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텔 나체 살인'…동거친구들, 피해자 고소에 앙심 품고 범행

故 박모씨 가족, 작년 11월 친구 둘 상해 혐의로 고소
"앙심 품고 감금, 경찰에 허위진술 강요"
서울 영등포경찰서, 지난달 검찰 '불송치'
  • 등록 2021-06-17 오후 6:14:47

    수정 2021-06-17 오후 6:14:47

[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서울 마포구 오피스텔에서 친구를 감금하고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20대 남성 2명이 피해자가 고소한 것에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친구를 감금해 살인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가 지난 15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서울경찰청은 17일 “피의자들이 피해자의 고소에 앙심을 품고 3월 31일 지방에 있던 피해자를 서울로 데려와 강압 상태에 뒀고 이후 수사기관에 허위진술을 하도록 강요하는 등 수사를 적극적으로 방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8일 피해자는 아버지와 함께 대구 달성경찰서를 찾아 피의자 김모(20)·안모(20)씨를 상해 혐의로 고소하고 같은 달 22일 피해자 조사를 받았다. 달성서는 사건을 피의자들의 주거지가 있는 서울 영등포서로 사건을 넘겼다.

피해자의 고소 사실을 알게 된 안씨와 김씨는 3월 말 지방에서 피해자를 서울로 데려와 감금해 굶기고, 고소 취하와 허위 진술을 강요하는 등 가혹행위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피해자의 아버지는 지난 4월 30일 대구 달성서에 가출신고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관이 4월 17일 피해자 대질조사를 위해 출석을 요구하는 통화를 할 때도 피해자 옆에서 ‘지방에 있다’고 허위 진술을 하도록 유도하고, 지난달 3일 두 번째 전화에서는 전화를 못 받게 하는 등 여러 상황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또 안씨 등은 피해자에 일용직 노동을 강요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의 돈을 이들 일당이 사용한 의혹에 대해 경찰은 “휴대전화 소액대출과 대부업체 등에서 피해자 명의로 돈을 빌린 내용은 계좌 거래내역 등을 분석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친구를 감금해 살인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가 15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경찰은 아울러 영등포서의 상해 고소 사건 수사 과정과 달성서의 가출 신고 처리 과정이 적법했는지도 살펴볼 방침이다. 서울경찰청은 영등포서의 사건 불송치와 관련해서는 감찰을 진행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달 27일 영등포서에서 불송치된 사건은 수사를 재개해 마포서에서 살인사건과 병합해 수사하고 지난 4월 달성서에 접수된 가출 신고 건도 처리 적정성 등을 살필 예정”이라고 전했다.

앞서 지난 13일 오전 연남동의 한 오피스텔에서 나체 상태의 시신이 발견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현장 상황 등에 비춰 봤을 때 피해자와 함께 오피스텔에 거주했던 친구 안씨와 김씨에 대해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다고 판단, 둘을 중감금치사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이후 경찰은 피해자의 몸에 폭행 흔적이 있었고 영양실조 상태였던 것을 확인, 2명에 대해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경찰은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법원은 15일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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