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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힘든 건 처음”…군산 초등교사, 휴대전화엔 ‘업무 가득’ 메모가
- [이데일리 강소영 기자] 전북 군산시 동백대교에서 투신해 숨진 초등학교 교사의 휴대전화 포렌식 분석이 마무리되면서 업무 스트레스로 보이는 흔적은 다수 발견됐으나 갑질을 당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일 전북 군산시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던 A 교사가 동백대교 아래 해상에서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다음 날 학교 앞에 근조화환이 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11일 군산해양경찰서에 따르면 군산해경은 서해지방해양경찰청으로부터 A 교사의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를 넘겨받아 지난 8일부터 이를 분석했다.해경 관계자는 “숨진 A 교사의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 내용을 상세하게 확인한바, 특정 교원의 갑질이나 이로 인한 갈등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고인의 메모를 분석하면서 상당히 꼼꼼한 성격인 것으로 추정되며, 업무에 관련된 내용이나 일반적인 생활하면서 기록한 내용의 메모가 상당했다”고 밝혔다.실제 A 교사는 휴대전화 메모지에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며 자신의 업무와 개인적인 일을 세세하게 적어놓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에 따르면 이런 식의 메모가 많았으며 격무에 시달렸을 것으로 추정을 가능케 했다. 앞서 A 교사는 지난 1일 오전 10시 23분쯤 군산시 금동 동백대교 근처 바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경찰은 지난달 31일 “다리 위에 비상등이 켜진 승용차가 주차돼 있다”는 신고를 접수했고, 다음 날 오전 군산해경에 협조를 요청해 A 교사를 발견했다.A 교사의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으나 휴대전화 배경 화면에는 가족에 마지막 인사를 전하는 글이 적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사건 이후 전북교사노조는 A 교사가 ‘살인적 업무량’을 소화했다고 밝혔다. 6학년 담임, 방과 후, 돌봄, 정보, 생활, 현장체험학습 외에도 학교 축제, 친목회 등 비공식 업무를 담당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A 교사가 맡은 정보 업무는 최근 에듀테크와 4세대 나이스(교육행정정보시스템) 도입 등으로 복잡하고 새로운 업무가 대부분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동료 B 교사는 “A 교사가 결재서류를 올릴 때 ‘교장이 어떻게 해도 반려할 거다’라는 말을 자주했다”며 “교장의 개인적인 민원도 처리해왔다”고 언급했다.실제 A 교사는 같은 동료 교사와 교장 관사에 놓을 가구를 나르는 데에도 동원됐으며 개인적인 민원까지 처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A 교사는 동료 교사에 “나도 이제 나름 10년 했는데 이렇게 학교 생활 힘들게 하긴 처음”이라며 “학교 일로 스트레스 받아본 건 처음이다”라고 호소하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해경은 이에 대해 “A 교사가 갑질을 당한 정황은 나타나지 않는다”며 “통상적으로 직원과 관리자 사이에 있을 수 있는 정도의 마찰로 판단했다”고 전했다.한편 해경은 조만간 해당 학교장을 불러 A 교사와 관계, 업무 강도 등에 대해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 용접 불꽃에 4명 숨졌다…유례없던 화재는 어떻게 났나 [그해 오늘]
- [이데일리 강소영 기자] 2016년 9월 10일 오후 1시 38분쯤 경기도 김포시 장기동에 있는 신축 상가 건물 공사 현장에서 난 화재로 4명이 숨지고 2명이 중태에 빠졌다. 해당 상가는 지상 9층 지하 2층으로, 지하 1층에서 용접작업을 하던 중 불씨가 천장 단열재로 옮겨붙어 순식간에 화마에 휩싸였다. 당시 사고를 당한 인부들은 대부분 지하 1층과 2층에 있던 이들로, 화재가 나면서 유독가스가 삽시간에 지하 내부를 채워 빠져나오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모두 계단에서 발견된 점도 이를 뒷받침했다. 당시 생존자 1명은 다행히 화재 전 물을 마시기 위해 1층으로 올라갔다가 화를 면할 수 있었다. 2016년 9월 10일 당시 경기도 김포시 장기동의 신축 상가 공사 현장에서 화재가 난 모습. (사진=유튜브 캡처)유례없는 큰 피해로 남은 해당 화재 사건은 대표적 안전불감증이 불러온 ‘인재(人災)’였다. 경찰은 특히 이날 절단 작업과 용접작업을 하면서 안전 매뉴얼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소화기도 비치돼 있지 않았으며 근로자들은 평소 화재 대피교육을 받은 적이 없었다. 또 건물의 지하에는 환풍구가 아직 완공되지 않아 인명피해를 더욱 키웠다.경찰이 당시 현장에 있던 근로자 4명을 불러 조사한 결과, 불이 난 현장에는 용접자격증을 소지한 근로자가 한 명도 없던 것으로 확인됐다.이에 따라 경찰은 당시 안전 조치 등을 하지 않은 시공사 현장소장을 입건했다. 공사장 현장안전 총책임자였던 A씨는 사고 당일 지하 1∼2층에서 진행된 스프링쿨러 배관 작업 등이 진행된 것조차 모르고 있었으며, 근로자에 대한 안전교육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당시 불이 옮겨붙은 단열재인 우레탄폼은 단열성능이 뛰어나고 접착성 등이 우수해 국내 공사현장에서 널리 사용되지만 발화점이 낮고 작은 불씨에도 불이 쉬이 붙는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또 화재시 조금만 들이마셔도 생명에 지장을 주는 맹독성 가스인 사이안화수소(HCN)를 배출해 피해는 커질 수 밖에 없었다.용접작업이 원인이 된 대형화재가 잇따르자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해 적용하기 시작했다.용접 전 화기작업 허가서를 작성하고 용접이 끝날 때까지 화기감시자의 배치를 의무화했다. 용접작업 시 사방으로 튀는 불티를 받을 포, 제3종 분말소화기 2대, 물통, 모래를 담은 양동이(건조사)를 배치하도록 했다.하지만 여전히 공사 현장에서의 근로자 사망 사고는 계속 되고 있다.지난 7월 18일 오전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한 공사현장에 방문해 위험요인 관리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2023년 9월 현재 건설 현장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 있음에도 추락, 끼임 사고 등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한 가족의 가장이거나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인 이들이 온전하게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은 법인을 법규 의무 준수 대상자로 하고, 사업주의 경우 안전보건 규정을 위반할 경우에만 처벌을 하는데 반해, 2022년 1월 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법인과 별도로 사업주에게도 법적 책임을 묻도록 돼 있다. 이에 따라 상시근로자 5명 이상인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사망자 1명 이상 발생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 ▲동일한 유해요인의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 3명 이상 발생할 경우 중대산업재해로 다뤄진다. 또 개인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에게 내려지는 처벌은 사망자 1명 이상 발생 시 1년 이상 징역, 10억 원 이하의 벌금이며, 사망 외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7년 이상 징역,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법인 또는 기관인 경우 위와 비슷한 조건이라는 전제 아래 각각 그 행위자를 벌하는 것 외에 50억 원 이하의 벌금 및 10억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다만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중대산업재해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아울러 현장 안전보건관리책임자, 안전보건 담당자, 건설현장 소장 등 건설 현장에 근무하는 모든 근로자는 안전보건교육을 법적 의무교육으로 받도록 하고 있다.법적인 뒷받침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더 이상 ‘안전불감증’이 없는 현장일 것이다.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는 평범한 일상이 누구에게나 주어지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