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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차도 안 이들에 미안해” 물에 잠긴 부부, 또 다른 손길에 탈출
- [이데일리 강소영 기자] 지난 15일 오전 침수 사고가 발생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제2지하차도에 들어섰던 부부가 극적으로 차를 버리고 살 수 있었던 당시를 떠올렸다.지난 15일 오전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제2지하차도를 진입하던 부부에 다가온 남성. (사진=SBS 화면 캡처)SBS뉴스는 지난 18일 강물이 세차게 밀려오던 당시 생사의 기로에 놓였던 부부가 제보한 영상을 전한 가운데 부부가 후진으로 빠져나오다 한 남성의 “빨리 탈출하라”는 외침에 차에서 벗어나는 장면까지 고스란히 담겼다. 영상을 보면 생존 부부가 탄 차량은 15일 오전 8시 35분 궁평제2지하차도 옥산 방면으로 진입했다. 그러나 부부가 탈출 후 8시 43분쯤에는 완전히 물에 잠겼다.앞차를 따라 지하차도로 진입했다는 남편은 “후진으로 탈출을 시도하려고 가속 페달을 밟아도 차가 안 나가고 물의 양이 너무 많아서 차가 역주행 방향으로 반 바퀴가 돌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부부가 탄 차량은 지하차도는 빠져나왔지만 물에 떠 회전하며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 멈췄다. 영상에는 이 차량의 반대 방향에 747버스가 멈춰있는 모습도 있었다.이미 물은 차오르고 있었으나 혹여나 차량 밖으로 나갔다가 물살에 휩쓸리지는 않을까 걱정됐다는 남편은 아내와 어떻게든 함께 살아나가야 한다는 마음뿐이었다고 말했다. 그때 가방을 멘 한 남성이 중앙분리대 위를 걸으며 다가와 “빨리 탈출을 하라”며 차 유리창을 두드렸다. 비로소 부부는 용기를 내 차를 빠져나왔고 도로 중앙분리대를 잡고 안전지대까지 게걸음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지난 15일 오전 궁평제2지하차도로 진입하던 부부는 후진으로 빠져나왔으나 세찬 물살에 붕 뜬 채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았다.(사진=SBS 화면 캡처)부부는 “(119에) ‘지금 버스 다 잠겨간다, 왜 못 오냐, 안 오냐’ 했더니 신고 접수도 너무 많고 다른 지역도 출동이 많아서 늦어지고 있다(고 하더라)”고 당시를 떠올렸다.극적으로 살아 나왔지만 사고 희생자와 유족들에게는 미안함뿐이라고 전했다. 부부는 “지하차도 뒤에 남겨진 사람들에게 한없이 미안한 생각이 든다”며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아무것도 없어서 너무 유가족분들한테 죄송하다”고 고개를 떨궜다.차량 17대가 침수되고 14명이 숨진 이번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는 인재(人災)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금강홍수통제소는 사고 당일 오전 4시 10분경 홍수경보를 내렸고, 약 2시간 뒤에는 ‘심각 수위’로 격상했다. 그럼에도 왜 이같은 참사를 막을 수 없었을까.이번 침수 사고의 원인 중 하나로 부실한 제방이 지목됐는데, 이는 미호강 교량 공사 때문이었다. 오송읍 궁평리에서 강내면 탑연리까지 1.2km 구간을 4차로에서 6차로로 확장하는 공사로, 행정중심복합도시 광역 교통 개선 대책으로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청이 762억원을 들여 공사를 벌이고 있었다.지난 16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119 구조대원들이 침수된 버스 옆 수색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충청북도도 해당 공사 현장의 임시 제방 유실로 인해 지하차도 침수사고가 난 것이라고 분석했고 인근 주민들도 부실한 임시 제방에 대해 우려했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부실 공사 때문이 아닌 제방이 무너져 범람 때문에 유실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는 상황이다.한편 시민단체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19일 김영환 충북지사와 이범석 청주시장, 이상래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 청장에 대한 고발장을 충북경찰청에 제출했다.