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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미국 넘는 영국 팬덤 보여줄까? 웸블리가 그 시작
  • 방탄소년단, 미국 넘는 영국 팬덤 보여줄까? 웸블리가 그 시작
  • “축제는 시작됐다” 31일 영국 런던 피카딜리서커스 전광판에 등장한 방탄소년단의 모습. 이날 광장에서 방탄소년단의 팬클럽 아미가 플래시몹을 갖는 도중 전광판에 방탄소년단이 모델로 나선 현대자동차 광고가 등장해 눈길을 모았다.(사진=전혜정)[런던(영국)=이데일리 스타in 고규대 기자] 방탄소년단(BTS)이 웸블리 스타디움 공연으로 유럽 팬덤에 확보에 나섰다.방탄소년단은 영국 현지시간으로 1일 오후 7시 반, 한국시간으로 2일 오전 3시 30분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각각 6만여 명의 팬들과 만난다. 웸블리 스타디움 공연에 영국 외 유럽 각국의 팬들이 모이는 등 방탄소년단의 팬클럽 아미(ARMY)가 총집결하는 모양새다. 방탄소년단은 미국 등 북미 지역보다 영국 등 유럽 국가에서 덜 알려진 그룹이다. 엄혜경 리버풀대 교수는 최근 “영국에서 K팝이 2010년대 초와 비교해 볼 때 청취자 수가 증가하였고 특히 백인 청취자들의 비율이 높아졌다”면서 “이는 미국과 영국 음악 차트에 진입한 K팝과 영국 콘서트 티켓 매진에 관련된 산발적인 보도에 국한됐다”고 분석했다. 엄 교수는 “ 2019년 구글 설문 조사 결과에 의하면 영국 대중들이 K팝을 직접 접하게 되는 기회를 늘리기 위해서 라디오 및 TV를 통한 미디어 노출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방탄소년단은 웸블리 공연을 앞두고 30일 영국 ITV 채널에서 생방송된 ‘브리튼스 갓 탤런트(Britain’s Got Talent)‘ 시즌 준결승의 퍼포머 게스트로 나서는 등 브랜드 알리기에 나섰다. ‘21세기 비틀스’로 표현돠지만 ’비틀스의 나라’ 영국에서는 북미 지역 보다 인지도가 높지 않다. 그 때문에 이번 방송 출연에 이어 웸블리 스타디움 공연이 대대적으로 보도되면 영국 팬덤 확보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방탄소년단의 노래를 커버하는 아미를 둘러싼 관중들.(사진=고규대)방탄소년단의 팬클럽 아미도 힘을 보탰다. 31일 오후 6시 영국 런던 중심가인 피카딜리서커스 광장 앞에서 커버 댄스를 함께하는 플래시몹을 펼치면서 자축했다. 아미 팬덤의 공유 공간인 유튜브와 트위터에서 이날 영상이 실시간으로 빠르게 전파됐다. 영국에서 머물고 있는 한 문화계 인사는 “방탄소년단의 웸블리 스타디움 공연 티켓이 일부 사재기로 쌓여 암표로 풀리기도 한다”면서 “이날 공연이 암표로 등장하는 것 자체만으로 특이한 상황이다”고 말했다.일부 아미는 플래시몹을 시작으로 한국식 노래방에서 방탄소년단 노래를 부르는 파티를 열고, 버스를 대여해 런던 투어를 했다. 몇몇은 콘서트 당일 1일 낮에는 찻집을 통째로 빌리는 일일 이벤트를 벌여 수익금을 방탄소년단이 홍보대사로 있는 유니세프에 기부한다. 방탄소년단은 지난해 10월 오투 아레나(O2 Arena)에서 공연을 열었다. 그 때문에 불과 8개월 여만에 다시 열리는 영국 공연의 티켓이 매진될지 여부는 불투명했다. 한국에서 대규모 팬들이 건너가는 등 전세계 팬들이 관람에 나서 티켓은 소진된 것으로 전해졌다. 엄 교수는 “세계적인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은 이들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고 그들의 영향력을 한층 더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고 분석했다.31일 영국 런던 피카딜리서커스 광장 동상에 집결한 아미.(사진=전혜정)
2019.06.01 I 고규대 기자
'BTS Day' 6월1일 런던 뜨겁다..플래시몹 등 축제 중
  • 'BTS Day' 6월1일 런던 뜨겁다..플래시몹 등 축제 중
  • 영국 런던 피카딜리서커스 광장에서 플래시몹을 즐기는 방탄소년단의 팬클럽 아미.(사진=고규대)[런던(영국)=이데일리 스타in 고규대 기자] 방탄소년단과 이들의 팬 아미(ARMY)가 웸블리 스타디움 공연을 앞두고 축제를 즐기고 있다.방탄소년단은 영국 현지시간으로 1일 오후 7시 반, 한국시간으로 2일 오전 3시 30분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각각 6만여 명의 팬들과 만난다. 방탄소년단은 2일 공연까지 두 차례 공연 동안 연인원 최대 12만 명 앞에 선다. 방탄소년단은 웸블리 공연을 앞두고 30일 영국 ITV 채널에서 생방송된 ‘브리튼스 갓 탤런트(Britain’s Got Talent)‘ 시즌 준결승의 퍼포머 게스트로 나서는 등 축제 분위기를 띄웠다. 팬 아미도 전세계에서 런던으로 속속 모였다. 웸블리 스타디움 공연이 최대 규모이고 유럽 스타다움 투어의 첫 무대여서 팬클럽 아미가 부여한 의미도 만만치 않다. 영국에서 열리는 공연임에도 한국을 비롯해 프랑스 등 유럽 등 각국의 팬들이 웸블리를 찾았을 정도다. 웸블리 스타디움은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밴드 퀸이 1985년 ‘라이브 에이드’ 무대를 펼친 곳이고 마이클 잭슨· 마돈나· 비욘세 등 슈퍼스타들이 공연을 가진 장소다. 방탄소년단도 웸블리 스타디움 공연에 의미를 부여해 이날 오후 5시 30분부터 40분간 국내 취재진을 포함한 매체 간담회를 현장에서 연다. 팬들은 31일 오후 6시 영국 런던 중심가인 피카딜리서커스 광장 앞에서 커버 댄스를 함께하는 플래시몹을 펼치면서 자축했다. 피카딜리서커스 광장의 대형스크린에서 방탄소년단이 모델로 활동하는 현대자동차 광고가 등장해 팬들의 열기를 고조시키기도 했다. 런던 시내 곳곳 산재한 ‘설베’ ‘치맥’ 등 한국어 간판을 단 한국 관련 음식점에도 특수를 누리고 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한 한국 팬은 “방탄소년단의 웸블리 스타디움 공연이 상징적인 의미가 있어 여행을 겸해 찾았다”고 말했다. 앞서 방탄소년단은 지난해 10월 오투 아레나(O2 Arena)에서 공연을 열었다. 이번 웸블리 스타디움 공연은 8개월여 만에 다신 열리는 영국 공연이다. 1일과 2일 공연 티켓을 모두 매진시킨 배경은 영국 팬만이 아니라 전세계 팬들이 관람을 시도한 때문으로 전해졌다. 방탄소년단의 이번 스타디움 투어는 지난 5월 미국 LA 공연을 시작으로 시카고·상파울루·런던·파리·오사카 등 세계 8개 도시에서 3개월 간 16차례 공연을 이어간다. 방탄소년단은 웸블리에 이어 8일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공연을 연다. 스타드 드 프랑스는 1998년 월드컵, 2003년 세계 육상선수권대회, 2007년 럭비 월드컵을 치른 곳으로 8만여 명을 수용한다. 이후 일본 스타디움을 순회하면서 대미를 장식한다.런던 시내에 있는 한 한국음식점 앞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고객들.(사진=고규대)
2019.06.01 I 고규대 기자
  • [데스크칼럼] '기생충'과 이미경 부회장의 뚝심
  • [이데일리 고규대 문화레저산업부장] 영화는 감독 놀음, 드라마는 작가 놀음이라는 말이 있다. 영화 ‘기생충’이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받은 황금종려상의 지분을 나눈다면 봉준호 감독의 몫이 대부분이라는 말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의 엔딩크레딧에 이름을 올린 ‘책임 프로듀서’(Executive Producer) 이미경 CJ 부회장의 지분을 빠뜨릴 수 없다. 이미경 부회장은 해외에서 통하는 한국영화를 만들겠다는 CJ그룹선봉에 서 지난 25년간 영화사업을 이끌었다.CJ ENM 영화부문은 지난 2015년 1000만 이상 관객을 동원했던 ‘베테랑’ ‘국제시장’ 등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영업이익 60억원을 냈다. 이후 실적은 신통치 않았다. 지난 2016년 23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2017년에도 90억원의 적자를 냈다. 김은숙 작가의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과 나영석 PD의 예능 시리즈가 연이은 성공을 거둔 것과 비교하면 굴욕적 성적이었다.CJ ENM 영화부문의 성적은 공교롭게 이미경 부회장의 행보와 궤를 같이 한다. 영화의 투자·제작이 결정된 후 개봉까지 적어도 1년 남짓 시간이 걸린다. 이미경 부회장은 영화 ‘광해’ 등을 제작한 후 박근혜 정부로부터 퇴진을 종용받았다는 의혹 이후 2014년 질병 치료를 이유로 미국으로 건너가 일선 경영에서 물러났다. 이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 귀국했다. 