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난색에…‘장기보유 주식 세금 혜택’ 尹공약 난항

금융위 새해 업무보고
김주현 “장기투자 바람직…기재부는 재정 문제제기”
선진국에선 전면 비과세 혜택도 주는데 한국은 없어
증시 반등 고려한 정책 타이밍, 여당서도 “감면 필요”
  • 등록 2023-01-30 오후 7:35:28

    수정 2023-01-30 오후 8:13:52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장기보유 주식에 세제 혜택을 주겠다던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 암초에 부딪혔다. 기획재정부가 재정 부담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어서다. 시장에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세제 혜택을 비롯한 전반적인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금융 산업이 고수익을 창출하고 우리 미래 세대에도 많은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도록 금융산업 육성 정책까지 아울러서 논의해달라”고 말했다. (사진=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뉴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3년도 금융위 업무보고’ 사전 브리핑에서 주식 장기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에 대해 질문을 받자, “기재부 문제제기”를 언급하면서 이같은 상황을 전했다.

김 위원장은 “장기투자가 바람직하다는 건 누구가 공감하는 이슈”라고 먼저 운을 뗐다. 하지만 그는 “기재부에서 (세제 혜택에) 문제 제기를 한다면 ‘우리나라 재정 상태가 상당히 신경을 써야 하는 상황에 와 있다’는 점”이라며 “어디서 세제를 감면해 주는지 등 이거와 관련해서 당연히 같이(기재부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1년 이상 주식 보유 시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검토되거나 논의된 바 없다”고 전했다. 그동안 금융권에서는 장기보유 주식에 대한 세제 혜택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재정당국 문턱에서 가로막혀 있는 셈이다.

앞서 문재인정부에서도 주식 장기투자 활성화 방안이 검토됐지만 시행되지 못했다. 부처 간 이견이 있어서다. 그동안 기재부는 감세로 인한 재정 부담, 자산가들에게 세제 혜택이 집중되는 점, 주식 보유 수준·여부에 따른 형평성 시비 등을 이유로 주식 장기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에 난색을 표해왔다.

반면 선진국에서는 주식 장기투자에 각종 세제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미국은 1년 이상 주식을 보유한 장기 투자자에게 낮은 세율로 분리 과세하고 있다. 프랑스는 장기 보유 주식에 매년 일정한 비율로 공제 혜택을 주고 있다. 벨기에·룩셈부르크는 개인 소득이나 보유 기간 등을 고려해 아예 세금을 매기지 않는 비과세 방안도 도입돼 있다.

시장에서는 연내에 긴축 공포가 끝나고 증시 반등이 기대되는 상황에서 자본시장을 안정적으로 키우기 위한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 (사진=금융위원회)


서유석 신임 금융투자협회장은 주식투자 인구가 늘었지만 단기 차액만 보는 투자 행태가 많은 점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지난 17일 기자간담회에서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선 장기투자 문화가 절실하다”며 “배당 소득세도 장기투자자에 대해선 분리 과세하고 세율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주식 장기투자 관련해 양도세를 낮추거나 세액공제를 도입하는 방안은 충분히 할 만한 조치”라며 “단타 위주의 투자 관행을 장기 투자로 바꾸고 증시를 부양하려면 전반적인 자본시장 선진화 방안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납세자연합회장을 역임한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주식 장기투자 세제 혜택은 미국 등 선진국에서 이미 도입돼 있어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고, 부동산 장기보유 특별공제처럼 장기투자에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안정적인 자본시장 환경에 도움이 될뿐 아니라 기업 살리기 효과도 있어 정책 도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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