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인수위 전문위원 "기업활동 위축 우려"…전속고발권 유지 주장

박익수 인수위 공정경제 담당 전문위원 논문서 주장
"공정거래법 위반 무분별한 형벌…기업활동 위축"
"공정위 전속고발권 남용시 의무고발요청으로 보완"
공정위 파견은 과장급 한명뿐…박 위원 주도 가능성
  • 등록 2022-03-24 오후 7:22:29

    수정 2022-03-25 오전 8:03:41

[세종=이데일리 조용석 김상윤 기자] 윤석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공정경제 담당 전문위원인 박익수 김앤장 변호사가 과거 논문에서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에 무분별하게 형벌을 선택하면 기업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면서 전속고발권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친(親)기업 기조를 견지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을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박익수(법무법인 김앤장 변호사, 오른쪽), 권남훈(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왼쪽) 전문위원이 24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회 업무보고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사진 = 연합뉴스)


24일 학계 등에 따르면 박 전문위원은 2010년 발간된 ‘경제법판례연구(6권)’에 투고한 논문을 통해 이 같이 주장했다. 판사 출신 공정거래법 전문가인 박 전문위원은 권남훈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와 함께 인수위 경제1분과에서 공정경제 정책 전문위원을 맡고 있다. 논문을 낸 2010년은 박 전문위원이 2006~2008년 공정위에서 심결지원2팀장, 협력심판담당관을 마치고 김앤장 변호사로 일할 때다.

“공정거래법 위반 무분별한 형벌…기업활동 위축 우려”

박 전문위원이 투고한 논문 제목은 ‘공정거래법상의 전속고발제도와 고소불가분의 원칙’이다. 공정위가 고발하지 않은 공정거래법 위반(담합)업체에 대해 검찰이 고소불가분의 원칙(친고죄는 공범 중 1인만 고소되면 다른 공범자에게도 효력 발생)을 들어 기소한 것을 공소 기각한 법원 판단에 대한 해설 성격 논문이다. 공정위 전속고발권에 대한 박 전문위원의 가치 판단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전속고발권이란 담합 등 공정거래법, 하도급법 등 공정위 소관 법률 위반사건에 대해서는 공정위 고발이 있어야만 기소할 수 있게 한 제도다. 형사 처벌이 남용돼 기업의 경제활동을 저해하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됐으나, 공정위가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전속고발권을 행사한다는 비판과 함께 폐지 여론이 꾸준히 일었다. 낙선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전속고발권 폐지를 주장했다.

박 전문위원은 논문에서 “전속고발제도는 경제질서 유지와 경쟁촉진에 전문성을 가진 공정위의 판단에 따라 행정 제재조치에 그칠 것인지 형벌까지 적용할 것인지, 형벌을 적용한다면 공범관계에 있는 사업자 전체에 형사고발을 할 것인지 아니면 일부 사업자에 대해서만 형사고발을 할 것인지를 결정토록 하는 것”이라며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해 창의적인 기업활동을 조장하고자 하는 공정거래법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그 취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1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경제6단체장들과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그는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에 대한 형벌 부과는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기에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속고발권 도입 취지와 같은 맥락이다.

박 전문위원은 “(공정거래법 위반에) 무분별하게 형벌을 선택한다면 관계자나 관계기업은 기업 활동에 불안감을 느끼게 되고 자연히 기업 활동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며 “공정거래법 제1조에서 말하는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하는 것도 ‘기업활동을 조장’한다는 것도 불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에 대한 형벌은 가능한 한 위법성이 명백하고 국민경제와 소비자 일반에게 미치는 영향을 특히 크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제한적으로 활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정위는 동일한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공범들에 대해 사업자별로 위반 동기와 행태, 시장에서의 영향력, 가담정도, 위반행위 자진시정 여부, 조사과정에서의 협조 등에 따라 형사처벌 필요가 있는 지 여부를 개별적으로 판단해 반드시 형사처벌이 필요한 사업자만을 고발함으로써 실질적인 형평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공정위 전속고발권 남용 시 의무고발요청으로 보완”

박 전문위원은 공정위가 전속고발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않았을 경우 검찰이 의무고발요청권 등을 통해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고도 봤다.

그는 “공정위가 동일한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에 관련된 사업자들 중 위법성이 명백하고 중대하여 경쟁질서를 현저히 저해하는 사업자에 대해서는 고발을 하지 않고 상대적으로 위법성이 약한 사업자만 고발한 경우 검찰총장은 공정위에 고발을 요청할 수 있다”며 “검찰총장의 고발요청제도와 헌법소원에 의해 공정위가 전속고발권을 남용하는 것을 제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전문위원 논문 발간 4년 뒤인 2014년부터는 검찰뿐 아니라 중기벤처부, 조달청, 감사원 등에도 공정위 의무고발요청권이 부여됐다.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남용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한층 더 견고해진 셈이다. 이들 4개 기관에서 고발요청을 받은 공정위는 반드시 고발조치를 해야 한다.

박익수 인수위 경제1분과 전문위원(사진 = 법무법인 김앤장 홈페이지)


박 전문위원의 논문이 더욱 주목받는 것은 인수위가 타 부처보다 3~4기수 낮은 구성림 공정위 지식산업감시과장(행정고시 49회)만을 실무위원으로 파견 받았기 때문이다. 이에 인수위에서 만들 공정경제 정책은 사실상 박 전문위원과 권 전문위원이 주도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권 전문위원 역시 전속고발권에 대한 견해가 박 전문위원과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인수위는 24일 공정위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은 뒤 결과를 배포했으나 전속고발권 관련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박 전문위원은 인수위 보안을 이유로 논문과 관련한 이데일리의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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