그동안 영화부문은 침체를 겪다 이 부회장이 돌아온 후 숨통이 트여 1년이 지난 2018년 영업손실이 9억원으로 줄어들었다.CJ ENM 영화 부문의 올해 성적은 괄목할 만하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3월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CJ ENM의 영화사업부문이 1~3월 전체영화 배급사별 관객 점유율에서 35.1%(1935만명)로 1위를 차지했다. CJ의 영화사업이 지난해 롯데에 밀리며 3위까지 떨어진 것으로 감안하면 ‘왕의 귀환’이라고 할 만하다. 올해 초 ‘극한직업’이 1600만 관객을 돌파한 데 이어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받으면서 반전을 노리고 있다.‘기생충’은 황금종려상 수상 전부터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여왔다. CJ ENM 은 ‘살인의 추억’ ‘마더’ ‘설국열차’ 등의 투자배급을 맡아 봉준호 감독과 인연이 깊다. CJ ENM은 지난해 컨소시엄을 만들어 영화를 제작한 바른손이앤에이에 125억원을 투자했다. ‘기생충’은 스태프와 표준근로계약서를 쓰고 주 52시간 촬영과 아역 배우 보호를 위해 CG 촬영으로 대체하는 등 ‘착한’ 제작에도 도전했다. 완성된 후에는 이미경 부회장이 해외 세일즈를 직접 챙긴 덕분에 192개국에 선판매됐다. 이는 판매 국가 숫자 기준으로 역대 최고 해외 판매 기록이다. 이미경 부회장은 엔터테인먼트 투자를 결정할 때 현장을 먼저 이해하고 뚝심 있게 밀어붙이는 스타일로 알려졌다. 방송 부문 tvN이 론칭할 당시 “젊은 방송을 만들겠다면서 임원진이 홍대 분위기도 모르느냐”는 질책에 고위관계자가 줄줄이 홍대 클럽을 찾았다거나 트렌드를 감지하고 서울 성수동 일대에서 공연장으로 쓸 공장부지를 탐문했다는 일화도 있다. 영화 부문 역시 드림웍스 투자, 첫 멀티플렉스 CGV 설립 등 굵직한 결정에 이 부회장이 관여했다. 그 결과 CJ ENM은 ‘기생충’을 포함해 그동안 총 10편의 영화를 칸 국제 영화제에 진출시켰다. 한국 영화의 발전이라는 비전과 동기를 자극하고 모범적 행동으로 신뢰를 구축한 변혁적 리더십으로 위기에 빠졌던 CJ ENM 영화 부문을 살려낸 이미경 부회장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부디 영화가 가진 산업과 문화라는 두 가지 측면을 균형 있게 살펴 투자와 제작이 공생하는 한국 영화의 미래를 만들어내길 기대한다.
2019.05.29 I 고규대 기자
부조리 꼬집은 봉준호, 삶 위로한 BTS...그 자체로 장르 되다
  • [줌인]부조리 꼬집은 봉준호, 삶 위로한 BTS...그 자체로 장르 되다
  • 그룹 방탄소년단이 ‘러브 유어셀프 : 스피크 유어셀프’(LOVE YOURSELF: SPEAK YOURSELF) 스타디움 투어를 지난 4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로즈볼 스타디움에서 시작해 11일부터 12일까지 시카고 솔저필드, 18일부터 19일까지 뉴저지 메트라이프 스타디움까지 총 3개 도시 6회 공연으로 32만 관객을 모았다고 20일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밝혔다.(사진=연합뉴스)[이데일리 고규대 기자]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 방탄소년단의 리더 RM은 제6회 이데일리문화대상 대상 수상 소감으로 백범 김구가 남긴 구절을 인용했다. 무기나 돈이 아닌 문화의 힘을 높이 산 백범 김구의 말씀을 가슴 깊이 새겼다는 의미였다.야구·축구·K팝·영화 등 요즘 선전하는 한국 문화의 힘이다. 그 중심에 류현진·손흥민·방탄소년단에 이어 봉준호 감독이 합류했다. 봉준호 감독이 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한국 감독 최초로 수상한 후 ‘한류 4대 천왕’이라는 축하의 말이 이어졌다.◇ MESSAGE - 명확한 주제 의식방탄소년단과 봉준호 감독의 공통점은 자신의 스토리텔링을 갖고 있는 데 있다. 그 스토리텔링은 메시지·스타일·재미로 이어진다. 방탄소년단은 그간 ‘너를 사랑하라’는 뜻의 ‘러브 유어셀프’를 주제로 시리즈 앨범을 내면서 스토리텔링으로 팬들을 사로잡았다. 방탄소년단은 팬클럽 아미를 넘어서 전 세계의 음악 팬에게도 현실을 이겨내는 힘, 그 과정에서 찾는 행복을 설파했다. 봉 감독은 열두살 소년 시절 영화감독의 꿈을 꿨고 김기영 감독을 존경하고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팬이 됐다. 첫 장편 데뷔작인 ‘플란더스의 개’를 시작으로 ‘살인의 추억’ ‘마더’ 등을 통해 기존 장르의 클리셰에 자신을 가두지 않고 자신만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옥자’에서 대량생산·대량소비를 꼬집었고 ‘기생충’에서 빈부격차의 현실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의 속내를 다뤘다. 지극히 한국적 메시지 같지만 오히려 전세계 영화팬의 공감대를 이끌어내 황금종려상을 받는 원동력이 됐다.◇ STYLE - 자신만의 개성방탄소년단은 2013년 데뷔해 올해 7년차다. 기존 K팝 그룹이 정상에 올랐다 인기에 취하는 전철을 반복하지 않았다. 또 다른 연작 ‘맵 오브 더 솔 : 페르소나’를 시작하면서 팬들에게 ‘스피크 유어셀프’를 외쳤다. RM은 “멜로디 바이브를 즐기는 스트리밍 시대에 역행하고 싶었다”면서 “가사가 주는 아름다운 언어와 청각적 질감을 아미에게 바치고 싶었다”고 말했다. 봉준호 감독의 스타일은 그의 연출 스타일에서 찾을 수 있다. 그의 출세작이자 한국 영화의 이정표가 된 ‘살인의 추억’은 무려 17번 고쳐쓴 시나리오다. “‘천재’라는 말이 너무 여기저기 남용되는 것 같아서 별로 안 좋아하는데, 봉준호 감독은 진짜 천재인 것 같다”고 김혜자는 평했다. 봉 감독의 지인들은 그를 태어난 천재가 아니라 끊임없이 자신의 스타일을 만들어낸 ‘강박형’ 천재라고 한다. 사소한 설정에 강하다는 ‘봉테일’(봉준호와 영어 ‘detail’의 합성어)도 그의 완벽한 준비자세에서 나왔다. 봉 감독은 27일 공항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기생충’으로 감독 본인이 하나의 장르가 됐다)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이었다. 그 문장 한 줄이 기뻤다”고 표현했다.◇ FUN - 팍팍한 세상, 웃음을 주다방탄소년단은 지난 5월초 미국 LA 로즈볼스타디움 공연에서 쉴 새없이 뛰고 노래 부르는 모습 자체로 팬들에게 감동을 줬다. 무대 말미 “어디 출신이든, 무슨 언어든, 어떤 나이든 함께 있는 우리 모두는 하나다”면서 “우린 같은 말을 하고, 같은 목소리로 말하고, 같은 언어로 말한다”고 외쳤다. 이처럼 자신을 표현하고, 그 과정에서 열정을 지속하고, 함께 나누는 게 방탄소년단의 매력 중 하나다. 음악평론가 김작가는 “팬들의 보편적 고민을 트렌디한 스타일로 풀어낸 재미가 방탄소년단의 현재를 만들었다”고 평했다. 봉준호 감독의 작품을 이야기할 때 의외의 대사와 설정을 찾는 게 색다른 재미를 준다. 그만의 영화적 재미를 프랑스 유명 잡지 카이에 뒤 시네마는 ‘L’art du Piksari’(삑사리의 예술)이라고 표현했다. ‘살인의 추억’에서 논두렁에서 미끄러지거나 ‘괴물’에서 괴물에게 화염병을 던지다 놓치는 어이없는 ‘장면의 삑사리’부터 ‘밥은 먹고 다니냐’는 ‘대사의 삑사리’가 그 예다. 정민아 성결대 교수(한국영화평론가협회원)는 “봉준호 감독은 메시지·스타일·재미가 철학적 하모니를 이뤄 우리 문화가 세계로 뻗어갈 수 있다고 증명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다시 문화의 힘방탄소년단은 오는 6월1일과 2일 이틀 동안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공연을 갖는다. ‘비틀스의 나라’ 영국은 ‘21세기 비틀스’로 불리는 방탄소년단을 기다리고 있다. 9만명 수용 가능한 웸블리 공연 티켓 이틀치는 이미 매진됐다. 봉 감독은 27일 오후 2시40분께 인천국제공항에서 만난 취재진에게 “폐막식 파티 때 심사위원들과 얘기를 나눴는데, 한국 영화 100주년 소식을 전하니 기뻐하더라”라며 “이번 수상은 칸이 한국 영화 100주년에 준 큰 선물이 아닐까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90년전인 1929년 백범 김구는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방탄소년단과 봉준호 감독은 저마다 메시지·스타일·재미를 무기로 우리 자신을 넘어서 전 세계에 행복을 줄 또 다른 스토리텔링을 준비하고 있다.칸의 남자 봉준호 감독과 배우 송강호.(사진=연합뉴스)
2019.05.28 I 고규대 기자
봉준호 송강호, "가족에게 고마워"...축하 파티에 동반 참석
  • 봉준호 송강호, "가족에게 고마워"...축하 파티에 동반 참석
