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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도 바꿀 것”…항공기와 함께 사라진 162명 [그해 오늘]
- [이데일리 강소영 기자] 2015년 1월 1일, 전 세계가 큰 슬픔에 빠져있었다. 승객 및 승무원 등 162명을 태운 인도네시아·에어아시아 QZ8501(A320-200) 여객기가 실종된 지 나흘 만에 7구의 시신이 수습됐기 때문이다.세계 각국이 위문을 보내는 가운데 북한도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인도네시아 정부에 조전을 보내고 “피해자와 유가족들에게 동정과 위문을 표시했다”고 밝혔다.2015년 1월 162명의 참사 사고를 낸 에어아시아 항공기 QZ8501(A320-200)의 동체가 해상에서 발견된 모습. (사진=CNN 캡처)◆ 해상서 실종된 항공기…162명은 어디로2014년 12월 28일 오전 5시 35분 인도네시아 주안다 국제공항을 출발한 에어아시아 인도네시아 QZ8501 제트여객기가 싱가포르 창이 국제공항으로 향하던 중 오전 7시 24분쯤 갑자기 실종됐다.에어아시아 인도네시아는 아시아 최대 저가 항공사인 말레이시아의 에어아시아 자회사로, 사고기의 기종은 에어버스의 ‘A320-200’이다.해당 항공기는 예정된 항로로 운항 중 인도네시아 항공교통 관제소(ATC)에 연락을 취했고, 기상악화로 인한 항로변경을 요청한 뒤 인도네시아 칼리만탄과 수마트라 섬 중간 지점인 자바해 상공에서 관제탑과 교신이 끊겼다.사라진 여객기(QZ8501)에는 승객 155명과 승무원 7명, 총 162명이 탑승했으며 그 중 인도네시아인 156명, 한국인 3명, 싱가포르인, 말레이시아인, 영국인이 각각 1명이었다.해당 여객기에 탄 한국인 3명의 신원도 알려졌다. 박성범(당시 37세), 이경화(당시 36세) 씨 부부와 11개월 된 딸 박유나 양이었다. 고(故) 박상범 씨는 발견 당시 아기띠를 부여잡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들은 한 교회 선교사로 일하며 3개월짜리 관광비자로 체류하다가 이슬람권인 인도네시아에서 선교사 비자를 받을 수 없어 싱가포르로 이동 중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미국 ABC 방송에 따르면 해당 항공기는 실제 교신이 끊기기 전 폭풍 지대를 통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장이 해당 지대를 통과하기 전 “적란운이 발견돼 고도 상승을 하겠다”고 요청했으나 관제탑이 주변의 항공기 운항 때문에 요청한 고도가 아닌 다른 고도로 상승할 것을 제안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관제탑의 수신이 항공기에 닿기 전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QZ8501 여객기를 몰던 기장은 6100시간의 비행 경험이 있는 베티랑이었으며, 부기장 또한 2275시간의 비행 경험이 있는 인물이었기에 인도네시아 국가수색구조청은 항공기가 강력한 난기류를 만나 사고로 이어졌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그러던 중 실종기가 마지막으로 포착된 장소에서 불과 10km 떨어진 해상에서 잔해로 추정되는 물체가 다수 발견됐다. 그 주변으로 탑승자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되기 시작했고, 수습된 시신들은 구명조끼조차 입지 않은 상태여서 항공기가 비상상황을 선포할 틈도 없이 급격히 추락한 것으로 추정했다. 사고 수습을 하는 과정 또한 험난했다. 사고 잔해가 발견된 곳은 2차 세계 대전 당시 대규모 해전이 벌어졌던 해역이기에 당시 함선들의 잔해가 널려 있었기 때문이다. 이같은 열악한 상황에서 실시된 대규모 수색작업은 그해 3월 3일 종료됐다. 추락한 해역에서는 찢어진 동체가 발견됐고 100명의 사망자가 발견됐다. 그 중 신원이 판명된 사람은 94명이었고, 56명은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2014년 12월 28일 인도네시아 자바해에 추락한 에어아시아 여객기 잔해. (사진=연합뉴스)◆ 1년 뒤 밝혀진 사고 원인은 ‘인재(人災)’사고 1년여가 지난 2015년 12월 1일, 인도네시아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C)는 QZ8501편의 추락사고가 날씨 때문이 아닌 방향타 통제 부품의 결함과 이에 잘못 대응한 조종사 과실 때문이라고 발표했다. NTSC가 분석한 공식 보고서에 따르면 사고기의 방향타 통제보조장치 용접 부위에 균열이 발생했으며 이로 인해 항공기 비행 도중 컴퓨터에 이상이 발생했다는 경보음이 4차례 울린 것으로 나타났다. 조종사는 네 번째 경보음이 울리자 이를 중단시키기 위해 한 컴퓨터의 회로 차단기를 내려 통제보조장치의 전원을 차단했고, 이 과정에서 자동계기비행장치의 전원도 꺼져 작동이 중단된 것이었다. 자동계기비행장치가 중지되자 항공기가 통제불능 상태에 빠지면서 추락으로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사고기의 방향타가 사고 전 1년 간 23회의 결함이 발견됐으나 완벽한 수리가 되지 않은 채 운항을 계속해온 정황도 드러났다. 아울러 이같은 돌발사태에 당황한 부기장이 기체를 급격히 상승시켰고, 기장은 이를 제지하기 위해 “pull down(풀 다운·하강)”을 주문했다. 그러나 패닉에 빠진 부기장은 ‘pull’이라는 단어에만 집중해 고도를 올린 반면 기장은 고도를 내리면서 조종석이 혼선을 빚게 됐고 기체는 통제력을 잃고 그대로 바다로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 “조류 충돌만으로는..” 전문가들, 의문 제기한 이유
