기준을 꼼꼼히 점검하고 보완·개선책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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