  • 칸의 남자 봉준호 감독과 배우 송강호(사진=연합뉴스)[이데일리 스타 in 고규대 기자] 봉준호 감독과 배우 송강호가 가족과 함께 황금종려상 수상을 자축했다.봉 감독과는 송강호는 25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2회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자축 파티에 부인 등 가족과 함께 참석했다. 봉준호는 폐막식을 뤼미에르 극장 2층에서 지켜본 부인 정선영과 아들 봉효민을 대동했다. 송강호도 그간 조용히 칸 국제영화제에서 함께한 부인 황씨와 딸을 초대했다. 이날 파티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황금종려상이 한해 최고의 작품을 만든 감독에게 수여하는 상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지만 ‘기생충’에 크고 작은 힘을 쏟은 모든 이들의 파티로 꾸며졌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봉 감독과 송 배우 모두 가족의 축하를 받으면서도 그간 옆에서 물심양면으로 도운 가족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자리였다”고 말했다.이날 자축 파티는 ‘기생충’의 프랑스 수입사인 조커스필름이 마련한 자리였다.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 외에도 ‘기생충’의 투자사·제작자·스태프 등이 참석했다. 저마다 황금종려상 트로피를 손에 들고 기념사진을 찍는 등 시끌벅적한 순간이었다는 게 참석자의 전언이다.봉준호 감독과 송강호는 27일(이하 한국 시간) 귀국해 28일 열리는 ‘기생충’의 언론 시사회에 참석한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소감 등을 구체적으로 전할 예정이다. 한국 영화계는 올해 한국 영화 탄생 100주년을 맞아 칸이 준 특별한 선물에 함께 기뻐하면서 이날 기자회견에서 봉준호 감독이 어떤 소감을 내놓을지 관심을 쏟고 있다.‘기생충’은 봉준호 감독의 7번째 장편영화다. ‘기생충’은 반지하에 사는 빈민층 가족과 고급주택에 사는 부유층 가족 사이에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다. 이 영화는 한국영화 사상 처음으로 세계 3대 영화제, 그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히는 칸국제영화제 최고의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봉준호 감독에게 안겼다. 봉준호 감독은 1969년 출생으로 1993년 단편 ‘백색인’ 1994년 단편 ‘지리멸렬’ 등을 연출했다. 2000년 첫 장편영화 ‘플란다스의 개’로 홍콩국제영화제 비평가상을 2003년 ‘살인의 추억’으로 토리노영화제각본상, 도쿄영화제 아시아영화상, 산세바스티안영화제 신인감독상 등을 받으며 국내뿐 아니라 국제 무대에서 주목을 받았다. 2003년 ‘괴물’은 1091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상업적으로도 큰 성취를 이뤘다. 봉준호 감독은 2009년 ‘마더’ 이후 글로벌 무대로 옮겼다. 그는 2013년 ‘설국열차’로 할리우드에 진출했으며 2017년 넷플릭스의 투자를 받은 ‘옥자’로 글로벌 행보를 이어갔다. ‘기생충’은 봉준호 감독이 10년 만에 국내로 복귀한 영화다.
2019.05.27 I 고규대 기자
 안전한 혼행을 위한 '혼행 안내서'
  • [혼행의 역설④] 안전한 혼행을 위한 '혼행 안내서'
  • 외교부 여행경보제도(그래픽= 이동훈 기자)[이데일리 고규대 기자] “보라카이, 여행유의 지역이라고?” 20대 고 모씨는 동남아 배낭여행을 준비하다 깜짝 놀랐다. 게스트하우스에서 묵을 요량으로 보라카이 인근 저렴한 숙소를 알아보다 우연찮게 보라카이가 정부가 ‘여행유의’ 지역으로 분류한 장소였다. 친구의 소개로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사이트를 찾았더니 필리핀 보라카이뿐 아니라 수빅시·보흘섬, 중국 용정시·단둥시 등도 ‘여행유의’ 지역이었다. 고 씨는 결국 에어비앤비같은 가성비 숙소를 따지는 대신 안전한 숙소를 찾아 ‘혼행’하기로 마음먹었다.고 씨처럼 ‘혼행’을 떠나면서 안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외교부는 ‘여행유의’보다 한단계 높은 ‘여행자제’ 지역으로 벨기에 브뤼셀, 스페인 바르셀로나 등도 올려놓았다. 많은 이들이 익숙한 지역이어서 안전할 것이라 생각하단 큰코다친다. 외교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필리핀·과테말라·중국 등 인질 및 납치가 빈번한 국가를 여행할 때에는 치안 불안지역을 사전에 파악해 여행을 자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현재 정부는 특정국가 여행·체류시 특별한 주의가 요구되는 국가·지역에 대한 경보를 지정해 위험수준을 경고하고, 이에 따른 행동지침을 안내하는 여행경보제도를 운영 중이다. 해외 주재원·출장자, NGO, 선교사, 여행자 등 해외에 체류하는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한다. 전 세계 여러 나라와 도시를 ‘여행유의’(청색), ‘여행자제’(황색), ‘철수권고’(적색), ‘여행금지’(흑색) 등 4단계로 나눴다. 1~2단계인 여행유의와 여행자제까지는 여행전문가의 안내를 받아 여행하는 것에 큰 어려움은 없다. 3~4단계인 철수권고, 여행금지 지역으로 설정된 지역은 업무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혼행’ 지역으로 생각조차 할 필요가 없다. 부르키나파소의 경우 원래 전 지역에 ‘철수권고’가 설정돼 있었다.‘혼행’을 떠나는 이들은 미리 안전지식을 따로 숙지할 필요가 있다. 납치가 되어 인질이 된 경우, 자제력을 잃지 말고 납치법과 대화를 지속하여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것도 전문가의 조언이다. 외교부는 해외여행자가 해외안전여행홈페이지에 신상정보·국내비상연락처·현지연락처·일정 등을 등록해 안전정보를 제공하는 ‘동행서비스’도 운영 중이다. 또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아 수시로 변하는 여행경보 지역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2019.05.14 I 고규대 기자
연극 '사랑해 엄마'로 돌아온 '태보해' 배우 조혜련 (영상)
  • 연극 '사랑해 엄마'로 돌아온 '태보해' 배우 조혜련 (영상)
  • [이데일리 이준우 PD] 연극 ‘사랑해 엄마’로 코미디언에서 배우로 거듭난 조혜련. 연기에 목마른 배우들과 함께 어려운 과정에서도 작품을 올려 호평 속에 연장 공연까지 확정했다.‘사랑해 엄마’는 연출가 윤진하 감독의 자전적인 내용이 담긴 창작극으로 1980년대를 배경으로 남편 없이 홀로 시장에서 생선을 팔며 억척스럽게 아들을 키우는 엄마의 애환을 그린다.2015년 초연 이후 매년 앙코르 공연을 이어오며 각박한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가족의 사랑을 잊지 말자는 따뜻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조혜련은 인터뷰에서 “작년에 후배가 출연하는 연극 ‘사랑해 엄마’의 마지막 공연을 우연히 보러 갔다가 이대로 묻히기 아깝다는 생각에 맴버들을 모아 공연을 올리게 되었다”며 “이 작품을 통해 엄마에게 ‘사랑해’라는 표현을 자주 할 수있는 분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또한 전문적으로 연기를 배우지는 않았지만 진지한 열정과 나름의 사연으로 작품에 참여하게 된 배우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번 캐스팅에는 엄마 역에 조혜련, 정애연, 허윤이 출연하며 가수 류필립이 아들 철동 역을 맡았다. 그리고 방송인 박슬기, 배우 정애연, 이상화, 손진영, 개그맨 홍가람, 박은영, 임종혁, 김진 등이 출연하고 아나운서 김경란씨가 배우로서 새롭게 연기에 도전한다.조혜련은 “분위기가 좋아 지방 공연도 얘기되고 있다”며 “시즌1 종료 후 2~3달 휴식을 취하고 바로 시즌2로 이어서 갈 계획도 있다.”고 언급했다. “연기를 위해 순수한 마음으로 모였기 때문에 오랫동안 작품을 같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인터뷰 말미에 요즘은 청소년들에게 조혜련이 아닌 ‘태보해’ 아줌마로 불린다며 유튜브에 화제가 된 ‘태보해’ 동영상을 언급했다.조혜련은 “태보를 하는 영상을 1분 30초짜리로 재편집한 것으로 그게 너무 웃겼다.”며 “세계 각국 언어로 번역되어 열풍을 일으키고 있어 강제 해외진출 중”이라고 영상을 소개했다.베테랑 연예 전문 기자 겸 영화평론가 고규대 부장이 화제의 배우들과 만나는 ‘고규대의 레드카펫’은 이데일리 홈페이지(etv)와 이데일리 유튜브, 이데일리 페이스북, 이데일리 네이버TV, 이데일리 카카오TV에서 시청할 수 있다.