- [이데일리 강소영 기자]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에 대해 해외 항공 전문가들이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이 항공기 추락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조류 충돌만으로는 이같은 참사가 나긴 어렵다는 것이다.29일 오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탑승객 181명을 태운 제주항공 여객기가 착륙 중 활주로를 이탈하는 사고가 발생해 179명이 사망하고 2명이 생존했다. (사진=노진환 기자)29일(현지 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해외 항공 전문가들은 언론을 통해 공개된 사고 영상을 본 뒤 의문을 나타냈다.항공 전문가이자 이탈리아 공군 아카데미의 전 교사인 그레고리 알레지는 “비행기는 왜 그렇게 빠르게 달렸나, 플랩(Flap, 날개에 장착된 보조 조종장치)은 왜 열리지 않았나, 랜딩기어는 왜 내려가지 않았나와 같은 많은 질문들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조류 충돌이 있었을 수 있지만, 이 정도로 거대한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을 조류 충돌이라고는 설명할 수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또 비행 안전 전문가이자 루프트한자 조종사인 크리스티안 베케르트 역시 영상을 분석한 후 “역추진 장치를 제외하면 비행기 브레이크 시스템이 대부분 작동하지 않아 ‘큰 문제’가 발생했고 빠르게 착륙한 듯 보인다”고 했다. 그러나 조류 충돌로 인해 랜딩기어가 미작동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의문을 나타냈다. 그는 “랜딩기어가 올라가 있는 동안에는 조류 충돌로 인한 손상 가능성이 낮다. 내려진 상태에서라면 조류 충돌은 랜딩기어를 다시 올리기 어렵게 만들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특히 전문가들은 조류 충돌이 자주 발생하는 사안으로, 비행기에 큰 영향을 줄 만큼 손상되는 일은 많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에서만 2019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발생한 조류 충돌 사고는 623건이다. 항공 전문가이자 에어라인뉴스의 편집자인 제프리 토머스는 “조류 충돌은 아주 자주 발생하지만, 일반적으로 비행기에 손상을 입히는 일은 많지 않다”고 했고, 호주 항공 전문가 제프리 델 역시 “새 떼가 엔진에 빨려들면서 영향을 줄 수 있지만, 그렇다고 바로 엔진이 꺼지지는 않기에 조종사가 대응할 시간을 벌 수 있다”며 “조류 충돌로 랜딩기어가 펼쳐지지 않는 일을 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국내 전문가들도 이와 비슷한 의견을 나타내고 있다. 29일 오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여객기 내부를 살펴보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정윤식 가톨릭관동대학교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KBS를 통해 “랜딩기어 작동은 조류 충돌하고는 전혀 관련이 없다. 유압시스템에 의한 결함이 가장 큰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정 교수는 “엔진이 둘 다 고장 났는지 하나만 고장 났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겠지만 하나가 살아 있다고 했다면 유압시스템이 완전히 망가지지는 않는다. 다른 기계적 결함으로 인해 유압시스템이 작동 안 했다는 것도 충분히 가능성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안오성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박사도 “단일 사고로는 절대로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항공기 설계의 첫 번째 철학”이라며 “조류 충돌과 같은 물리적 충격으로 한쪽 엔진 유압펌프가 작동하지 않더라도 다른 엔진으로부터 랜딩기어에 동력이 공급된다. 이도 안되면 축압기라는 장치도 있는데 이 3가지가 모두 고장이 났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의문을 나타냈다.현재 국토교통부도 사고 항공기의 랜딩기어 고장과 조류 충돌이 직접적 연관관계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다만 일각에서는 해당 항공기 기종이 조류 충돌에 약하다는 의견도 나왔다.BBC에 따르면 더그 드루리 호주 센트럴퀸즐랜드대 항공학과 교수는 올 여름 기고했던 글에서 “보잉 항공기에는 터보팬 엔진이 사용되는데, 이 엔진은 조류 충돌시 심각하게 손상될 수 있다”고 밝혔다.한편 항공기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국토부가 블랙박스 및 항공일지를 수거한 가운데 일부가 손상돼 해독에 최소 한 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훼손 정도가 더욱 심할 경우 6개월까지도 걸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