이번 사건의 책임에 대해 청주시는 충북도에, 충북도는 불가항력이었다는 말로, 행복도시건설청도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들은 “오송 지하차도 참사는 인재로, 중대재해(중대시민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로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중대재해는 산업재해와 시민재해로 나뉘는데, 시민재해는 공중이용시설 또는 공중교통수단의 설계·제조·설치·관리상의 결함을 원인으로 발생한 재해로, 사망자 1명 혹은 3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사람이 10명 이상 발생시 안전 관리 책임이 있는 지자체장 등은 경영책임자로서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현재 경찰은 목격자 및 구조자 등의 진술, 침수 차량 내 블랙박스를 확보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나선 상태다. 특히 사전에 112 신고 및 119 신고 등 위험이 경고됐음에도 관할 지방자치단체가 차량 통제를 하지 않은 이유를 집중적으로 살펴볼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 “온대도 말려야지” 심각한 호우에도 ‘환불 불가’ 외친 펜션
- [이데일리 강소영 기자] 이틀간 500㎜ 물폭탄으로 곳곳이 침수돼 위험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한 펜션에서 예약한 고객에 환불을 거절한 사연이 전해져 논란이 되고 있다.(사진=SNS 캡처)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 및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충남 펜션 호우 재난 사태에 환불 불가라는 업주”라는 제목의 글이 관심을 받았다. 글에 따르면 글쓴이 A씨는 지난 15일 충남 공주의 한 펜션을 이용하기로 했으나 전날 기상이 악화돼 업주 B씨에게 예약취소와 환불을 요청했다. 그러나 B씨는 ‘이용 전날 전액 환불은 불가하다’며 당일 천재지변으로 못 오게 될 때 환불해주겠노라 말했다고.하지만 15일 오전부터 충남 지역에 이틀 동안 심각한 호우가 쏟아졌고 공주시 옥룡동, 금성동 등 곳곳이 물에 잠기고 주민 1명이 숨지는 등 수백 명이 대피하는 상황이었다. 또 금강교는 홍수경보가 발효돼 농지 침수를 비롯해 공산성과 무령왕릉 등 세계문화유산마저 물에 잠기고 말았다.이에 A씨는 B씨에 재차 환불 요청을 했으나 B씨는 “펜션으로 오는 모든 방향의 길이 정상 진입할 수 있어 이용에 전혀 지장이 없다”면서 “자꾸 천재지변이라고 하는데 정부가 보내는 문자는 안전에 유의하라는 ‘안전 문자’”라고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했다.그러자 A씨는 “3시간 이동해서 공주까지 가야 하는 상황에 아침부터 금강 홍수경보, 주민대피, 교통통제 등을 알리는 재난 문자가 10개 이상 왔는데 이게 천재지변이 아니면 무엇이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지난 15일 이른 오전부터 쏟아진 폭우로 충남 공주시 공산성(사적 12호) 내 만하루가 물에 잠겨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분쟁해결기준 규정상 호우, 대설, 태풍 등의 이유로 숙박, 오토캠핑장 시설예약을 취소하면 전액 환급받을 수 있다.하지만 법적 구속력 없이 업주의 양심에 맡기다 보니 환불을 두고 갈등이 빚어지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 이에 이번 사연과 관련 공주시 관계자는 언론에 “15일 공주는 호우경보가 발령 중이어서 전액 환불이 가능한 상황이었다”며 “업주들이 규정을 알면서도 환불을 안 해주는 경우가 종종 있어 소비자 대신 찾아가 설득하고 중재하기도 한다. 1372소비자상담센터를 통해 문의하면 피해구제를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밝혔다.한편 지난 13일부터 17일 오전까지 내린 비로 정산(청양) 579.5㎜, 공주 517.5㎜, 세종 491.2㎜, 계룡 461㎜를 기록했다.충남도에 따르면 이번 폭우로 인해 도내 농경지 9918.3㏊가 침수되고, 411.4㏊가 유실·매몰되는 등 축구장 1만 4000개가 넘는 면적의 농경지가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특히 축산농가 92곳이 침수 피해를 입어 가축 17만 7000마리가 폐사했고 건축물 84곳과 도로 220곳이 침수 및 파손돼 토사가 유출됐다. 사망사고도 잇따랐다. 논산과 청양에서 난 산사태로 3명이 숨지고 공주에서 1명이 호우에 휩쓸려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