2019.05.09 I 이준우 기자
  • [데스크칼럼] 기계가 대신할 수 없는 공연예술
  • [이데일리 고규대 문화레저산업부장] 경제학자 보멀(Baumol)과 보언(Bowen)은 ‘공연예술의 경제적 딜레마(Performing Arts : The Economic Dilemma)’라는 논문에서 공연 비용이 일반 물가보다 빠르게 증가하는 현상을 ‘생산성 격차(Productivity Gap)’로 규정했다. 공연 예술은 다른 산업에 비해 생산성 증대가 어려운 게 그 이유다. 결국 공연예술계는 낮은 생산성을 상쇄하기 위해 비용을 절감해야 하는 딜레마에 맞닥뜨렸고, 이는 ‘보멀의 비용병(Baumol’s cost disease)’으로 불리게 됐다.최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2019년도 대한민국공연예술제 일반 공모 지원심의 결과를 발표했다. 총 46건에 대해 14억9100만 원을 지원하기로 정했다. 문재인 정부가 문화에 대한 관심을 대내외적으로 드러낸 것과 달리 예산이 해마다 줄고 있다는 게 아이러니하다. ‘대한민국 공연예술제’ 일반 공모 예산은 해마다 19억5300만원(2017년), 17억3100만원(2018년), 14억9100만원(2019년)으로 줄었다. ‘지역대표 공연예술제’ 예산은 113억4300만원(2018년)에서 91억9500만원(2019년)으로 20% 남짓 삭감됐다. 그 감소폭이 예상 밖이다. 일부 단체가 해외 문화예술인을 초청하거나 대관하는 데도 차질을 빚고 있다는 말이 들린다.무용 분야 예술제를 예로 들어보면 더 심각하다. 심의에 참여한 이들은 “총 지원예산이 늘어나야 바람직함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각 선정 예술제에 대한 지원액이 축소될 수밖에 없다”고 심의 총평에서 자인했다. 실제 공모 지원액은 2018년 3억1000만 원에서 2억9900만원으로 1100만 원이 줄었다. 지원 목적은 ‘작품 창작과 발표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공연예술의 질적 수준을 향상하는 장(張)이며 그로 인해 일반 국민이 예술성 짙은 공연예술을 향수하면서 소통과 호응을 이루는 축제의 마당이 되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과연 향상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인지 축제의 마당을 만드는 창작 활동에 도움이 되는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대목이다.4차산업혁명를 맞아 AI, AR·VR 등 새로운 기술을 접목한 또 다른 공연예술의 영역이 등장한 건 고무적이다. 한편으론 IT 기술의 발전으로 격변하는 생산성 향상의 시대를 맞아 공연예술계 종사자의 경제적 효용이 제 가치를 받지 못할까 혼란스럽다. 베토벤 현악 4중주를 연주하는 사람은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아니면 100년 후에도 4명이어야 한다. 기계로 대체 불가능하다. 그 때문에 무용을 시작으로 연극·음악·전통예술 등 우리 문화의 바탕을 이루는 공연예술제의 예산이 해마다 주는 건 아쉬운 일이다. 대한민국 공연예술제 지정사업이 일반공모로 전환되면서 운영 안정성이 훼손될 우려도 있다.앞서 이들 경제학자는 비용 절감을 해법으로 제시했지만 예술성의 저하 등 한계가 분명해 ‘딜레마’를 맞는다고 적었다. 그 때문에 보완책으로 제시되는 게 정부나 기업의 지속적인 공연예술계에 대한 지원이다. 사람을 기계로 대체 가능한 타 분야와 달리 공연예술계 사람의 가치와 중요성을 높게 봤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사람이 있는 문화’라는 기조 아래 문화예술 분야의 중요성을 천명했다. DMZ의 상징성을 고려한 갖가지 정책을 내놓으면서 정작 문화 한류의 근간이 되는 공연예술계에 대한 지원을 가벼이 여기는 게 아닌지 묻고 싶은 이유다.
2019.05.01 I 고규대 기자
이수성 감독 "완성도 높은 작품도 빠르게..'제2의 남기남', 칭찬 같다"
  • 이수성 감독 "완성도 높은 작품도 빠르게..'제2의 남기남', 칭찬 같다"
  • 영화 ‘메모리즈’의 이수성 감독이 최근 서울 중구 통일로 KG타워에 있는 이데일리 사옥을 찾아 인터뷰에 나섰다.(사진=노진환 기자)[이데일리 스타in 고규대 기자] “‘제2의 남기남’ 감독으로 불리워도 좋죠.”2010년 감독 데뷔 이후 올해 햇수로 10년. 25일 개봉한 영화 ‘메모리즈’가 감독 겸 제작을 맡은 10번째 작품이다. 다른 사람의 고민을 들어주는 지역주민 심리 상담가(이선구 분)가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가던 중 이사 간 새집에 남겨진 전에 살던 여자(한주영 분)가 남겨 놓은 메모를 발견하며 세상과 소통하게 되는 이야기다. 이수성 감독은 ‘미스터 좀비’로 감독 데뷔한 후 액션·멜로·사극 등 다양한 장르에 도전했다. 특징이 있다면 짧은 기간 안에 저예산으로 영화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이수성 감독은 “촬영 현장의 거품을 빼고,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완성도 있는 작품이 나온다”고 말했다.“한 선배 감독을 우연히 만났는데, ‘한국의 로저 코먼’이라고 농담을 건네시더라고요. 할리우드 B급 영화의 거장과 비교해 주신 것만 해도 영광스럽죠. 빨리 효율적으로 찍는다고 하니 제2의 남기남 감독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죠.”로저 코먼은 1950년대 후반에서 1960년대에 걸쳐 수많은 작품을 제작하면서 할리우드 B급 영화의 대부로 불린다. 남기남 감독은 100여 편이 넘는 셀 수 없는 작품을 만들어낸 감독이다. 이수성 감독은 이들 ‘괴짜’ 감독과 비교를 서운해 하지 않는다. 52시간 근무제,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외부적 요인을 딛고 영화제에 나갈 만한 완성도 있는 작품을 만드는 그만의 노하우도 있기 때문이다. “감독 데뷔할 때 몇 시간만 늦춰져도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는 제작비에 어려움을 겪었어요. 아예 영화 후반작업 회사를 만들면 비용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아이디어를 냈죠. 이때부터 색 보정, 자막, 종합편집 등 후반작업 회사를 운영하면서 영화를 찍으니 제작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게 됐어요.”영화 ‘메모리즈’의 한 장면.이수성 감독은 자신이 대표로 있는 리필름을 통해 촬영·조명·녹음 등의 도움을 받아 ‘메모리즈’를 완성했다. 배급 역시 리필름에서 맡는다. ‘메모리즈’는 4회 인도 인디우드 국제영화제 장편 부문 초청, 11회 상록수 영화제 특별상 부문 초청 등 완성도에서 평가를 받았다. 제작 스타일은 로저 코먼이나 남기남 감독과 비교 당한다지만, 작품의 내용은 다른 평가를 받고 싶다는 게 이수성 감독의 속내다. 이수성 감독은 “감독작을 포함해 모두 17편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면서 각기 다른 장르에 도전한 게 좋은 경험이 됐다”고 말했다.“이번 영화의 장르는 드라마예요. 1인 세대, 독거 노인, 혼밥 등 외로운 요즘 사람의 소통을 소재로 한 작품이에요. 인간의 본성, 그 중에서도 외로움이라는 내면에 집중했습니다. 다양한 장르를 다뤄본 경험이 인간의 심리를 색다른 시선으로 보는 데 도움이 됐어요.”이수성 감독은 영화 ‘전망좋은 집’ 개봉 당시 배우 곽현화와 법적 분쟁으로 화제가 된 적 있다. 당시 곽현화는 이 영화의 무삭제 노출판이 공개되자 “허락 없이 노출 장면을 공개해 큰 피해를 입게 됐다”며 3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이 감독을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로 형사 고소했다. 이수성 감독은 1심과 2심에 이어 최종적으로 무죄를 판결받았다. “2~3년 동안 아주 힘들었죠. 이제 과거의 아픔이죠. 저의 영화에 대한 편견이 생긴 것 같아 아쉬웠어요. 다양한 장르의 작품도 만들고 싶은데 보지도 않고 비판만 하지 않을까. 무엇보다 스무 살 때부터 영화만 보고 살아온 인생인데, 그 영화를 못하게 될까 두려웠어요. 다행히 이렇게 10번째 작품으로 관객을 만나게 돼 행복합니다.”
2019.04.25 I 고규대 기자
 정준영이 사회에서 자퇴 안하려면
  • [고규대의 컬처키워드] 정준영이 사회에서 자퇴 안하려면
  • 가수 로이킴(왼쪽)과 정준영 (사진=로이킴 인스타그램)[이데일리 고규대 기자] 정준영 SNS 단톡방의 글들이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몰래 촬영한 불법 촬영물을 올리고, 여성 비하의 사진을 돌려보는 범죄의 수준을 넘어섰다. 주말 동안 또다시 드러난 사실을 보면, 정준영의 단톡방에 참가한 이들은 일본군 위안부나 특정 인종을 모욕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해외 여성과 잠자리를 한 후일담을 자랑스럽게 묘사하는가 하면, 여성의 신체를 비속어로 표현하는 게 일상적이었다. 심지어 다른 남자와 잠자리를 한다며 여성을 ‘위안부’에 비유한 대목을 보면 이들이 과연 제정신인가 싶을 정도다. 한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금도가 무엇인지,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느껴야 할 공감대가 무엇인지 전혀 판단조차 못 하는 것처럼 보인다.정준영 단톡방에서 글을 남긴 이들은 너나 할 것 없었다.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걸 오히려 자랑스러워하고 이를 하나의 놀이처럼 받아들였다. 배상훈 서울디지털대 경찰학과 교수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들의 행태를 ‘섹스링’(Sex ring) 범죄로 정의 내렸다. 섹스링은 집단이 불법 촬영물 등을 공유하며 놀이를 하듯 저지르는 범죄를 일컫는다. 배 교수는 tbs와 인터뷰에서 “별거 아닌 것처럼, 놀이처럼 얘기하지만 사실은 결과적으로는 범죄인 것”이라면서 표현했다.불법 촬영물의 법적 처벌에 앞서 필요한 건 각 개인의 자각이다. 스마트폰으로 곧바로 촬영하고 즉시 유포되는 순간마다 스스로 범죄인지 되짚어보는 계기가 필요하다. 한 TV프로그램에 출연해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배우 이순재의 말이 비단 연예인에 국한된 교훈이 아니다. 이순재는 출연해 버닝썬 폭행 사건 이후 승리 성접대 의혹, 정준영 불법 촬영물 유포 등에 대해 “(연예인이) 공식적인 공인은 아니지만 공인적 성격을 띠고 있다”면서 “뭔가 잘못 생각하고 있다면 (연예계에서) 자퇴해야 할 사람들”이라고 말했다.승리 정준영 로이킴 등 일부 연예인이 SNS 단톡방으로 빚어낸 섹스링 범죄에 대한 수사는 현재 진행형이다. 이들이 가진 인식이 얼마나 상식을 벗어나는지 시간이 지날수록 하나씩 밝혀지고 있다. 의혹 초기 “사실과 다르다”던 이들의 말이 얼마나 무책임한 거짓이었는지 드러나고 있다. 무엇보다 이들은 자신을 사랑한 팬들과 자신을 응원한 국민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도 필요할 때다. 사과의 정석은 잘못을 모면하는 게 아니라 마음속 깊이 인정하고, 상처받은 이들이 그만두라고 할 때까지 용서를 구하는 데서 출발한다. 한 사회의 시민으로 절실한 사과를 해야 사회에서나마 자퇴하지 않을 수 있을 터이다.
2019.04.15 I 고규대 기자
 전문가 15인이 말하는 '스마트공장 경영과 기술'
  • [책] 전문가 15인이 말하는 '스마트공장 경영과 기술'
  • 스마트공장 경영과 기술[이데일리 고규대 기자]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국내의 제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 전문도서 ‘스마트공장 경영과 기술’이 출간됐다.‘스마트공장 경영과 기술’은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에서 시행하는 ‘스마트공장 운영설계 전문인력 양성사업’에 참여하여 국내의 스마트공장 사업을 주도해온 배경한 교수(고려대·전 스마트공장추진단 부단장) 등 산학연 전문가 15인의 공동집필로 완성된 협업서다. 미국·독일·일본·중국 등 제조업 강대국들이 발빠르게 스마트공장을 도입하고 있는 시점에 맞춰 지난 2015년부터 스마트공장 정책 개발에 주력해온 스마트공장 추진단의 경험을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우수 솔루션을 중심으로 한 기술경영의 방향을 제시함으로써 “과연 스마트공장의 구축에 투자하면 그만큼의 성과가 나타날 것인가”라는 업계의 궁금증을 풀었다는 평가다.조현보 교수(포항공과대 산업경영공학과)는 추천사를 통해 “기존에 알고 있던 스마트공장의 핵심기술을 더욱 깊게 이해할 수 있었다”면서 “국내 스마트공장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드림디자인, 2만5천원.
2019.04.02 I 고규대 기자
 문화와 산업…3만 달러 시대의 무게추
  • [고규대의 컬처키워드] 문화와 산업…3만 달러 시대의 무게추
  •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지난 2월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제6회 이데일리 문화대상’에서 문화대상을 받은 후 소감을 말하고 있다.(사진=방인권 기자)[이데일리 고규대 기자] ‘총매출 3조원, 관련 상품 300조원.’ 2008년 영국의 대표적인 문화 콘텐츠인 ‘해리포터’ 시리즈를 소개할 때 쓰던 표현이었다. ‘해리포터’ 시리즈로 영국의 문화가 다시 주목받은 현상보다, ‘문화’가 바로 차세대 먹을거리였고, 돈이 되는 ‘산업’이라는 게 강조됐다. 당시 ‘해리포터’ 시리즈의 매출액은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 총액인 231조원을 웃돌고 현대자동차가 대략 10년 이상 매출 수준에 해당한다면서, 새삼 문화 ‘산업’이 주목 받았다.2008년은 우리나라 국민총소득(GNI)이 주춤했던 시기였다. 1960년대 이후 고속성장을 거듭하며 1977년 1000달러를 돌파했고 1994년 1만 달러, 12년 만인 2006년에 2만 795달러로 들어섰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고, 2009년 1만 8256달러로 줄었다. 조금 더 허리띠를 조이고 달음박질을 하면서 4만 달러도 문제없다는 이른바 ‘747’의 대선공약도 이어 등장했다. ‘문화’와 ‘산업’이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문화(Culture)는 서구식 어원 ‘경작’을 뜻하는 데서 출발해 한 사회의 생활방식을 포괄하는 등 변화를 거듭했다. ‘산업’(Industry)은 인간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일상적으로 종사하는 생산적 활동을 일컫는다. 정신적 가치를 강조한 문화와 물질적 수단을 추구하는 산업이 가끔 충돌하는 이유다. 문화예술단체의 장이 임명될 때 즈음 단체의 운영을 기업 경영과 비교해 투입-과정-산출을 따지는 경제적 효율성을 따지는 게 관심을 받는 배경이다.지난 8일 박양우 중앙대 예술대학원 예술경영학과 교수가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장관에 지명됐다. 문체부 차관의 관료 출신으로 전문지식을 갖고 있는 박양우 교수(이하 지명자)가 지명된 것을 놓고 기대 반 우려 반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기대는 자주 시를 읽었고, 주로 블랙리스트 해결에 몰두했던 도종환 현 장관의 아쉬움을 지울 거라는 거다. 반면 우려는 그래도 ‘문화’에 천착했던 도 장관에 비해 박 지명자가 ‘산업’에만 몰두하지 않을까 염려한 때문이다. 우려는 박 지명가가 한국영화배급협회장, 한국영화산업전략 센터 공동대표를 맡으면서 대기업의 이해를 대변했다는 의심에서 출발한다. 박 지명자는 앞서 2014년 3월1일부터 2021년 7월1일까지 임기로 CJ ENM의 사외이사 및 감사를 맡은 바 있다. 일부 영화계에서는 투자-제작-배급-상영으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 등 독과점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박 지명자가 대기업의 편에 서는 게 아닌가 염려한다. 실제로 한 편의 블록버스터가 스크린을 싹쓸이하는 통에 관객이 보고 싶거나 봐야 할 다양성 영화가 사라진다는 아쉬움이 현존한다. 와이드릴리즈로 개봉 초기 투자금액을 회수하는 할리우드식 시스템이 한국 영화의 양적 성장을 가능케 한다는 논리도 일견 설득력이 있다. 결국 수직계열화는 영화 ‘문화’의 다양성이 우선이냐, 영화 ‘산업’이 우선이냐 등 가치 판단과 얽힌 문제다.박 지명자가 차기 문체부 장관에 이름을 올린 8일, 2018년 1인당 국민총소득 3만 달러를 돌파했다는 뉴스가 함께 등장했다. 2006년 2만 달러를 돌파한 이후 12년 만에 3만 달러 시대에 들어선 것이다. 1인당 국민총소득 3만 달러는 선진국의 상징으로 여겨왔다. 뉴스가 전해진 후 실제 체감과 다르다는 국민의 반응은 문화적 선진국과 경제적 선진국의 심리적 괴리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바라건대 3만 달러 시대에는 문화가 가진 ‘무형의 힘’을 높이 평가하는 게 어떤가. 문화를 산업으로 바라보던 2만 달러 시대의 시각을 벗어내야 진정한 선진국이 아닐까. 방탄소년단의 멤버 RM이 제6회 이데일리문화대상에서 인용한, ‘오직 갖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라는 백범 김구의 말씀이 매출 몇조, 관련 상품 몇조를 뜻하는 게 아니다. 백범 김구는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3만 달러 시대의 문체부 장관이 문화 ‘산업’의 강국이 아니라 “가장 아름다운 나라”를 만드는 데 힘써주길 기대한다.
2019.03.11 I 고규대 기자
④ 넷플릭스에 진땀 나는 콘텐츠 사업자..승부수는 무엇
  • [넷플릭스]④ 넷플릭스에 진땀 나는 콘텐츠 사업자..승부수는 무엇
  • 김민영 넷플릭스 한국콘텐츠 총괄디렉터가 지난달 24일 서울 소동로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제공)[이데일리 스타in 고규대 기자] 글로벌 OTT 넷플릭스가 또 한 번 국내 콘텐츠 시장의 영향력 확보에 나설 조짐이다. 넷플릭스는 미국 외 해외 시장 진출할 때 현지 업체와 협력을 통한 공략 방식이 다시 한번 힘을 발휘했다. 넷플릭스는 국내 진출 당시 3위 통신사업자인 LG유플러스와 손을 잡았으나 LG유플러스의 CJ헬로비전 인수 합병으로 또 한번 큰 폭의 성장을 노리게 됐다.앞서 넷플릭스는 유럽 진출 당시 유료 방송 사업자와의 제휴를 통해 셋탑박스에 애플리케이션(또는 채널)을 추가하는 방법을 썼다. 이는 넷플릭스라는 스크린 자체에 대한 소비자의 호감도를 높이는 방안으로, 실제로 유럽 내 TV 스크린을 통한 넷플릭스 접속량이 계속해서 증가하는 효과를 얻었다.(ATLAS, 2014.10.14/네이버레터 2015년 자료 재인용). 넷플릭스는 국내 시장 진출 당시에서 LG유플러스의 IPTV에 독점 탑재하는 방식으로 진출에 나섰다.앞서 넷플릭스는 지난 2012년 영국 진출할 당시 2위 케이블TV업체 버진미디어와 계약한 데 이어 3위사업자 BT와도 제휴를 맺은 뒤 케이블TV업계 1위인 스카이TV를 굴복시켰다. 결국 스카이TV는 지난 2018년 3월 넷플릭스와 제휴했다. 이후 2014년 프랑스에 진출하면서 통신업계 3위 업체 부이그 텔레콤(Bouygues Telecom)과 손을 잡았다. 넷플릭스는 이후 소비자의 호응에 힘입어 프랑스 통신업계 1~3위 업체 모두 제휴를 이끌어냈다. 2015년 스페인에서도 유료방송업계 2위 보다폰과 제휴를 맺은 뒤 업계 1위 텔레포니카와 협업을 얻어냈다. 그 결과 넷플릭스의 유럽 점유율은 대다수 국가에서 50%를 넘어선 것으로 분석된다.올해 상반기 국내 1위 통신사업자인 SK텔레콤이 지상파 3사와 OTT 플랫폼 합병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SK텔레콤의 OTT플랫폼 옥수수와 지상파 플랫폼 푹(POOQ)이 통합한 OTT 플랫폼으로 넷플릭스에 맞서 수성에 나서겠다는 복안이 깔려있다. 양사의 통합 플랫폼은 미국 최대 규모 지상파 방송사 싱클레어와 손잡고 미국 차세대 방송 솔루션 시장에 진출함으로써 외연 확대도 꾀한다. 카카오M도 카카오TV 플랫폼에 영상을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사업을 확대해 넷플릭스 대응에 나선다. 국내 가입자 4,200만명에 달하는 카카오인 만큼 시장의 기대가 크다.문제는 20년 전 월정액 DVD 대여 사업으로 시작해 한 해 80억 달러(8조9,000억원)를 투입해 700여 편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어낼 만큼 성장한 넷플릭스의 공세를 어떻게 막아낼지 여부다. 회당 평균 제작비만 15~20억원 수준으로 국내 드라마 제작비보다 4~5배 높은 콘텐츠 ‘킹덤’을 출시하는 넷플릭스의 물량을 이겨내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할리우드의 공세를 탄탄한 시나리오, 짜임새 있는 제작 방식으로 이겨낸 아이디어와 3면 스크린 등 색다른 서비스로 이겨낸 한국 영화 시장에서 그 답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제시카 리 넷플릭스 아태지역 커뮤니케이션 부사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넷플릭스는 한국에 진출한 이후 3년간 큰 성장을 기록했다”며 “지금까지는 걸음마를 배웠고 이제 공을 차거나 달리는 단계로 우리가 어떻게 하는지 잘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디자인=문승용 기자
2019.02.11 I 고규대 기자
 스카이캐슬, '유사 금수저'만의 해피엔딩
  • [고규대의 컬처키워드] 스카이캐슬, '유사 금수저'만의 해피엔딩
  • ‘SKY캐슬’ 최종회를 장식한 화해와 미소.[이데일리 고규대 기자] “‘스카이캐슬’ 20회 재촬영해주세요.” 청와대 국민청원에 등장한 글이다. “혜나만 불쌍한데, 이게 말이 됩니까”라는 게 이 글을 올린 이의 말이다.JTBC 금토드라마 ‘SKY캐슬’(극본 유현미·연출 조현탁)의 마지막회가 해피엔딩인지 언해피엔딩인지 아리송하다. 해피엔딩은 금수저(지금의 금수저와 과거 흙수저였던 ‘유사 금수저’를 포함해서)에게 해당하는 말이다. 내신에 매달리던 예서(김혜윤 분)는 머리에 반짝이는 핀을 꽂고 천진난만한 얼굴로 자기주도학습을 준비한다. 고액 코디에게 금괴를 갖다 바치고, 아이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절도도 방관하던 한서진(염정아 분)은 딸의 서울대 의대 진학이라는 굴레를 벗고 당장의 삶에 만족한다. 그의 아빠 강준상(정준호 분)은 떼어놓은 병원장 자리를 박차고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손녀의 잘못도 참지 못하던 할머니마저 이기주의적 일평생 삶을 벗어던졌다. 노승혜(윤세아 분) 차민혁(김병철 분) 부부와 진진희(오나라 분) 우양우(조재윤 분) 부부도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믿어주기로 다짐했다.살해당한 흙수저 혜나(김보라 분)가 눈에 밟힌다. 혜나의 죽음은, 드라마의 극적인 전개를 위한 ‘맥거핀’으로 활용됐을 뿐이었다. 그의 죽음으로 스릴러로 치닫던 드라마가 거대한 파국으로 이어지길 기대했던 시청자에게 허탈한 결말이었다. 또 다른 흙수저 출신인 김주영(김서형 분)의 몰락만으로 해결될 위안이 아니었다. 차기준(조병규 분)은 자신의 요약 노트를 오픈하겠다는 강예서(김혜윤 분)에게 “너, 강예서 맞아?”라고 되묻는 JTBC 드라마 ‘SKY캐슬’ 마지막회의 한 장면. 스카이, 그 중 서울대 의대가 지상목표였던 금수저의 개과천선이 해피엔딩인지 언해피엔딩인지 판단하기 어렵다.‘SKY캐슬’ 반향의 원인을 분석해봐도 시원치 않을 판에 “하도 얘기를 들어서 한 번 봤다”는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발언에서 대한민국의 교육 시스템과 그것을 유지하기 위한 카르텔이 얼마나 단단한지 가늠해볼 수 있다. 시청자가 ‘SKY캐슬’에 열망한 건, 금수저가 되고 싶은 우리의 욕망을 민낯처럼 드러낸 설정이 공감됐고 견고한 현실의 교육 시스템이 드라마에서라도 깨지길 바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아쉽게도 ‘SKY캐슬’ 결말은 불공정이라는 위험에 직면한 학종 등 지금의 교육 시스템에 불신만 키운 꼴이 됐다. ‘SKY캐슬’ 마지막회를 두고 ‘흙수저가 금수저에게 대항하는 마지막 방법, 선거권을 강조한 빅픽쳐’라고 네티즌이 적은 글이 농으로만 들리지 않는 이유다.‘SKY캐슬’은 정확히 말하면 ‘유사(類似) 금수저’와 흙수저의 대립 구도다. ‘SKY캐슬’은 상위 1%의 이야기일 수는 있으나 ‘진짜’ 금수저의 이야기는 아닐 터이다. ‘유사 금수저’는 흙수저의 삶과 이들의 과거를 폄훼한다. 과거 흙수저였으나 지금 더 나아가면 진짜 금수저가 된다는 욕망에 피라미드의 정점에 올라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혔다. 그래서인지 선짓국을 파는 시장통 가게의 딸로 태어나 신분 세탁하고 강준상과 결혼한 곽미향(염정아 분)이나 공부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해 사법시험 최연소 합격에 이어 세탁소집 아들에서 금수저의 지위에 다다른 차민혁은 흙수저를 멀리하고 심지어 혐오한다. ‘진짜’ 금수저가 이들 ‘유사 금수저’의 욕망과 그 욕망을 위한 악다구니를 본다면 그저 헛웃음을 터뜨릴 블랙 코미디로 보일 터이다. JTBC 드라마 ‘SKY캐슬’‘SKY캐슬’의 엔딩은 영화 ‘밀양’을 떠올리게 한다. ‘밀양’을 주인공 신애의 시각으로 쫓다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결말로 이어진다. 단 하나 남은 희망, 그 아들마저 잃어버린 신애가 종교를 접하고 구원받았다는 아들의 살인범을 만났을 때의 심정. 용서는커녕 용서라는 단어조차 겨우 끄집어낸 그에게 ‘셀프 구원’을 받았다는 살인범의 말은 당혹스럽고 혼란스러운 충격이었다. 끝내 주체할 수 없는 오열을 터뜨리는 신애, 그의 아픔을 누가 위로해줄까.다시 ‘SKY캐슬’로 돌아가 혜나의 시각으로 최종회를 만난다면 어떤 기분이었을까. ‘유사 금수저’들의 ‘셀프 회개’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권선징악’은커녕 ‘권금징흙’처럼 보이는 마지막은 누구를 위한 엔딩인가. 방송 초기 블랙코미디를 표방한 ‘SKY캐슬’이 회를 거듭할수록 스릴러에 가깝다는 평을 듣더니, 최종회에서 블랙을 빼고 코미디로 마무리한 격이다.
2019.02.04 I 고규대 기자
중국서 한국영화 리메이크 신기록…‘베테랑’ 다시 만든 ‘대인물’
  • 중국서 한국영화 리메이크 신기록…‘베테랑’ 다시 만든 ‘대인물’
  • 중국 영화 ‘“大”人物’[이데일리 스타in 고규대 기자] 중국에서 한국 영화 ‘베테랑’을 리메이크한 ‘“대”인물’(“大”人物·Big Shot)이 한국 영화의 중국 리메이크 흥행 기록을 새로 썼다.3일 중국박스오피스에 따르면 지난달 11일 개봉한 ‘대인물’은 3일 현재 누적 입장수익 3억7343.6만 위안(약 620억 원)을 돌파했다. 이는 ‘수상한 그녀’를 리메이크한 2015년작 ‘20세여 다시 한번’(重返20歲)이 갖고 있던 총매출 3.65억 위안 (약 638억 원)을 제친 기록이다. ‘대인물’은 현재 박스오피스 5위의 순위를 유지하고 있어 당분간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시나망은 “객관적인 흥행을 가져 왔을뿐 아니라 많은 웨이보에서 추천을 받아 입소문을 통해 관심을 끈 작품”이라고 적었다. 일각에서는 재벌과 맞서 활약하는 주인공이 마치 손오공과 같다면서 “평범하고 위대한 영웅이 나라의 기둥”이라고 영화 제목의 의미를 해석했다.2월3일 기준 중국 박스오피스 기록‘대인물’은 중국에서 명문 학교 근처의 주택을 일컫는 ‘쉐취팡’(學區房)을 영화 중심으로 삼아 중국의 교육과 부동산 문제 등 사회비판적 시선을 유지했다. 좋은 학교 근처에 집이 있으면 자녀를 이 학교에 입학시킬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쉐취팡은 천문학적으로 비싸다. 또한 이 영화에서는 부동산 개발업자의 주택 강제 철거 등 중국 사회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일들이 묘사됐다. 배우 황정민·유아인이 열연한 ‘베테랑’은 재벌 비리에 맞서는 형사의 활약을 그려내며 1300만여명의 관객과 약 1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영화 마지막에 서울 명동에서 벌어진 격투 무대는 톈진의 빈하이신구로 옮겨졌다. ‘베테랑’에서 황정민이 연기한 형사 역할과 유아인의 재벌 2세 역할은 배우 왕첸위안(王千源)과 바오베이얼(包貝爾)이 각각 맡았다. 우바이(五百) 감독이 연출했다.최근 중국에서 ‘블라인드’와 ‘숨바꼭질’이 2016년 ‘나는 증인이다’(我是證人)와 ‘착미장’(捉迷藏)으로, 지난해 ‘미씽’이 ‘자오다오니’(到)로 리메이크됐다.
2019.02.03 I 고규대 기자
"70대에 용기 못 줄망정"…한지일, 김현철 발언 작심 비판
  • "70대에 용기 못 줄망정"…한지일, 김현철 발언 작심 비판
  • 배우 한지일의 SNS 글.[이데일리 스타in 고규대 기자] 배우 한지일이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 겸 신남방정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의 발언을 작심 비판했다. 한지일은 자신의 SNS에 “할 일이 많은데 정치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지만 이것만은 아니다 싶다”면서 “화가 머리끝까지 쥐나네요. 이런 고얀 사람”이라고 적었다. 한지일은 이어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이란 사람이 할 말인가요? 헬조선 불만 말고 동남아 가라? 동남아 보면 해피조선?”이라고 비판했다. 한지일은 이어 “맞짱토론 좀 하자”고 말했다.한지일은 1947년생으로 올해 나이 72세다. 앞서 서울의 한 호텔에서 웨이터, 벨보이, 파킹맨 등 도전에 나서 화제를 모았다. 한지일은 “흰머리를 한 노인이 레스토랑에서 서빙을 한다고 싫어하는 젊은이들이 없더라. 오히려 더 궁금해했다”고 말한 적 있다. 그 때문에 “50대, 60대, 70대도 하면 됩니다”라고 SNS에 적었다.앞서 김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해피조선’ 발언을 내놔 비판을 듣고 있다. 김 보좌관은 28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CEO 초청 조찬간담회’에서 한류 열풍을 언급하며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헬조선’이라고 말하지 말고 아세안 국가를 가보면 ‘해피조선’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또 5060 세대를 두고 “한국에서 SNS에 댓글만 달지 말고 아세안으로 가셔야 한다”고 말했다.김 위원장은 발언 이후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신남방정책 중요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표현으로 여러분께 심려를 끼쳤다”며 “제 발언으로 마음이 상하신 모든 분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에 앞서 보낸 메시지에서는 본인 발언을 두고 “5060 세대를 무시하는 발언이 결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김 위원장은 “신남방지역에 진출한 박항서 감독 성공 사례를 설명하고 5060 세대인 박 감독처럼 신남방지역에서 새로운 기회와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는 맥락에서 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9.01.29 I 고규대 기자
류제희, 배우에서 제작 참여까지.."강단 서는 게 목표"
  • 류제희, 배우에서 제작 참여까지.."강단 서는 게 목표"
  • 배우 류제희.(사진=류제희 제공)[이데일리 고규대 기자] 배우 류제희가 연극배우 겸 제작자로 나섰다.류제희는 16일부터 20일까지 서울 대학로 소극장알과핵에서 연극 ‘갈매기’(안톱 체호프 작)를 선보인다. 류제희는 이 작품에서 여주인공 아르까지 역으로 출연하고 공연 제작에도 힘을 보탠다. 류제희는 주용필 극단 예모리 상임연출자와 함께 권로·이찬후·정승민·강우람·김승은과 연기를 펼쳐낸다. 류제희는 “1시간 넘게 한 인물로 살아가는 순간과 무대 위에서 관객과 호흡을 나누는 게 소름 끼칠 정도로 희열을 느끼게 한다”면서 “TV 연기를 할 때 카메라 앞에 서는 것과 또 다른 매력을 준다”고 이번 연극에 대해 소감을 말했다.류제희는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연기예술학 석사를 마친 후 예술학 협동과정 박사 과정을 준비 중이다. 2005년 엘리트모델룩 코리아 선발대회를 시작으로 연기에 입문한 후 2010년 MBC 드라마 ‘역전의 여왕’으로 데뷔했다. 이후 ‘미스리플리’(2010) ‘가족끼리 왜 이래’(2014 ~ 2015) ‘계백’(2011) ‘신의 퀴즈’(2011) 등에 출연했다. 몇몇 드라마에서 비서 역할로 연이어 출연해 ‘비서전문배우’라는 수식어도 갖게 됐다. 비서 역할이라도 미묘하게 다른 매력을 주기 위해 캐릭터에 변주를 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방송 출연 당시 도시적인 차가운 이미지의 외양이라는 평을 들었어요. 하지만 뜻밖에 엉뚱한 면이 많아요. 그래서인지 푼수끼가 엉뚱한 신세대 비서 역할을 간혹 맞곤 했어요.”배우 류제희.(사진=류제희 제공)류제희는 방송에 출연하면서 좀더 자신이 원하는 캐릭터를 찾다 연기의 갈증을 느끼게 됐다. 한 단계, 한 걸음 앞으로 위로 올라야 한다는 욕심도 컸다. 그럼에도 좀처럼 변하지 않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 이론을 공부하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했다. 공부는 그를 또 한차례 변화시켰다. TV나 영화 등의 미디어에서 보여지는 이른바 매체 연기와 달리 관객과 호흡하는 무대 연기의 매력을 알게 됐다. “연극 무대에 처음 올랐을 때 얼마나 긴장했는지 몰라요. 한걸음 떼는 게 무서웠을 정도죠. 점차 무대가 편안해지더 이젠 그 매력을 더 찾게 됐어요.”류제희는 연극 무대 디자인, 조명, 연출 등 이론적 지식 습득에도 노력했다. 관객과 대화를 통해 경계를 깨는 시도, 매번 달라질 수밖에 없는 무대 즉흥 연기 등도 연구했다. 이번 ‘갈매기’에도 그가 고민한 흔적이 묻어 있다. 사실주의 연극임에도 TV 화면을 통해 각 배우의 다른 연기 모습을 보여주는가 하면, 갑자기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고 대답하는 형식도 도입했다. 류제희는 “TV라는 오브제를 통한 메타포와 이미지의 결합, 관객과 경계를 허무는 구성 등이 이번 연극의 특징”이라고 자평했다.류제희는 앞으로 배우 외에 연극제작자, 연극연출자 등 또 다른 영역의 수식어를 가지려고 노력 중이다. TV와 연극 무대를 오가면서 연기의 실제와 이론을 접목한 연구를 통해 강단에 서는 꿈도 키우고 있다. “제가 키웠던 꿈을 후배들과 나누고 싶은 게 지금 소망이에요. 앞으로 주어지는 기회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연기가 무엇인지 삶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나누는 배우로 남고 싶어요.”연극 ‘갈매기’
2019.01.07 I 고규대 기자
  • [데스크칼럼] 역경에서 빛난 진실한 우정
  • [이데일리 고규대 문화·레저산업부장] 나이 지긋한 이들이 모인 연말 송년회 자리마다 건배사가 등장한다. 재치 있는 문구는 해마다 화제가 된다.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함께 가자, 우정을 지속하자 등이다. ‘이멤버, 리멤버’ ‘이상은 높게, 우정은 깊게’ 등은 꾸준히 사랑을 받는다. 모름지기 구호(口號)란 요구나 요청을 담는다. 이미 이룬 게 있다면 구호가 무슨 필요 있으랴. 여전히 허전한 사랑이고 우정이니 연말에서나마 다짐하고 싶은 욕심이 아닐까.방송인 이영자가 지난 22일 열린 ‘2018 KBS 연예대상’에서 대상을 받았다. KBS가 ‘연예대상’을 신설한 후 첫 여성 수상자다. 본격적으로 지상파 연예대상이 시작된 이래 박경림(2001년 MBC)에 이어 두 번째 여성 방송인 단독 대상 수상이다. 이영자는 올해 KBS 예능프로그램인 ‘안녕하세요’ 보다 MBC ‘전지적 참견시점’ 등에서 활약이 두드러진 터라 궁금증이 무성하다. KBS가 화제성 높은 이영자에게 상을 먼저 줘 내년 주요 프로그램을 안길 것이라는 추측부터 MBC마저 ‘연예대상’을 안기면 방송 최초 여성 2관왕이 탄생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다. 이영자의 수상은 올해 문화연예계를 휩쓴 여풍 열풍으로도 해석된다. 이영자가 방송 제작진을 애먹이는 꼼꼼한 스타일이라는 점을 차치하고서라도 그의 부활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이영자의 수상은 방송 활동을 오래 지켜본 이라면 또 다른 감회에 들게 한다. 지금 이영자에게 이른바 ‘이영자 패밀리’인 고 최진실을 시작으로 최화정·홍진경 등 ‘우정’을 나눈 이들의 공감과 응원이 있었다. 이영자는 케이블채널 올리브 ‘밥블레스유’ 출연을 결정할 때도 또 다른 ‘우정’인 김숙·송은이의 거듭된 권유 끝에 카메라 앞에 섰다. ‘2018 KBS 연예대상’ 수상 소감에서 “이걸 꼭 이야기하려고 했다. 저를 힘들 때마다 다독여준 우리 김숙 씨, 송은이 씨 너무 감사하다”고 두 사람을 콕 집은 이유다. 이영자는 수상 무대에서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세월호 사건 비하 논란으로 하차하려고 고민한 순간, 본인과는 무관한 오빠 ‘빚투’ 의혹, 그리고 모든 어려움에도 제2의 전성기를 맞게 된 올해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을 터이다.이영자는 지난 2001년 다이어트 구설수로 정상에서 갑자기 내려왔다. 당시 이영자는 40kg을 운동과 철저한 식이요법으로 감량했다고 주장했으나 후에 지방흡입 시술을 한 게 드러나 거짓말 파문에 휩싸여 기자회견 끝에 방송을 중단했다. 이영자는 당시를 회상하면 “30대에 큰일을 겪었다. 패가망신한 일이다. 그때 ‘완전히 새로운 내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매일 집에서 오른쪽으로 돌아가던 길을 왼쪽으로 가보니 새로운 것들이 보이더라. 죽어도 못 하겠다는 일 하나만 해보면 인생이 바뀌더라”고 고백했다. 모든 걸 바꿨으나 결코 바꾸지 않은 건, 그 시기 그의 곁을 지킨 이들이다. 이수근을 곁에 둔 강호동, 송은이·김숙을 둔 이영자 등이 방송가에서 부러움을 받은 이유다.“성공은 친구를 만들고, 역경은 친구를 시험한다.” 로마의 한 작가가 남긴 말이다. 연말 구호로만 우정을 외치면 얼마나 공허할 것인가. 행동이 말보다 낫고, 관계가 결과를 낳는다. 나의 어려움은 우정 깊은 이와 나누고, 그이의 어려움은 내가 먼저 헤아려 본다. 2019년 제조업의 위험에 자영업자의 위기까지 경기 침체의 우려가 크다지 않은가.
2018.12.24 I 고규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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